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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미래 세대에 빚 떠넘기는 공공기관, 방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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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서 부채 늘고, 영업이익 70% 급감

도덕적 해이와 낙하산 인사로 부실 커져

중앙일보

공기업 부채 증가 추세. 김경진 기자


공공 분야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해 347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544조원을 넘어선 사태는 문재인 정부 초반부터 예견된 일이다. 탈원전과 일자리 창출, 공공주택 공급 확대같이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정책의 부담을 공기업에 떠넘긴 결과다. 경영 상황이 멀쩡하다면 그게 이상할 정도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지방대학이 몰락해 교육부가 한계에 이른 대학을 정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마당에 1조6000억원을 들여 전남 나주에 한전 공대를 짓는다. 한국전력공사의 부채는 지난해에만 3조8000억원 늘었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공기업의 영업이익은 70%가량 급감했다. 2016년 5개였던 영업이익 적자 공기업은 지난해 17개로 크게 늘었다. 그런데도 공기업 인건비는 같은 기간 계속 증가했고 평균 연봉이 4년 만에 7839만원에서 8155만원으로 올라갔다. 2019년 기준 1132조를 넘어선 공공부문 부채가 2024년엔 1855조원(GDP 대비 81.5%)에 이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채는 결국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 특히 취업난의 암울한 현실에 고통받는 미래세대가 그 빚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경영실적 악화로 적자가 나는데도 임직원은 거액의 성과급을 챙기는 도덕적 해이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LH 직원 투기와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에서 나타난 공기업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공기업은 수렁에 빠져 허덕이는데 임직원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도덕 불감증에 대한 엄단과 철저한 재발 방지책이 시급하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 실적이 급락한 1차 책임은 정권에 있다. 고용 증대와 정규직화 등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기업을 이용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는 공기업을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셈이다. 끝 모를 추락을 막으려면 비정상적인 공기업 평가 기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등 과도한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의 비중을 낮추고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등 경영에 직결되는 항목의 배점을 높여 경영 성과가 좋은 공기업만 성과급을 받는, 평가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이 모든 모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보은 인사’ 관행을 뿌리 뽑는 노력이 절실하다. 차기 대통령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막바지 낙하산 인사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취임 직후 공언처럼 낙하산·보은 인사를 단절하고 역량 있는 경영자에게 키를 넘겨야 공기업의 경영이 나아질 수 있다. 이 정부가 이런 당위적 노력을 계속 소홀히 한다면 감사원을 비롯한 사정기관이 철저한 감시와 조사로 공기업 방만 경영의 책임자를 색출해 엄벌하는 길 외에는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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