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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콘텐츠 송출중단한 CJ ENM, 커지는 갈등…IPTV 본게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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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본 게임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CJ ENM과 LG유플러스의 갈등이 결국 U+모바일tv ‘송출 중단’이라는 이용자 피해로 이어지자, 업계 안팎에서는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당장 KT 시즌이 CJ ENM과 협상을 진행 중인 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보다 가입자가 훨씬 많은 IPTV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 블랙아웃 위기까지 치달았다 가까스로 봉합됐던 케이블TV(딜라이브) 사태가 OTT, IPTV 등 업계 전반으로 확전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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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콘텐츠 사용료’ 갈등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U+모바일tv에 제공했던 tvN, 엠넷 등 10개 채널의 실시간 송출을 지난 12일 0시부터 중단했다. 통신사와 CJ ENM 간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협상 시한을 넘기며 송출 중단까지 치달은 첫 사례다.


이후 두 회사는 상대 측에 협상 결렬의 책임을 물으며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과도한 사용료 요구가 협상 결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자, CJ ENM은 즉각 "LG유플러스가 기초자료인 가입자 수조차 공유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간 콘텐츠 대가로 받아온 금액 자체가 적어 인상률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CJ ENM 측의 입장이다. 올해 CJ ENM이 LG유플러스에 요구한 U+모바일tv의 콘텐츠 사용료는 전년 대비 2.7배 증가한 금액으로 확인된다. 인상률 기준으로 175%다.


문제는 KT 시즌 등 다른 채널에서도 송출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OTT 시즌을 운영 중인 KT 역시 CJ ENM이 제시한 ‘전년 대비 1000% 인상’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OTT와 별개로 협상이 진행 중인 IPTV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CJ ENM 측은 25% 인상을, IPTV 3사(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는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색하다" "오만과 욕심에 가득차 있다" 등 공개적 비난까지 오가고 있어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CJ ENM이 IPTV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는 U+모바일tv 송출 중단을 우선 통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태블릿PC 등 휴대용 기기를 통해 IPTV를 볼 수 있는 ‘이동형 IPTV’ 서비스를 놓고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과도한 사용료 인상 요구를 고수하는 것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자사 OTT인 ‘티빙’에만 콘텐츠를 송출함으로써 가입자를 대거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운 CJ ENM의 일방적인 사용료 인상 요구는 국내 미디어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중소방송채널협회도 "킬러 콘텐츠를 무기로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해 높은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는 대형PP의 횡포는 중소PP에 돌아가야 할 최소한의 콘텐츠 대가마저 앗아가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CJ ENM이 전체 유료방송 요금을 낮추면서 자사 사용료만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사용료 산정기준 마련해야"

반면 CJ ENM은 콘텐츠 헐값 관행을 뿌리 뽑고 제대로 된 값을 받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단순히 전년 대비 무려 2.7배라는 인상률만 따진다면 CJ ENM의 요구가 과도해보일 수 있지만, 이는 ‘숫자의 함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CJ ENM은 이번 갈등의 쟁점을 "LG유플러스 OTT를 어떤 서비스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그간 CJ ENM은 IPTV와 연계해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이제부터는 OTT로 분류해 별도로 협상하기로 했다. OTT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IPTV 부가서비스 개념으로 헐값에 공급했던 사용료를 현실화하겠다는 설명이다. CJ ENM은 "통신사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부가서비스로 콘텐츠를 헐값에 쓰는 관행은 이제부터라도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이 방송시장과 역학구도의 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등을 통해 이용자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힘센 플랫폼이나 대형PP 하나에 전체 시장이 뒤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해묵은 과제로 꼽혀온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의 근본적 해결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대안으로는 부실 PP는 퇴출하고 우수 PP는 키우는 PP평가위원회 설치, 상생 협의체를 통한 콘텐츠 사용료 산정기준 마련 등이 거론된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콘텐츠 ‘선계약 후공급’ 법안은 지상파·종편·CJ 같은 거대 PP의 횡포를 야기할 수 있어 협상력이 약한 중소PP에 대해서만 도입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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