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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천장 찍었나… 조정받기 시작한 세종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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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대급 상승장이 펼쳐졌던 세종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전국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가운데 홀로 방향이 다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폭등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조정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비즈

세종시 나성동에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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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의 주간 아파트매매지수는 5월 셋째주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2019년 10월 다섯째주 이후 1년반 만에 첫 하락이다. 5월 셋째주부터 6월 둘째주까지 0.09%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이나 수도권의 집값 추이와 다르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지수는 0.87% 올랐고,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지수는 0.67% 올랐다.

현장 분위기도 숫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종시 새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나오긴 하지만 보유세 부담에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보유세 기산일인) 지난 1일이 지났지만, 매수 문의를 하더라도 실제 계약금을 넣는 사람은 보이지 않아 거래가 아예 정지된 상황”이라고 했다. 집주인 중 일부는 주택을 신규 매입하고 싶어도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을까 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종촌동의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고가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한 급매물들이 나와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도 급매물이 일부 남아있어 가격 상승이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급매가 쌓이기 시작하니 사는 사람은 조심스러워지고, 파는 사람은 급매만 소진되길 기다리고 있어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폭등장세를 보였던 세종이 조정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년간 45%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년간 세종의 아파트값은 44.93% 상승했다. KB부동산 리브온 월간 통계로도 같은 기간 44.97% 올랐다. 두 통계 모두에서 세종은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중 압도적 1위를 보였다.

세(稅) 부담도 급증한 것도 영향을 줬다. 올해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70.25% 오르면서, 공시가격 중위값 역시 4억2300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값(3억8000만원)을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에 보유세도 평균 30%가량 늘어났는데, 특히 종합부동산세 부과 가구는 재작년 25가구에서 1760가구로 70배가량 늘어났다.

중·장기적 이슈까지 단기간에 반영된 것도 조정의 이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세종으로의 행정수도·국회 이전 이슈에 불을 지폈다. 안 그래도 상승세였던 세종 아파트값은 이후 더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봤을 때 매매가와 전세가 비율이 50%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세종 아파트 매매가가 급격히 오른 감이 있었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세종에서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10억원이 넘는 사례들도 나왔는데, 이 금액이면 ‘차라리 수도권 아파트를 매입해야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대체적 성격을 가진 수도권 아파트 단지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면 세종으로서도 추가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세종은 공무원들이 밀집한 지역이라는 특성이 있다”면서 “정부의 공무원에 대한 투기 엄단 의지, 특히 세종 이전 공무원에 대한 특별공급 부정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와중에 공무원들이 아파트를 사겠다고 손을 드는 건 쉽지 않을 일”이라고 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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