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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ㅇㅇㅇㅇ, ㅇㅇㅇ"...뜨거운 감자 된 정용진 부회장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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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혜 기자의 생생유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복적으로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사용해온 것과 관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진우·김어준 진행자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 부회장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까지 했다.

온라인에서는 정 부회장이 '일베(극우 성향을 보이는 일베저장소 회원을 칭하는 약자)냐 아니냐' 하는 갑론을박이 거세다.

사건의 발단은 5일 정 부회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산물을 올리고는 "오늘도 보내는 그들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네. 잘 가라.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쓴 것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며 방명록에 "너희들의 혼이 1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쓴 추모글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문 대통령 측은 해당 표현이 "미안한 것은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살려내지 못한 때문이고, 고마운 것은 우리 사회가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새로 깨닫고 거듭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정 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표현을 패러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후에도 정 부회장은 사진을 올리고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영어로 "Sorry" "Thank you"라고 썼다. 현재는 해당 게시물들이 모두 "○○○○, ○○○"라고 변경돼 있다.

비판이 계속되자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8일 "난 원래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쓸어 올린다. 길고 편해서"라며 "그런데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 자기 힘들다고"라고 썼다. 이어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이제 제일 짧은 손가락으로 올릴 거다"라고 게재했다. 문구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자 사실상 오해이지만 그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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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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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에는 오후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는 황희두 정치유튜버와 함께하는 '요즘 뭐하니' 코너에서 정 부회장 SNS 논란을 주제로 다뤘다. 이 코너에서 주진우 진행자는 "(처음에는) 그냥 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정 부회장이 이 표현을 반복해서 쓴다"며 "일베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행태 아니냐"고 말했다. 주 진행자는 "정용진 부회장은 '당신 일베 아니야?'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계속 미안하다, 고맙다를 꿋꿋하게 쓰고 있다"며 "저는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주 진행자와 코너를 진행한 황희두 정치유튜버는 정 부회장에 대한 반응을 전하면서 "최근 논란이 된 일론 머스크처럼 그런 사람을 꿈꾸는 건지 모르겠고, 개인이 어떤 정치색을 가지든 상관없지만 기업 오너가 대놓고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누리꾼과) 기싸움을 하고 조롱하는 건지 무서울 지경이라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9일에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에서는 김어준 진행자가 "정용진의 SNS는 (일베들의) 인식의 연장선상이다. 재벌이 일베를 하면 어떻게 되느냐? 그냥 일베다"라고 강도 높게 저격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정 부회장에 대한 여론은 둘로 나뉘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을 돌려 비판한 것이라고 보는 '우호적 시선'과 사실상 일베인 것을 드러냈다고 보는 '비우호적 시선'이다.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양측 의견은 팽팽하다. 한쪽에서는 "대깨문(문 대통령의 극렬한 지지자를 비하하는 말) 청정지역인 이마트를 애용하자"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베가 운영하는 이마트에 가지 말자"고 주장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실제 의도가 무엇이든, 한 그룹 오너가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나온다. SNS를 활용한 소통 방식이 '신선함'과 '친근함'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지만, 각종 논란과 구설을 낳으면서 도를 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도 오너의 행보를 막을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 부회장이 'SNS 셀러브리티'라는 정체성에 도취돼 '기업 경영인'이라는 정체성을 자주 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절대 '패러디 의도'를 가지고 사용해온 것이 아니다"며 "오해나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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