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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내 코인이 왜 유의종목?" 보유자들 패닉…페이코인 등 5개 원화마켓 닫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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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시켜먹고 편의점, 영화관에서도 쓸 수 있는 실생활 코인이라고 해서 '페이코인'에 몰빵했는데, 퇴근 준비하던 금요일 저녁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국내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가 5개 가상화폐를 원화마켓에서 없애는 한편 20개가 넘는 종목을 한꺼번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면서 시장이 급락하고 있다. 11일 금요일 저녁 갑작스런 유의종목 무더기 지정에 보유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은행과 실명계좌 재계약,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 등을 앞두고 '코인 정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업비트는 거래대금 기준 국내 최대 규모 거래소다.

업비트 원화마켓에서 '제거'될 예정인 페이코인(PCI)은 10일까지만 해도 1000~1100원대에 거래됐지만, 발표 직후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12일 오후 2시 기준 540원대로 떨어졌다. 페이코인을 비롯한 원화마켓 퇴출대상 5개,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25개 코인들이 이틀새 많게는 70% 가까이 급락했고, 추가로 유의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국내 발행코인(김치코인)들이 전체적으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5개 종목 업비트 원화마켓서 거래 못해…9월 규제 앞두고 '정리' 수순


12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오는 18일 낮 12시부터 5개 코인의 원화마켓 거래를 닫기로 했다. 보유자들은 이날까지 가상화폐를 처분하거나 BTC 마켓(원화가 아닌 비트코인 기준으로 거래하는 시장)으로 옮겨 거래해야 한다. 업비트는 11일 오후 5시 30분 "페이코인, 마로(MARO), 옵져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의 원화마켓 페어(시장) 제거를 안내해 드린다"고 공지했다. 업비트가 밝힌 제거 사유는 '원화마켓 페어 유지를 위한 내부 기준 미달'이다.

해당화폐 보유자들은 제거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통상적으로 유의종목에 지정하거나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일정기간 이상 백서 등 사업내용 업데이트가 없을 경우다. 그러나 이번 정리는 정부 규제방침과 관련이 깊은 데다, 종목 수도 많아 '김치코인' 시장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상자산 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 등이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사업자나 임직원이 자전거래, 통정·가장매매, 고가·저가 주문, 허수주문 등으로 시세 조종할 가능성을 막겠다는 취지다.

원화마켓 퇴출이 결정된 마로 코인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관계사 '두나무앤파트너스'가 투자한 코인이며, 다날이 발행한 페이코인(PCI)도 두나무와 지분관계가 있다. 두나무 주요 주주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의 지분을 다날 자회사 다날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다. 업비트도 9월 25일까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특금법 관련 신고를 마쳐야 하는 만큼, 이해 충돌 여지가 있는 코인들을 원화마켓에서 미리 폐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의종목 공포에 '김치코인' 줄줄이 급락…"6월 11일 업비트의 난" 패닉


매일경제

오는 18일부터 페이코인 등 5개 가상화폐 원화마켓 거래를 닫는다는 업비트 공지사항. [업비트 앱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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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는 또 같은 시간 공지를 통해 25개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음을 알렸다. 대상 코인은 코모도(KMD), 애드엑스(ADX), 엘비알와이크레딧(LBC) 등이다. 업비트는 유의 종목 지정 사유로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 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지 직후 해당 화폐들이 많게는 50% 가까이 급락하면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 커뮤니티에는 '멀쩡하게 사업하고 있는 코인을 퇴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 정도면 업비트의 난이다' '업비트에 소송을 해야 한다'는 성토가 잇따랐다.

유의종목에 지정되면 1주일간 업체 소명과 자체 검토를 한 후 최종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여부를 판단한다. 업비트는 "유의 종목 지정 사유가 완벽히 소명되지 않을 경우, 별도의 공지를 통해 거래 지원 종료에 대한 안내를 진행할 예정이며 정확한 거래 지원 종료 일정은 추후 공지를 통해 안내해 드릴 것"이라고 알렸다. 유의종목 지정도 정부 규제를 염두에 둔 '정리 수순'일 가능성이 높다. 상장된 코인 종류가 많을 수록 은행 실명계좌 발급과 정부 심사에서 '감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업비트가 2차로 유의종목을 지정할 것이고 빗썸 등 다른 빅3 거래소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부터 SNS 등에는 구체적인 코인종목 수십개를 거론하며 '업비트와 빗썸에서 김치코인 대거 상장폐지 예정'이라는 내용의 글(일명 지라시)이 확산된 바 있다. 국내 코인 발행회사들은 이같은 소문이 근거가 없다며 소명글을 올리고 있지만, 시장 불안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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