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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자위하는 남자’ 인간화석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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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언더그라운드.넷] “천국에서 이불킥하겠네.”

6월 초 올라온 사진을 본 한 누리꾼의 반응이다. 사진의 제목은 ‘뀨뀨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뀨뀨’는 보통 19금스러운 단어나 욕설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한다.

사진을 보면 저 가려진 단어는 자위다. 폼페이에서 최근 발굴된 인간화석인데 하필이면 화산폭발 순간 자위행위를 하다가 사망하면서 그대로 ‘박제’됐다는 것이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한 것은 서기 79년 8월 24일이니 저 불쌍한 남자는 거의 2000년 동안 저 자세로 묻혀 있다가 발견돼 온 세상에 얼굴이 팔리는 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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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 레전드’, ‘남자의 성욕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것을 기억하라’, ‘후세에 박제되어 웃픈’ 등의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는 폼페이에서 발굴된 인간화석./aag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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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반응을 보면 “그래도 행복한 최후”, “어차피 죽은 다음인데 박제되건 말건 알게 뭐냐. 현명한 선택이다”라며 옹호(?)하는 사람도 있고, “심포필리아(Symphorphilia)라고 자연재해에 성욕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며 진짜 변태로 낙인찍는 사람도 있다. “폼페이에 다녀왔는데 저런 인간화석은 본 적 없다”며 진위여부에 의혹 제기도 나온다. 진실은 뭘까.

역시 폼페이에 가본 사람은 봤겠지만, 아직 발굴 작업은 진행 중이다. 관광객에게 공개된 영역도 전체 도시의 일부분이고, 발굴됐지만 보관창고에 공개되지 않고 쌓여 있는 인간화석이나 유물도 많다.

언론보도를 검색해보면 인간화석은 지금도 발견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엔 도시외곽의 지하실에서 도망치다 죽은 남성 2인의 유해가 발굴되기도 했다.

어쨌든 외국에서도 문제의 이 사진은 ‘자위하는 남자, 폼페이, 79년’이라는 이름으로 밈(meme)이 돼 있다. 2017년 7월에 트위터를 통해 한번 유행했던 사진이다. 찾아보니 팩트체크 전문매체 스놉스닷컴(snopes.com)에서 한차례 사진의 진실을 검증한 적이 있다.

우선 사진의 출처. 한국에 퍼진 사진도 흑백 버전의 사진이지만, 최초 사진은 ‘폼페이와 나폴리의 고고학적 유산’이라는 인스타그램에 그해 6월 9일자로 올라온 컬러 사진이다. 사진에 붙은 설명도 평범했다. ‘화산폭발 희생자의 회반죽 주조물(Plaster cast of a victim of the eruption).’ 그러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이 사진에 ‘자위하는 남자’라는 설명을 붙여 공개하면서 바이럴을 타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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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와 나폴리의 고고학적 유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원본 사진. 인터넷에 공유되는 사진은 흑백이지만 원본은 칼라사진이며 2017년 6월 9일 게시된 걸로 확인된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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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 불쌍한 남자는 왜 저런 포즈로 죽게 됐을까.

스놉스 측은 “저 포즈는 생각보다 훨씬 더 끔찍한 진실을 알려주는 힌트일지 모른다”고 덧붙여놓았다.

그동안 폼페이의 인간화석을 연구해온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망원인이 화산분출 가스에 의한 질식사였을 것으로 봤는데, 실제 발굴된 인간화석들을 바탕으로 연구한 논문들에 따르면 대부분 질식사가 아닌 용암과 화염이 뿜는 열기로 인한 급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타죽은 것이다. 발굴된 인간화석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포즈들은 죽기 직전에 한 행동이라기보다 타죽으면서 일어나는 신체강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다.

그러니까 저 남자도 특정행위를 하다가 죽은 것이 아니라 화염에 타들어가면서 손이 오그라들었는데 심영 백병원 의사 버전으로 말하자면 ‘하필이면 영 좋지 않은’ 방향으로 향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론되겠다. 서기 79년 폼페이 화산폭발로 죽은 사진 속 남자는 ‘남 눈에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괜한 오해로 놀림감으로 만들진 말자. 오늘의 팩트체크 끝.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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