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이슈 G7 정상회담

바이든표 反中블록 ‘B3W’… G7은 온도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개도국 빚의 덫’ 中 일대일로 겨냥

“더 우호적이고 투명한 자본 제공”

대중무역 셈법 달라… 바이든 시험대

세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돌아온 미국’이 주요 7개국(G7)의 이름으로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맞불을 놨다. 중국이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더 우호적이고, 친환경적이며, 투명한’ 자본을 제공해 이들 국가가 더는 중국과 손잡을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일부 국가는 회의적 반응을 보여 반중 전선 구축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G7 회의와 미국을 겨냥해 거친 언사로 비난을 쏟아냈다.

미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G7 정상들이 이른바 ‘세계를 위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for the World·B3W)’을 위한 파트너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특히 “G7 정상들과 만나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논의하고 저소득 및 중산층 국가들의 엄청난 인프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B3W는 사실상 중국 일대일로 견제가 목적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또 동남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묶는 프로젝트로 2013년부터 추진 중이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대주고 이를 빌미로 그 나라에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빚의 덫 외교’(debt-trap diplomacy)란 비판을 받고 있다.

‘돌아온 미국’을 천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민주주의 리더십을 회복해 동맹과 함께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그는 B3W를 통해 △기후 △보건 △디지털 기술 △성평등 4개 분야에 집중적으로 자본을 동원할 계획이다. 석탄화력발전소나 댐, 개도국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값 비싼 항만이나 철도 등 가리지 않고 투자해 개도국을 ‘빚의 덫’에 빠뜨리는 중국과 달리 친환경적이고 비강압적이며 투명한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념촬영에 앞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및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다룬 확대정상 회의 1세션에 참석해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콘월(영국)=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수천억달러를 투입한 중국의 일대일로를 무력화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동원할지가 문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공산당과 달리 G7 정부는 기업 팔을 비틀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B3W는 야심찬 미사여구에 비해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G7 안에도 온도차가 있다. AP통신은 “일부 유럽 국가는 중국과의 분열을 우려해 (행동을) 주저한다”면서 “G7 정상이 이런 조처를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바이든 대통령은 G7이 중국에 더욱 강경한 노선을 취하라고 요청하지만 모든 동맹이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간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중국에 수출하는 독일, 중국의 이웃이자 교역 상대국인 일본, 일대일로에 동참한 이탈리아를 예로 들었다. 블룸버그 통신도 “G7이 중국 영향력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강한 압력에 옥신각신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좀 더 매파적인 자세를 취하려 하지만 일부 다른 정상은 G7이 노골적인 반중 블록으로 비칠 위험성을 경계한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이 서방의 제재를 본격적으로 반격하고 나서는 경우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는 동력을 잃을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과거 중국의 외국 제재 대항 조치들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했다면 최근 도입한 ‘반(反)외국제재법’은 다국적 기업을 딜레마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법은 중국 기업이 외국 정부가 가한 제재로 손해를 입었을 때 제재 이행에 동참한 외국 기업 등을 상대로 자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세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칭하이성 하이베이 티베트족 자치주 강차현의 한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인사말을 하는 모습. 카비스베이·강차=AP·신화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을 비롯해 나이키, 아디다스 등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밝힌 일부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중국의 우선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 기업에 비해 서방 국가가 덜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제재를 이행하기 위해 화웨이에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첨단 반도체 공급을 끊은 대만 TSMC도 반외국제재법의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 법률 제정 협의에 직접 관여한 톈페이룽 베이징대 법대 교수는 “화웨이가 경제적 손실을 물어내라며 TSMC에 소송을 낼 수 있고 법원은 TSMC에 배상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G7 정상회의를 겨냥해 “진정한 다자주의가 아니다”라며 “다자주의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원칙에 근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G7 회의 첫날인 11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다. 미·중 외교 수장의 대화는 지난 3월 알래스카 담판 이후 처음이다.

통화에서 블링컨 장관은 홍콩에서 민주적 규범 악화, 신장 지역 위구르족 등에 대한 집단학살과 범죄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양제츠 정치국원은 “일부 미국인이 우한 실험실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꾸며냈다”고 비판한 뒤 대만 문제에 대해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분할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및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1세션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콘월(영국)=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G7 정상들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저감에 매년 100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는 2015년 파리협정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지키지 못한 약속을 ‘이번에는 지키겠다’고 다짐했을 뿐이란 평가다.

또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15%와 이익률 10% 초과 다국적 기업이 돈 번 나라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에 G7 정상이 지지 의사를 밝힐 전망이다. 지난 5일 G7 재무장관 합의사항이 정상들의 지지로 더욱 격상되는 셈이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를 거론하며 “인류의 노력과 예지로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에서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도쿄올림픽 강행 의지를 밝히는 등 이번 다자외교 무대를 올림픽 외교에 적극 활용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G7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개별 양자 면회·회담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윤지로 기자, 워싱턴·베이징·도쿄=정재영·이귀전·김청중 특파원 kornya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