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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연봉 1억?"…코로나 특수, 20년 베테랑 시공기사 쓴웃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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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출처 : 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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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에서 인테리어 시공일을 20년 가까이 해 온 윤모씨는 지난 이틀 사이 기절한 듯 잠을 잤다. 최근 '올수리' 하는 아파트 인테리어의 막바지 작업을 하느라 잠을 거의 못자서다. 경력이 길고, 실력도 좋은 윤씨에게 연봉이 1억쯤 되냐고 묻자 "말이 쉬워 1억이지, 주말 밤낮 미친듯이 일해야 하는 벌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물론 코로나 발생 후 인테리어 수요가 크게 늘어 일감이 끊길 걱정은 줄었다. 그는 "주변에 보면 기술력 좋은 시공기사들은 일이 끊이질 않아 월 1000만원을 벌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코로나 사태로 폭발한 인테리어 수요로 관련 시공 기사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집 도배나 타일시공, 새시 설치 등을 하기 위해 동네에서 알음알음 구하던 '아저씨'가 더 이상 아니다. 고급 인력 품귀 현상에 대기업에서조차 인테리어 시공기사 육성에 나섰다.


코로나로 폭발한 인테리어 수요...올해 60조원 돌파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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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테리어 시공기사들의 위상이 달라진 이유는 그만큼 인테리어를 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인테리어 수요를 급격히 키웠고, 관련 시공기사들을 찾는 수요 역시 많아졌다.

국내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새 아파트도 개인 취향대로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하는 분위기"라며 "전체 수리 뿐 아니라 주방이나 욕실, 특정 방 등 부분적인 인테리어 수요까지 더해져 성수기 비성수기 구분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41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율을 보면 8%씩 규모가 커졌다. 올해는 코로나 장기화로 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한 점 등을 감안하면 그 시장 규모가 6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술력 좋은 시공기사 부족"...일한 건수만큼 시공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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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한 인테리어 수요를 인테리어 시공기사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자 시공기사들의 몸값을 올리고 있다.

한 가구 및 인테리업체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기술력 좋은 시공기사의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원하는 기간 내 공사를 마치려면 웃돈을 얹어서라도 실력 좋은 시공기사를 모셔 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테리어 업체 사장 역시 "요즘은 프리미엄 고가라인의 가구나 자재를 사서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시공기사들의 몸값은 정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된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업계에 따르면 현재 타일, 욕조, 부엌 등 고난이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시공기사들의 시공비는 일당 평균 25~30만원선이다. 기술력이 우수하면 40만원까지도 올라간다. 시공기사들의 수익은 일한 건수만큼 시공비를 받는 구조. 당연히 일한 건수가 많으면 시공기사들의 월수입이 많아진다.

한샘 관계자는 "고가 라인의 가구를 시공하거나 설치 면적이 넓고, 기술력이 좋을수록 수입은 당연히 올라간다"며 "높은 기술을 요하는 부엌 가구 시공기사 중 상위 10%는 한달에 순수익으로 1000만원 이상을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봉 1억원은 극소수...섣불리 뛰어들어들었다간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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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 가구 및 인테리어 업체들은 시공기사 육성에 팔을 걷어부쳤다. 고급 인력 부족에 시달리느니 아예 초보자부터 맞춤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한샘이 대표적이다. '한샘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한샘은 초보자를 교육시켜 인테리어 현장을 총괄하는 경력자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현재 4000여명의 리모델링 전문 시공인력도 연내 6000명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리바트도 올해 안에 시공기사를 30% 늘리기로 했다.

다만 한샘 등이 시공 협력기사 공고문을 내며 '월 800, 연봉 1억원 가능'하다는 문구를 내 건 것에 대해선 "극소수의 얘기일 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비 자체가 시공 건수대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일감 수나 기술력에 따라 연봉은 천차만별"이라며 "시공 일이 어떻게 보면 막노동인데, 연봉 1억을 받으려면 정말 한달 내내 휴일 없이 일하는 극소수의 얘기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열풍과 맞물려 막연히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인테리어 시공기사 직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경력 10년 이상의 한 시공기사는 "최근 30대 헬스트레이너가 코로나에 하던 일 대신 인테리어 시공 기사 보조로 일했는데, 막상 현장 업무나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느껴 결국 관뒀다"며 "시공기사는 개인사업자라 별도의 기본급이 있지 않고, 기술력을 쌓는 동안에는 큰 돈을 벌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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