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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혐오하던 나, 이준석 당선에 박수 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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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무한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노오력'만 외치는 '나쁜 친구'가 되지 않기를

오마이뉴스

▲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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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준석 국민의 힘 신임 당 대표의 당선에 박수를 보내게 될 줄이야. 지금껏 선거에서 단 한 번도 국민의 힘과 전신 정당 소속 후보를 선택한 적이 없다. 투표는 커녕 천지개벽이 일어나도 결코 헤어날 수 없는 '수구 꼴통' 정당이라고 손가락질해온 터다.

오해할까 싶어서 미리 밝혀두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다. 선거 홍보물의 공약을 나름 챙겨 보면서, 정당이 아닌 사람에 투표를 해왔다. 조금 솔직해지자면, 후보마다 대동소이한 공약에 아쉬움이 들 때가 많아 이왕이면 나이 어린 정치인에게 표를 던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거나 '나이가 젊다고 청년은 아니'라는 말에 나름 동의는 한다. 다만,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정치판에서 누군가 그걸 증명해 보여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이따금 TV 화면에 얼굴을 비치는 젊은 '액세서리' 정치인 말고 진짜 청년을 본 기억이 없다.

두 거대 여야 정당의 청년 정치인의 나이 기준이 만 45세다. 내 나이와 어슷비슷한 45살이 청년이라고?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내 나이 올해 쉰, 스무 살짜리 청년의 아빠다. 청년의 아빠도 청년이라는 건데, 청년의 범주가 이렇듯 넓다면 굳이 청년을 호명할 이유는 뭔가.

참고로, 나이 50이면 학교에선 이미 중견 교사다. 중견 교사라고 하면 언뜻 교직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교사를 일컫는 말로 착각하기 쉽다. 급변하는 학교 환경에 적응하거나 새로운 교수법 등을 체득하기 힘든, 더 솔직해지자면 정년퇴직이 가까워지고 있는 교사라는 뜻이다.

이 나이에 청년 교사를 참칭하는 건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학교에선 30대 중반만 넘어도 청년 교사로 호명되기 힘들다. 근래 들어 임용시험 경쟁률이 높아지고 초임 발령 시기가 늦춰져 망정이지 예전 같으면 나이 서른만 돼도 청년 교사라는 말이 어색했다.

생물학적 나이도 젊어야 하는 시대

손주 볼 나이의 어르신들로 득시글거렸던 국회에 30대 중반의 청년 정치인이 거대 야당의 대표로 우뚝 섰다. 그가 평소 피력해온 정치적 성향과 소신에는 동의하진 않지만, 30대라는 젊음이 그 모든 걸 용인하게 만든다. 그의 당선 자체가 우리 정치에 한 획을 긋는 역사가 됐다.

드디어 낡은 정치판에서도 청년이라는 단어가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 같다. 만 45살도 청년이라는 억지 주장을 더는 듣지 않아도 된다. 후배 기수가 총장이 되면 선배들이 물러나는 검찰의 관례처럼 당 대표보다 나이 많은 이들이 정계를 은퇴하는 모습은 너무 나간 상상일까.

이준석 신임 당 대표는 우리 정치판의 '메기'가 될 게 분명하다. 사람들의 오랜 고정관념 속에 민주당이 국민의 힘에 견줘 비교 우위였던 건, 사실 정치적 감각과 정책 역량이라기보다 도덕성에 있었다. 이는 '진보'로 포장되어 남녀를 떠나 젊은 세대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이유다.

지금껏 그런 혜택을 누려왔으면서, 민주당에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민다며 여론을 탓해서는 곤란하다. 도덕적 비교 우위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국민의 힘보다 젊을 거라고 여겨온 이유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실제로 두 정당 정치인들의 평균 연령은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일거에 뒤집히게 됐다. 이젠 민주당이 '복덕방 정당'이라는 비아냥거림을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조만간 있을 두 당의 영수 회담 장면을 상상해보라. 나란히 앉은 1963년생 여당 대표와 22년 터울의 1985년생 야당 대표의 모습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순식간에 공수가 바뀐 처지에 민주당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대응하긴 힘들게 됐다. 30대 야당 대표의 등장은 정치판의 주도권을 청년 정치인들에게 건네야 한다는 여론의 준엄한 명령이다. 나아가 청년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고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 전환의 신호다.

이젠 생각이 젊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물학적 나이도 젊어야 하는 시대다. 어르신들이 미래 청년의 삶을 결정하는 정치판의 모순을 더 늦기 전에 극복해야 한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도록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기성세대가 그들의 앞길을 방해해서야 되겠는가.

청년들에게 친구 같은 정치인 되어주길

한 달 만에도 강산이 변한다는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30대 당 대표의 등장은 어쩌면 늦은 건지도 모른다. 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44세에 당선됐고, 1977년생인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나이는 39세였다. 재작년 당선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올해 34살이다.

세계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또 어떤가. 5년째 재임 중인 저신다 아던 총리는 1980년생이고, 2019년에 당선된 산나 마린 총리는 1985년생으로 이준석 신임 국민의 힘 대표와 동갑내기다. 45살이 청년으로 대접받는 우리와 비교하는 것조차 민망하다.

'헌정사에 길이 남을 일대 사건'이라며 연일 언론에서 대서특필하지만, 그들 나라에서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인 셈이다. 재작년 초 방한한 32살의 오스트리아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나이 차이를 거론한 기사를 본 적 없다. 그런데, 곧 성사될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대통령의 아들보다 더 어리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건 왜일까.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가 된 청년 정치인 이준석을 응원한다. 부디 그가 국민의 힘은 '수구 꼴통'이라는 오랜 이미지를 벗겨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극우 성향의 최고위원들 사이에 포위된 형국이지만, 나이에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한 정치인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20~30대 청년들의 지지를 확인한 만큼,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공감하는 친구 같은 정치인이 되어주길 바란다. 지금 청년들은 '단군 이래 가장 가방끈이 긴 세대'라지만, 노동 시장에선 사상 최악의 경쟁에 내몰려 있음을 그도 잘 알 것이다. 지쳐 쓰러져가는 그들에게 '노오력'만 외치는 '나쁜 친구'가 되진 않을 거라 믿는다.

그의 당선으로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고작 청년 할당 최고위원 정도로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 여야 모두 젊어지기 위한 각축이 벌어질 테고, 이는 내년에 치러질 대선판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어떻든 국민은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그의 당선 소식을 전하며 수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다. 의외로 정치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준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그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이미 정치인 이준석의 인생 역정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대화의 소재가 됐다.

서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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