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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 인터뷰] 김명민 "'로스쿨'=기피 장르, 성공 확신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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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로스쿨' 종영 인터뷰
"대본 너무 어려워, 간극 좁히는데 오래 걸렸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작품으로 남길"
"2004년 슬럼프, 연기 그만두려 했다"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텐아시아

'로스쿨' 배우 김명민./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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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한 페이지 정도의 대사여도 법적 용어가 많아 외우는데 시간이 10배 이상 걸렸어요. 법적 용어들은 이해 없이는 외울 수 없더라고요. 잠깐 딴 짓 하고나면 까먹었죠. 옆구리를 딱 찌르면 나올 정도로 연습했습니다. 이해 안 되는 것들을 사전이나 판례들을 찾아봤죠. 이해가 돼야 대사로 읊을 수 있었고, 그래야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기에 다른 작품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배우 김명민이 JTBC '로스쿨'에서 양종훈 캐릭터를 연기하며 힘들었던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로스쿨'은 한국 최고 명문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펼쳐지는 캠퍼스 미스터리 드라마. 극중 김명민은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 해결하는 로스쿨 형법 교수 양종훈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

'로스쿨'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묻자 김명민은 "작품이 너무나 어려웠다. 10분을 넘기지 않는 짤막한 클립 영상을 보는 시대에 이러한 정통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JTBC 본부장으로 있던 김석윤 감독님에게 '이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감독님 밖에 없다. 감독님이 연출을 맡는다고 하면 출연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석윤 감독이 원래 예정된 촬영을 미루고 '로스쿨' 촬영을 먼저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석윤 감독과는 사극 코미디 영화 '조선 명탐정' 시리즈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명민은 "'조선 명탐정' 시리즈를 찍을 때는 어떻게 하면 더 웃길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짜다가 법정물 드라마로 만났기 때문에 나도 어떨지 궁금했다"며 "예상만큼 좋았다. 아쉬웠던 건 영화 현장과는 다르게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서로가 책임지며 해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사담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게 아직까지 한으로 맺혀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석윤 감독님을 보면 무한한 신뢰가 생겨요. 배우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죠. 감독님은 콘티를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요. 쉬는 날에도 스텝들과 감독님이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더라고요. 쉬는 날인데 뭐하냐고 물으니 배우한테 민폐 안 끼치려고 연습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요. 우리 현장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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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배우 김명민./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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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이 연기한 양종훈은 '양아치 법조인' 대신 '올바른 법조인'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숨 막히는 수업방식과 독설이 난무하는 직설화법으로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인물. 첫 회부터 "이 사건의 쟁점은?"이라는 명대사 탄생과 함께,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강하게 옭아매는 장면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모습은 김명민의 전작 '베토벤 바이러스'(2008)에서 연기한 강마에를 떠올리게 했다. 김명민도 이에 공감했다. 그는 "나 역시 초반 대본을 봤을 때 강마에와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물어보니 작가님이 일부로 그렇게 쓰셨다고 하더라. '강마에' 김명민을 알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견 이었다"며 "그러나 강마에 캐릭터를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으니 그 맛을 살리되 최대한 강마에의 기시감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말투와 어미에서 나오는 부분들에서 어쩔 수 없이 비슷해진 부분이 있지만, 나름 양종훈의 모습에 강마에 특유의 모습이 보인 듯해서 다행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앞서 드라마 '개과천선'(2014)에서 김석주라는 변호사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그는 "양종훈은 김석주와는 맥을 같이 한다"며 "김석주는 선과 악이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양종훈은 악처럼 보이지만 악이 아니다. 나는 양종훈 같은 법조인만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로스쿨'을 보고 힘을 얻으셨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양종훈과 저의 싱크로율이요? 조금 닮은 것 같아요. 근데 양종훈은 조금 재수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전 재수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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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배우 김명민./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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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은 같은 로스쿨 교수로 호흡을 맞춘 배우 이정은에 대해 "이정은 배우는 내가 유일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의 외로움도 슬픔도 보일 수 있는 사람이자 나의 모든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이정은이라는 사람이 그렇다. 첫 술자리에서 내 과거를 이야기 하게끔 하는 마력이 있다. 처음부터 서슴없이 누나라 불렀고, 배즙과 석류즙과 많은 보양식을 챙겨줬을 때 친누나처럼 가까워졌다. 그러다보니 서로가 오랜 작품을 같이 하지는 않았지만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의사, 변호사, 지휘자 등 전문직 역할을 많이 연기해왔다. 그는 "전문직은 다 어렵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는 거다. 내가 만족스럽게 여기는 연기를 하는 일은 평생 없을 것 같다. 전문직 그만하고 싶다"며 웃었다.

양종훈 캐릭터를 그려내는 데 참고한 인물이나 자료가 있냐고 묻자 김명민은 "드라마에 나오는 사건들 위주로 판례를 찾아봤다. 따로 변호사는 만나지는 못했다. 초반에는 스스로 대본을 이해하는 것조차 버거운 시기가 있었다. 작가님의 의도가 드러나 있으나 그걸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다. 그 간극을 좁히는 데만 몇 개월 걸렸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적인 내용조차 이해를 못하면 연기를 할 수가 없기에 사건들과 용어를 이해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이후 인물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들에 대해 파고들었다. 과거와 현실이 교차되는 지점이 너무 많아서 그걸 정리하면서 넘어가지 않으면 연기의 합을 어떻게 맞춰야할지 모르겠더라. 그 합을 맞추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며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실타래가 풀리는 구성이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양종훈을 연기하는 내가 작품을 이해 못하면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는 힘들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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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배우 김명민./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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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노력에 힘입어 '로스쿨'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수목극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김명민은 "잘나오면 당연히 좋지만 시청률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로스쿨'은 시청률도 만족스럽고, 넷플릭스를 통해 몰아서 보겠다고 기다리는 분들도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로스쿨' 시즌2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크다. 이에 김명민은 "시청자들도 이런 드라마에 목마르셨던 게 아닌가 싶다. 수많은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고, 자극적이고 편향된 장르물들이 나오는 시점에 '로스쿨'은 나오기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기피하는 장르였고, 어렵고 생각을 요하는 정통성 있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더 반가워했던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김석윤 감독님이 시즌2 간다고 하면 저도 가아죠. 아직 시즌2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고했다는 이야기조차 제대로 못했죠. 제작진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시즌2를 강력하게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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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배우 김명민./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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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은 1996년 SBS 6시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지만, 오랜 무명 시절을 겪었다. 그러다 2004년 극적으로 KBS '불멸의 이순신'의 주인공 역을 맡게 됐고, 인생연기를 선보이며 '2005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 대중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김명민은 "슬럼프는 데뷔 후부터 꾸준히 있었다. 큰 슬럼프는 연기를 그만 둘 결정을 했던 2004년이었다. 그 후 잦은 슬럼프는 계속 있었고, 그게 어느 정도 나에게 활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보고 고르려 하고 있다. 갑자기 이미지를 바꾸는 것 보다 여운을 주고 나서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명민에게 '로스쿨'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법조인이 아님에도 배우로서 가슴이 뜨거워질 때가 많았다. 법정 드라마는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부분이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믿는다.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철저하게 치열하고 경쟁을 통해 무언가를 이뤄내려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속에 사회 이슈도 투영시켜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배우로서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부분이 컸던 작품이기에 여운도 길게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쿨이' 10년 후에 봐도 재밌는 드라마였으면 좋겠어요. 이 순간으로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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