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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서울 구청장들 "공수처 '조희연 수사' 유감…자치행정 근간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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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행정행위 정쟁의 대상 돼 사법적 소송 악순환 반복"

"억지 기소 의구심…오직 법률에 입각 공명정대 처리해야"

뉴스1

이동진 서울시구청장협의회 회장(도봉구청장)이 서울 종로구청 임시청사에서 열린 제160차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5.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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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서울 25개 자치구 중 24개 구청장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교육공무원 특별채용 의혹을 '공제 1호' 사건으로 수사 중인 것에 대해 "자치와 분권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 "감사원이 교육감 재량권에 속하는 행정 행위조차 사법적 처벌의 대상으로 보고 형사고발조치를 단행했다"며 '자치행정의 사법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회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소속 구청장 24인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권력형 비리와 부패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신설된 공수처가 해당 사안을 1호 수사대상으로 삼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일선 행정현장의 적극행정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 건은 지방자치 일선 교육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시교육청이 시대변화에 맞는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취한 조치"라며 "이번 특별채용 건은 서울시 의회의 공적 요구로부터 시작됐다는 점, 교육자치를 담당하는 서울시교육청과 그 파트너인 서울시의회가 정책적 판단을 공유하고 집행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교육공무원 특별채용은 교육감에게 위임된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이자,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와의 협의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집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공수처의 수사가 교육자치,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돼서는 안 된다며 '자치행정의 사법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사례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행정권과 사법권의 정당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많은 행정행위가 정쟁의 대상이 돼 사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1호사건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억지로라도 기소할 것이라는 항간의 의구심을 떨치고 오직 법률에 입각해 본 사안을 처음부터 재검토하고 공명정대하게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입장을 표명한 24개 구청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 이하 입장문 전문

공수처의 서울시교육감 수사에 대한 서울시 구청장 일동의 입장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시교육청 중등 교육공무원 특별채용과 관련하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수사를 개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우리 민주당 소속 서울시 구청장 일동은 공수처가 이 사건을 1호 수사대상으로 삼은 것에 주목하면서, 지난해 말 국회에서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고, 올해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아 각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지방자치 2.0시대를 준비하는 등 자치와 분권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지방자치가 중앙집권적이고 수직적인 행정체계에서 일부 위임사무를 담당하는 분업적 역할을 담당했다면 최근의 지방자치는 창의적이고 융합적 행정을 통해 변화된 시대적 환경에 따른 시민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나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 일선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의 눈으로 본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 건은 교육자치의 담당주체인 서울시교육청이 시대변화에 맞는 적극 행정의 일환으로 취한 조치로 여겨집니다. 특히 이번 특별채용 건은 서울시 의회의 공적 요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 교육자치를 담당하는 서울시교육청과 그 파트너인 서울시 의회가 정책적 판단을 공유하고 집행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처럼 이번 교육공무원 특별채용은 교육감에게 위임된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로서,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집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권력형 비리와 부패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신설된 공수처가 이 사안을 1호 수사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뿐만아니라 공수처의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수사는 공무원의 적극행정에 대해서 정부가 면책범위를 확대하도록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개정(2020. 8.)한 최근의 흐름과도 어긋나는 것으로, 적극행정을 통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다양화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일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공수처가 이번 특별채용 사안에 대해서 단지 미시적인 관점에서 절차적 흠결이 있는가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행정권과 사법권'의 균형잡힌 관계가 무엇인가 하는 거시적 관점에서 판단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정치의 사법화'라는 비판적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정치가 해결해야 할 사안을 과도한 정파적 대결 때문에 일일이 형사적인 문제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우리 구청장들은 이번 사안이 ‘정치의 사법화’와 마찬가지로 '자치행정의 사법화'가 일상화되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재량권에 속하는 행정행위들에 대해서까지 형사고발과 그에 따른 조사가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육공무원 특별채용은 그동안 교육감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특별채용 이전에 적법성 여부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까지 거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재량권에 속하는 행정행위조차 사법적 처벌의 대상으로 보고 형사고발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지속된다면 정작 우리 사회의 행정권과 사법권의 정당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많은 행정행위들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 사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서울시교육청에 대해 무리한 감사와 고발조치를 강행한 감사원, 그리고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와 부패범죄 수사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주기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과 달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수사를 1호사건으로 지정한 공수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향후 이 수사가 자칫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잘못된 선택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공수처가 1호사건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억지로라도 기소할 것이라는 항간의 의구심을 떨치고 오직 법률에 입각해서 본 사안을 처음부터 재검토하고 공명정대하게 처리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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