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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양재찬의 프리즘] 공공 주도 벗어난 민간 주도 주택공급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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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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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조직 개편안이 미뤄졌다. 혁신적이라며 내놓은 대책들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택지개발과 주택공급, 주거복지의 3대 기능 중 일부를 민간으로 넘기는 등 더욱 혁신적인 조직 개편이 요구된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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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 신도시 후보지 등 땅 투기 사태로 온 나라가 들썩인 지 석달 만인 7일 정부가 발표한 대책 명칭이다. 그럴싸한 수식어와 거창한 명칭과 달리 국민 신뢰 회복이란 목표에도, 혁신에도 부합하지 않는 빈껍데기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관심을 모았던 LH 조직 개편안은 8월로 미뤄졌다. 혁신 방안이라며 열거한 대책들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급히 모아놓은 임시방편이 많기 때문이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개발할 때 관련 입지 조사 업무를 국토교통부가 LH로부터 회수해 직접 수행하겠다고 한다. 전국에 걸친 많은 공공택지 후보지를 조사하는데, 현 국토부 공무원만으로 가능할까. 해당 업무를 맡을 공공기관을 신설하거나 그 일을 할 기관의 직원 수를 늘려야 할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혁신 방안에 담은 LH 직원 20%(2000명) 감축 의미가 없어진다.

LH 사태는 임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후보지 등 미공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실한 내부통제에서 비롯됐다. 더욱 정교한 통제 시스템 구축과 함께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비리 색출 대책이 요구된다. 하지만 6·7 혁신 방안은 재산등록 대상을 LH 임원 7명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실제 사용하지 않는 주택과 토지 취득을 금지하는 데 머물렀다.

구성원이 1만명에 이를 정도로 비대해진 조직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 국토부는 토지와 주택ㆍ주거복지 기능을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 주거복지 부문과 토지ㆍ주택 등 개발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방안, 주거복지 기능을 맡는 모회사 아래 토지ㆍ주택을 자회사로 두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들 세가지 조직 개편안이 정세균ㆍ김부겸 전ㆍ현직 국무총리가 이구동성으로 약속한 '해체 수준의 개혁'인지 의문이다. 조직 개편은 LH 혁신의 핵심이다. 택지개발과 주택공급, 주거복지의 3대 기능 중 일부를 민간으로 넘기는 것을 포함한 더욱 혁신적인 조직 개편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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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는 주택 공급을 지나치게 공공 및 국가 주도로 해온 정부 정책 실패의 방증이다. 토지 개발이라는 독점적 정보를 가진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주택공급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내부자들이 미공개 정보로 이득을 취하는 투기 행위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신도시 등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행위와 개발 후보지 현지 주민의 반발이란 고질적 폐해를 유발했다. 급기야 정부과천청사 앞 유휴지에 짓기로 했던 4000가구 공공주택 계획이 4일 취소됐다. 서울에서도 태릉 골프장 부지 등 개발을 놓고 유사한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차제에 국가 및 공공 주도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주택공급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저소득 계층의 주거 안정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중산층 이상의 주택시장은 민간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요구된다. 정부가 용적률 등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면 굳이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하지 않아도 민간이 수요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할 것이다.

수도권 집값 상승은 인구 및 경제활동의 수도권 집중과 얽혀 있다. 1990년대 초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입주부터 2기, 3기 신도시 프로젝트가 잇따라 진행됐는데도 집값은 못 잡고 수도권 인구만 늘렸다. 어느새 서울과 경기도 인구는 총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수도권 인구가 늘자 집값도 계속 들썩인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인천 및 경기도 일대에 신도시를 건설할 텐가. 주택정책에도 지방 분권화가 요구된다. 중앙정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지방자치단체가 세워 실행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주택정책을 전환하는 것을 고민할 때가 됐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정치권과 정부는 이를 수습하며 현란한 구호와 수식어를 동원하기 바쁘다. 국민은 '국민 신뢰 회복' '혁신' 등 겉포장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대책의 명칭은 'LH 운영 개선 방안' 정도면 된다. 관건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이고, 확실한 실행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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