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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이준석 현상’, 정치권 혁신경쟁의 마중물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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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헌정사상 첫 30대 당수’에 오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문법을 새로 쓰고 있다. 이 대표는 당대표 경선비용으로 약 3000만원을 썼다. 역대 최소 비용이다. 남은 후원금 1억2000만원은 당에 전달해 토론배틀 등 공약이행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얼마 전까지 당대표선거 때 많게는 수십억원의 물량공세를 폈던 것과 비교된다. 그는 경선 필수 항목으로 꼽히는 캠프 사무실, 차량, 문자메시지가 없는 3무(無) 선거운동을 하고도 승리했다. 이 대표는 13일 첫 출근 때 서울 상계동 자택에서 지하철로 국회의사당역에 내린 뒤 자전거를 타고 국회 본관에 도착했다. 권위와 위계보다는 효율과 실용을 중시하는 30대 당수의 파격은 계속될 것이다.

‘0선’이 말해주듯 정치 경력이 일천한 인물이 당대표 경선에서 전국 조직을 가진 4·5선 중진을 꺾은 것은 보수 진영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도구로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의 행보는 마치 ‘차떼기당’ 부패 이미지에 ‘죽비’를 내려쳤던 오세훈 효과를 연상케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의원 시절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을 만들어 ‘깨끗한 정치’의 씨앗을 뿌렸고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변화의 도구로 부름받은 정치인의 작은 날갯짓이 정치문화 혁신의 태풍이 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마침 두 사람이 국민의힘 리더그룹을 형성했으니 안보와 산업화에 경도된 보수의 가치에 ‘공정과 공존’이라는 새 지평을 여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제 공은 집권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왔다. 현 상황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진보 진영의 이념적 가치인 경제민주화, 분배와 약자에 대한 배려를 선점해 문재인 후보를 따돌린 때와 흡사하다.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는 2030세대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고 오히려 국민의힘이 이를 실행할 대안세력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공정과 정의’의 윤석열, ‘중도 외연 확장’의 안철수까지 야권에 가세하면 대선은 ‘해보나 마나’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국면이다.

민주당에도 반전의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11월까지 집단면역 도달이란 지상과제를 완수해 민생경제 회복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민심 이반의 단 초가 된 부동산 보완책도 잘 매듭지어야 한다. 강성 지지층의 압박에 소장파의 혁신 목소리가 묻히는 당내 분위기도 혁파해야 한다. 586세대의 선민의식과 내로남불에 더는 휘둘려서도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역인 미래세대의 지분을 늘려줘 당의 역동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성장과 분배, 균형감을 가진 대선 후보를 고르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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