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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터뷰] 윤용필·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 “네이버·카카오式 공격 투자와 다른 길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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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서초구 KT스튜디오지니 사옥에서 만난 윤용필(사진 오른쪽), 김철연 공동대표.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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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은 역설적이게도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가입자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왔다. OTT 플랫폼은 콘텐츠 소비의 주요 경로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또 하나의 변화는 콘텐츠와 미디어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제작자는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미디어 사업자는 플랫폼에 필요한 콘텐츠 확보를 고민하고 있다. 인터넷TV(IPTV)인 ‘올레tv’, 유료방송 ‘스카이라이프’ 등을 보유하고 있는 KT가 최근 ‘KT스튜디오지니’라는 미디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콘텐츠의 본격적인 생산·유통에도 뛰어든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다.

11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KT스튜디오지니 사무실을 찾아 윤용필, 김철연 공동대표를 만났다. 지난 5월 말 강남에 둥지를 틀면서 일부 미디어를 초청해 오픈하우스를 개최했다. 두 대표는 KT스튜디오지니의 핵심 미션 중 하나인 ‘콘텐츠 확보’에 대한 KT의 철학을 공유하고, 최근 이런 콘텐츠 유통의 최대 플랫폼으로 부상한 OTT와의 협업, 고민도 털어놨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035720)가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웹툰·웹소설 제작사 인수, 지분투자에 잇따라 나서며 원천 지식재산권(IP)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KT스튜디오지니는 계열사인 스토리위즈의 IP를 활용하는 것 외에 어떤 대안으로 경쟁 대열에 나서고 있을까.

김 대표는 “경쟁적으로 지분투자해서 우산 안에 수직계열화하는 방식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힘들더라도 콘텐츠 제작사,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구조로 사업하려고 한다”라며 “단, 이들 크리에이터가 회사를 만들 경우 인수가 아닌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은 있다”라고 했다. 윤 대표도 “공격적 지분 투자는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라면서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해 수익을 공유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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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필 KT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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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스튜디오지니는 동시에 글로벌 OTT 등과 콘텐츠 공동제작, 유통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현재 한국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가장 강력한 매체는 OTT다”라면서 “글로벌 OTT와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논의하고 있고, 동시에 특정 국가의 경우 TV 방송국과도 얘기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미주, 유럽 지역을 나눠서 각기 다른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고도 했다.

KT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OTT인 ‘시즌’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표는 “강호성 CJ ENM 대표가 엄청나게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CJ ENM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8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콘텐츠 핵심 유통채널로 떠오른 ‘티빙’을 2023년 ‘국내 1위 OTT’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OTT 시장에서 ‘시즌’의 월간 순사용자 수는 190만명으로 넷플릭스(816만명)의 약 5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웨이브(370만명)’, CJ ENM의 ‘티빙(279만명)’에도 크게 밀리고 있다.

이와 함께 CJ ENM은 12일 0시부터 LG유플러스의 OTT인 ‘LGU+모바일tv’에서 tvN·엠넷 등 10개 채널의 송출을 끊기도 했다. 적정한 채널 송출료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콘텐츠에 대해 제값을 받겠다’고도 나선 것이다. KT의 시즌 역시 같은 문제로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거대 OTT의 국내 상륙이 임박한 만큼 ‘국가 공동 플랫폼’으로 대항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한 개별 OTT가 다투기만 하는 현 상황에서는 경쟁력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는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내 좋은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콘텐츠가 글로벌 OTT를 통해 팔리는 것은 재주는 곰(크리에이터)이 넘고, 돈은 왕서방(OTT)이 버는 것”이라면서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에 팔리고 잘 됐지만, 넷플릭스도 승리호를 사서 글로벌에서 10배 이상 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로컬 OTT는 그 돈 내고 승리호 같은 작품을 살 수 없는 만큼 통신 3사가 연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가 공동 OTT 플랫폼’을 키울 수 있다면, 한국이 콘텐츠 생산기지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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