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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무슨 벼슬이야", "패잔병들" 천안함 11년, 끊이지 않는 생존자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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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일 전 함장 비난한 고교 교사에 법적 대응 예고

천안함 11년 지났지만 SNS 등 온라인서 막말 이어져

"왜 여지껏 극단적 선택 안 하나" 도 넘은 막말도

최 전 함장 "생존장병 진정제 맞으며 버틴다"

"잃을 것 없는 사람들 건들지 말라"

아시아경제

서울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쓴 글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 사진=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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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군인은 욕 먹으면서 X져 있어.", "폭침 당한 게 벼슬이야?"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약 11년이 지났지만, 희생자들과 생존 장병을 겨냥한 비난, 욕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건 당시 천안함 지휘관이었던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향해 "경계 잘못해서 병사들 다 희생시켰다"며 주장하는가 하면, "고깃배 선장도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 등 극단적 선택을 촉구하는 듯한 비난까지 나왔다. 최 전 함장은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지난 11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쓴 글에서 최 전 함장을 향해 "천안함이 폭침이라 '치면' 파직에 귀양 갔어야 할 함장이란 새X가 어디서 주둥이를 나불대고 지X이야"라며 "천안함이 무슨 벼슬인가. 천안함은 세월호가 아니다. 넌 군인이라고"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 9일에는 '조국백서' 필진인 고일석 기자가 최 전 함장을 겨냥해 "별 시덥잖은 것들이 지X(한다)"라며 "경계 잘못해서 생때같은 병사들을 다 희생시킨 지휘관이 이렇게 고개 빳빳이 들고 다니며 막 삿대질을 다니고 그런다"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고 기자는 당시 최 전 함장을 두고 "당장 군법회의로 보냈어야 할 놈"이라며 "진급까지 시켜서 무사 전역시켜 놓으니 이따위로 기고만장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게시글에 대해 최 전 함장과 천안함 생존 장병 측은 "함장, 유가족, 생존장병들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에 적극 대응 중이다"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후 A 씨와 고 기자는 게시글을 지운 뒤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최 전 함장은 순직 장병 및 유족의 명예에 대한 훼손을 우려, 이들에 대한 고소를 강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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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누리꾼들은 천안함 희생자 및 생존장병들을 비난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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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피격 사건이 벌어진 지 올해로 11년이 지났지만, 희생자와 생존자를 향한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최 전 함장과 생존장병을 겨냥한 막말이 이어졌다.


최 전 함장이 최근 공개한 비난 사례를 보면, 한 누리꾼은 "난 여지껏 극단적 선택을 안 한 당신(최 전 함장)이 더 괴상하다"라며 "하다못해 침몰하는 고깃배 선장도 배와 운명을 함께 하는데, 사십명 넘은 젊은 군인 수장시켜 놓고 원인 파악조차 못했던 쓰레기"라고 폭언을 퍼붓는다.


희생 장병들을 두고 '패잔병'이라며 주장하는 글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 쓴 글에서 "왜 천안함이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실전과 같은 군 생활을 한 제 입장에서 천안함은 그냥 경계에 실패한 패잔병이다. 많이 떼지어 죽었다고 그들의 수백배 더 많은 다른 호국영령들보다 더 극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최 전 함장은 사건 생존자들이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지난 3월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여러분이 따뜻한 방에서 천안함에 악성 댓글을 다는 이 순간에도 차디찬 바다와 냉혹한 사회에서 먼저 간 전우들을 그리워하며 죽지 못해 이 악물고 버티고, 또 버티고 있는 천안함 생존장병들이 있다"며 "그들은 어떤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라, 살아 돌아와서 고맙다는 한마디를 듣고 싶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최 전 함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도 재차 "생존장병 중 한 명은 오늘도 진정제를 맞았고, 현역 전우들은 전역 내신을 낸다고 전화가 온다"라며 "더는 잃을 것 없는 사람들을 건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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