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르포]'한 자리서 천연물 추출에서 분석까지'...KIST 강릉 천연물 연구소 가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KIST 강릉분원 스마트팜센터 내 토마토 재배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천연물은 살아 있는 생명체가 생성하는 화합물을 일컫는다. 합성화합물 대비 부작용이 적은 게 장점이다. 이 때문에 약효가 뛰어난 천연물 성분을 찾아면 식의약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가 천연물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이다. 과거엔 알려진 약효 식물 등에서 일부 천연물을 추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다양한 생물에서 천연물을 발굴하고 약효 함유량을 높이는 생장 조건 발굴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된다.

국내에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릉분원(천연물연구소)이 관련 연구를 주도하며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2003년 설립 이래 대형 기술이전 16건을 포함, 총 43건의 천연물 관련 기술을 민간에 이전했다. 3년간 예산 대비 기술료 수입(연구생산성)은 전체 출연연 중 2위다. KIST 강릉분원을 찾아 천연물 연구 현황과 스마트팜 기술 경쟁력을 들여다봤다.

◇천연물 전주기 연구 체계 구축

전자신문

권학철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장이 장내모사시스템을 설명하는 모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강릉 KIST 천연물연구소를 방문했다. 먼저 천연물소재연구센터와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등이 자리한 본관을 찾았다. 이곳에선 천연물 소재 발굴, 약효 기전 규명부터 화합물, 단백질, 유전체, 전사체, 대사체 등 천연물 통합 오믹스 데이터 구축까지 천연물 전주기 연구가 진행된다.

본관 2층엔 천연물 연구에 필요한 일련의 장비가 한데 모여 있다. 기업, 대학 연구자가 천연물 연구 장비 사용을 위해 여러 곳에 협조를 구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연구장비공동활용센터로 구축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초고속 생리활성 탐색 시스템(HTS)이다. 다양한 천연물 성분 중 약효를 갖는 활성 성분을 찾는 장비다. 하루에 5000종의 천연물을 실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십 종의 식물 가운데 항암 성분이 있는 종을 찾고 싶다면 HTS에 암세포를 처리, 활성을 보이는 천연물을 찾아낼 수 있다.

권학철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장은 “사람이 물리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횟수의 시험이 가능한 장비”라면서 “다양한 연구자가 시험할 때 발생하는 오차 문제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HTS 맞은편엔 자동 분리·분석·분획 고성능 액체분석 시스템(셉박스)이 있다. 셉박스는 HTS에서 효능이 확인된 성분을 분석하는 장비로 천연물이 몇 개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HTS, 셉박스를 거치면 특정 식물의 약효와 성분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복도 맨 끝방으로 들어가자 '핵자기공명분광기'가 보였다. 천연물용 자기공명 영상장치(MRI)다. 천연물의 화학구조를 파악하는 데 쓰인다. 약효 성분이 확인된 천연물의 구조를 파악하면 합성 가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합성이 가능한 구조로 판명되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권 센터장은 “천연물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를 한 곳에서 한 번의 신청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천연물의 추출, 성분 확인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파악, 구조 분석이 가능한 연구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수직농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본관에서 나와 2, 3분쯤 걸어 스마트팜 건물로 이동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유리벽 너머로 층층이 쌓인 식물 재배대가 보였다. 다양한 식물이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었다. 과거엔 이런 재배공간을 식물공장이라 칭했지만 최근엔 수직농장으로 부르는 게 일반화 됐다.

수직농장 한편에선 병풀이 자라고 있었다. 병풀은 상처 치유, 혈액순환 성분인 마데카식산 성분 함량을 품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라지만 마다가스카르에서 자라는 병풀이 마데카식산 함량이 월등해 대다수 수입에 의존한다.

수직농장은 병풀의 마데카식산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생장 조건을 찾기 위해 센서 등 다양한 정보통신(IT) 기술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수집, 분석한다.

김형석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장은 “센터에 식물과학, IT, 라이프사이언스 연구자가 약 3분의 1씩 고르게 배치 돼 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생장 환경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팜 건물을 나와 정문쪽으로 이동하자 거대한 온실농장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로 들어가자 토마토가 열을 맞춰 자라고 있었다. 토마토 나무 위엔 와이파이 공유기 같은 작은 장치가 규칙적으로 장착돼 있다. 열화상 센서다.

김 센터장은 “열화상 센서로 토마토 나무 잎의 온도를 파악, 수분 증발산 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면서 “증발산 정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급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수직농장과 달리 이곳은 실제 농가 재배환경과 비슷한 환경에서 대량생산에 필요한 기술 등을 점검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푸드주크박스 모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온실 옆엔 작은 미니 냉장고만한 상자가 쌓여 있다. KIST가 개발한 푸드 주크박스다. 이 장비는 통신으로 식물재배환경을 제어하고 센서를 통해 다양한 생육 데이터를 수집한다. 재배 환경 차이에서 발생하는 맛과 향의 비밀을 밝히는데 적합하다. 예를 들어 남미 고산 지대에서 재배한 커피에서만 나는 독특한 향의 이유를 밝히고 싶다면 주크박스내부를 유사 환경으로 조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천연물 연구 고도화로 글로벌 식의약품 개발에 도전

KIST 천연물연구소는 2033년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이때까지 세계에서 통용되는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연구소를 들여다보니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KIST는 약물표적발굴부터 약효성분 최적화, 산업화 원료 대량생산 공법 개발, 임상까지 천연물 연구 전주기 요소 기술을 확보했다. 천연물 기초-중개-산업화 연구 플랫폼을 갖춘 유일한 기관이다. 최근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천연물 R&D를 고도화를 꿰하고 있다.

이미 확보한 수천 개의 천연물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성분의 효능, 독성 예측 영역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식물의 약효 성분 함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생장 조건을 개발하며 궤를 맞춘다.

장준연 KIST 강릉분원장은 “논문 등 학술적 성과와 더불어 식의약품 개발 측면에서도 성과를 창출, 사회에 환원할 시점”이라면서 “창립 30주년 시점에 글로벌 식의약품을 선보여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