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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中 일대일로 지우는 美… 시진핑의 중국몽 '시험대' [글로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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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G7 정상 만난 영국에서
새로운 인프라 프로젝트 제안
개도국에 부채 떠안긴 中 저격
"동맹국 주도로 중남미·阿에 투자"
일대일로 참여국가 등 돌릴땐
中 '2035년 G1 등극' 계획 흔들
美 요청대로 G7 참여할지는 미지수
伊 "中과 경쟁 자제를" 목소리도


파이낸셜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G7 로고 아래)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을 주재하고 있다. 존슨 총리 옆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시계 방향)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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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세계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에 찬 중국의 청사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개발부터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2035년 중장기 계획, 쌍순환 전략(내수 중심의 국내외 대순환)까지 어느 하나 순탄한 것이 없다. 중국은 14억명 이상의 초대형 소비시장을 밑거름 삼아 자국의 과학기술을 '굴기' 시키고 대외적으론 일대일로 중심의 글로벌 경제권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통해 2035년 이전까지 미국의 G1 지위를 빼앗아 오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외부 세계의 견제와 압박은 녹록하지 않다. 홍콩·대만, 신장위구르자치구·티베트, 인도·태평양, 반도체·통신, 무역·환율, 코로나19기원론·백신 등 전방위적 '대중국 때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본격적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집권 시절부터다. 트럼프 행정부는 노골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경제·외교적 공격을 강행하며 마찰을 빚어왔다. 디커플링(탈동조화)이나 신냉전시대 개막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대화 자체가 어려웠던 트럼프 정부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중국은 '소통과 타협'을 기대했다. 국제무대에서도 연일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협력에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러한 희망이 섞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내용물은 기대가 아니라 '실망'만 가득했다. 내정간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보복을 경고해도 소용이 없었다. 홍콩국가보안법, 반외국제재법 등 나름 강경 대응했지만 외부의 견제 강도는 오히려 점차 수위가 올라갔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변화의 핵심은 '우호국·동맹 강화'다. 전임 정부가 양자주의 형태로 중국을 겨냥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주의 복귀를 외치고 동맹국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대중국 포위망'으로 이해된다.

■대중국 포위망 확장판 'B3W'

주요7개국(G7)이 12일(현지시간) 영국 G7정상회의에서 '더 나은 세계재건'(B3W) 출범에 합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의 글로벌 확장판이다.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가 신장위구르 인권, 홍콩 민주화훼손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을 제재한 것은 중국 입장에선 '내정간섭'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에 대응해 새로운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을 구축키로 한 B3W는 명분이 다르다. 중국이 저소득국과 개발도상국에 인프라를 지원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는 것을 봉쇄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내정간섭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다.

대신 내수를 중심으로 대내외적인 대순환 발전을 이루겠다는 중국의 글로벌 미래 전략에 제동을 건 성격이 강하다. 중국 기업 제재와 반도체 공급 차단 등이 중국의 내수 성장을 막는 것이라면 B3W는 그 후 중국의 대외 확장정책을 통로를 막겠다는 의미다. 즉 중국 쌍순환 정책을 봉인하는 투트랙 전략의 한 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육·해상으로 묶는 거대 경제권 구축 프로젝트 '일대일로'를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중국몽'으로 꼽힌다.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는 방법을 써왔다. 지금까지 171개국과 국제기구가 일대일로에 동참했다고 중국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겨지는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까지 일대일로로 공략했다.

그러나 중국은 SOC 사업에 들어가는 자본을 중국국유은행에서 끌어왔고 건설은 자국국유기업에게 맡겼다. 근로자·원자재도 중국에서 공수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장기 대여금이나 차관 등으로 제공됐다.

지난해 중순 기준 일대일로와 연계해 추진하는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 인프라 프로젝트는 2600개 이상이며 금액은 3조7000억달러(약 4200조원)에 달했다.

참여 국가는 일대일로를 통해 자국의 발전을 희망했지만 꿈에 불과했다. 경제적 성과는 중국이 모두 가져가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게는 SOC 시설과 부채 밖에 남는 것에 없게 됐다. 여기다 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넣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일대일로에 참여한 저소득국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를 '일대일로 채무의 덫'이라고 지적해왔다. 중국이 저소득·개발도상국에 부채를 떠안기고 이를 무기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일대일로 참여국의 대중국 부채 규모는 3800억달러(약 462조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가 빌린 중국 자금은 전체 중 38%가 넘는 1450억달러(약 17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국가는 또 불투명하고 강압적 방식의 운영으로 인해 그동안 구축한 민주적이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미 당국자는 "이것은 단지 중국과 충돌하거나 대응하는 것만이 아니다"라며 "(B3W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대안일 뿐만 아니라 G7 파트너와 함께하는 야심찬 새로운 글로벌 인프라 이니셔티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등 G7이 일대일로 대체

B3W의 토대가 된 '더 나은 재건'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전염병 대유행 극복과 경기 회복, 인종차별 등 미국 내 갈등 해소를 위해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내건 슬로건이다. B3W는 이를 세계로 범위를 넓힌 것이 된다.

미 백악관은 "개발도상국의 40조달러(약 4경4660조원) 인프라 요구를 돕기 위해 G7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라면서 "높은 기준의 가치를 지향하는 투명한 인프라 파트너십"이라고 전했다.

즉 B3W는 지금까지 중국이 저소득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지원으로 세력을 넓혀온 만큼 이제부터라도 그 역할을 미국 중심의 동맹국이 맡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B3W가 중남미에서 아프리카, 인도태평양 지역에 걸쳐 통일된 비전을 갖추고 국제적, 국가별 개발금융기구는 물론 민간 분야도 동원해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미 백악관이 밝힌 것처럼 이들 국가에 대한 지원이 시작될 경우 중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원 대상 입장에서도 중국의 보복과 견제만 없으면 G7의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당한 실리를 챙기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압박 등 中반격 가능성

다만 중국이 여태껏 공들여 놓은 일대일로 정책을 손 놓고 빼앗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에게 일대일로는 글로벌 경제권 구축 외에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뚫은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국제무대는 각 국가별로 발언권이나 투표권이 있으므로 중국 울타리 안에 있는 일대일로 참여국은 서방국가에 대항해 중국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고위직에 자국인을 앉히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따라서 일대일로 참여국이 중국 대신 미국 등으로 노선을 바꿀 움직임이 보일 경우 부채 상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시 주석을 비롯해 외교 고위라인을 동원해 연일 일대일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코로나19 백신과 경제지원, 협력 등이 제시되기도 한다. 한국과는 신남방·신북방정책과 일대일로를 연계협력하는 시범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반면 G7 모든 국가가 미국의 요청대로 행동할지 불투명하다는 점은 중국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외신들은 중국에 강공책을 펼치는 미국과 달리 G7 중에는 중국과 경제적 관계 등을 고려해 압박이나 강경일변도로 나가는 데 우려를 표시하는 국가도 있다고 분석했다.

G7 중 이탈리아는 일대일로 참여국이다. 이탈리아는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상당수 맺어오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방역 등 중국의 지원을 꾸준히 받아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등 일부 G7 정상들이 기후 위기와 같은 다른 중요한 문제에 대한 협력을 방해할 정도로 중국과의 경쟁을 추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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