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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준석, 선거비용 겨우 2000만원…‘절약 선거’ 지속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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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직과 돈을 뛰어넘은 ‘바람’
선거비용 2000만원
1억5천만 후원금에서 남은 부분은 당에 귀속할 전망


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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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돈과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2등을 한 홍준표 후보가 한 말.)

정당의 당대표를 뽑는 선거는 대체로 ‘돈과 조직’이 좌우한다는 게 과거의 사례에서 확인된 명제다. 2010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는 안상수 후보에게 지고 나서 “앞으로 조직을 좀 (관리)해야겠다”고 말했다. 정당에서 ‘조직 관리’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30대 대표라는 초유의 일 이외에 전당대회 과정에서 쓴 비용이 200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는 점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코로나19 시국으로 과거처럼 대규모 ‘동원 정치’가 애시당초 불가능했던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후원금으로 모금한 1억5000만원 중 선거비용으로 쓰고 남은 1억3000만원 가량을 당에 돌려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치권에선 ‘저비용’ 선거가 자리잡아 신인들의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과제는 많다.

이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정확한 경선 비용이 추산되지 않았지만 적게는 2000만원, 많게는 3000만원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남은 후원금은 당에 귀속돼 ‘토론배틀’ 등 공약 이행 등에 쓰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후원계좌를 연 지 이틀 만에 1억5000만원 한도를 채웠다.

이 대표의 비용 절감은 파격적인 수준이다. 보통 당권주자로 나서면 캠프 운영이나 문자 홍보로 수천만원씩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체육관으로 당원들을 동원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은 때론 수사로도 이어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단체 문자 등을 이용하려면 한 번에 2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고, 3번만 해도 5000만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라며 “인건비에 있어서도 보좌진이 없는 원외 인사들은 사람을 따로 써야 하기에 상당히 부담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존에는 모금액을 다쓰면 다썼지 남기는 사례는 보기 힘들었다”며 “이 대표는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미 확보한 인지도가 있고 언론보도에서 ‘이준석 돌풍’도 띄워진 만큼, 상당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단체 문자 등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비대면’ 선거전과 이 대표 특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선거 운동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는 캠프 사무실도 내지 않고, 지원 차량도 없이 선거를 치렀다.

정치권에선 향후 이같은 저비용 선거가 자리잡아 신인들의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앞서 1억원에 달하는 기탁금 문제가 신인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 기탁금을 1억원에서 8000만원으로 낮추고, 청년 최고위원 후보의 기탁금도 원내 후보는 1000만원, 원외 후보는 500만원으로 잡은 바 있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낮은 정치 신인들은 본인을 알리는 데만도 많은 비용을 쏟아야 한다. 저비용 선거는 사실 이 신임대표처럼 인지도가 있는 인사들에게만 가능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진짜 정치 신인에게 저비용 선거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신인들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적인 개선도 필요할 것”이라며 “이 대표도 비슷한 구상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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