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베테랑]"킁킁, 여기 시신이…" 감쪽 같은 사건장소서 증거 찾는 체취증거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김주현 기자]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머니투데이

'체취증거견 핸들러' 인천경찰청 과학수사과 김재홍 경사(40)/사진=홍순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16년 9월2일 경주시 안강읍 인근에서 가족과 마지막 통화를 한 유영순씨(당시 44세)가 실종됐다. 경찰은 단순 실종이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실종 한 달만에 유씨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손모씨(44)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붙잡았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에서 난항을 겪었다. 시신을 유기했다고 추정되던 장소는 방수 페인트 등으로 모든 흔적이 지워져 있었다. 계속되는 경찰의 추궁에도 손씨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던 중 같은해 10월7일 유씨의 시신 일부가 발견되며 수사가 급진전됐다. 육안으론 깨끗해 보이는 시신 유기장소에서 체취증거견 '에로스'가 냄새를 맡고 시신 일부를 찾은 것이다. 이후 손씨는 범행을 인정하고 자백했다.

이 사건을 해결한 '에로스'는 후각을 이용해 범행 현장에서 시신, 혈흔이 묻은 범행 도구 등을 찾아내는 과학수사견이다. 에로스를 훈련시키고 현장에서 함께 사건을 해결한 인천경찰청 과학수사과 김재홍 경사(40)는 2014년부터 활약한 베테랑 '체취증거견 핸들러'다.

김 경사는 당시 사건을 회상하며 "육안으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던 잔혹한 범행 현장에서 오직 에로스만 증거를 찾았다"며 "에로스가 없었다면 잔혹한 살인사건이 단순한 실종사건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고 했다.


전국 각지 살인·실종사건 현장 다니는 핸들러

머니투데이

(좌) 2016년 경주 안강읍 실종사건을 해결한 체취증거견 '에로스' (우)김재홍 경사와 에로스가 함께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사진제공=김재홍 경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경사처럼 체취증거견을 다루는 핸들러는 경찰 내에서도 흔치 않은 보직이다. 2012년 10월22일 수사목적견 종합 운영 계획에 따라 8개 청 8명으로 시작해 현재 13개청 22명이 핸들러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체취증거견과 한 팀을 이뤄 전국 각지의 시신, 범행 도구,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된다.

김 경사 역시 인천경찰청 소속이지만 경주, 부산, 강진 등 이때껏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전국 각지 현장에 가장 먼저 나와 체취증거견에게 냄새를 각인시키고 또다른 증거가 없는지 찾기 위해 가장 늦게까지 수색 작업을 벌인다"고 했다.

그는 군에 있을 때 수색견을 운용했던 것이 계기가 돼 핸들러에 지원했다. 김 경사는 "많은 사람들이 개를 다루는 일이 쉬울 거라 생각하지만 섣부른 판단이라며 "급박한 훈련, 현장에서 말 못하는 증거체취견의 상태 등을 일일이 체크하고 조치해야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또 "매일같이 체취증거견들과 산에서 훈련을 한다"며 "우리가 먼저 올라가 마네킹, 부패시료가 묻은 증거물 등을 숨겨 놓고 체취증거견들이 찾으면 이를 수거해 또다른 산으로 이동, 반복한다"고 했다.


"체력은 기본, 사회성, 활동성 소유욕까지 모두 갖춰야"


머니투데이

현재 함께 체취증거팀을 이뤄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체취증거견 '로즈'와 김재홍 경사/사진제공=김재홍 경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경사와 함께 호흡을 맞춘 체취증거견은 검지, 에로스, 로즈 3마리다. 지난해 12월 김 경사와 6년 간 함께 한 에로스가 나이가 많아 은퇴한 후 지금은 레브라도 리트리버인 로즈와 함께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새로 증거체취견으로 뽑기 위해 강아지들의 체력, 사회성, 활동성, 소유욕 등을 본다고 김 경사는 설명했다. 그는 "어린 강아지들의 기질을 보고 증거체취견으로 잘 성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수색 장소에서 견줄을 풀고 자율 수색을 벌이기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들을 공격하는 성향을 가진 개들은 체취증거견에 적합하지 않다"며 "체력이 좋고 활동성이 왕성해야 오랜 시간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벌일 수 있으며 소유욕도 있어야 좋다"고 했다.

김 경사가 지난해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애견 훈련소에서 로즈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로즈는 어린 강아지였을 때부터 사회성이 남달랐고 활동성도 남달라 보자마자 '저 친구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경찰로서 갖는 책임감, 부담감 갖고 현장에서 더 열심히 뛴다"

김 경사는 8년간 체취증거견 핸들러로 활약하며 보람찬 순간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2019년 인천 영흥도에서 실종된 26세 여성을 투입 8시간 만에 증거체취견이 찾아 가족에게 인계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는 생각에 경찰로서 뿌듯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한편으론 핸들러로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다고 했다. 경찰로서 현장에서 증거물을 발견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사건 해결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벌일 때 체취증거견과 함께 팀을 이뤄 모든 땀과 노력을 쏟아붓는다"며 "핸들러들은 체취증거견이 가는 길을 그대로 쫓아가야 하기 때문에 바위산, 절벽 등 위험한 곳도 서슴지 않고 가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일반 민간 수색사분들도 현장에서 고생하며 수색 작업에 참여하지만 경찰로서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핸들러들과 체취증거견은 현장에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뛴다"고 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