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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시작도 못 하고 끝난 CJ ENM-LGU+ 협상…결국 tvN·엠넷 송출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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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박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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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032640)(LGU+)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LGU+모바일tv’에서 tvN·엠넷 등 CJ ENM 채널 10개의 송출이 끊겼다. 적정한 채널 송출료 수준을 두고 서로 다툰 LGU+와 CJ ENM이 결국 합의에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사는 협상의 시작도 제대로 못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양사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tvN, tvN 스토리, O tvN, 올리브, 엠넷, 투니버스 등 CJ ENM 계열 10개 채널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가 LGU+모바일tv에서 중단됐다. LGU+는 “제휴사(CJ ENM)가 방송 공급을 중단했다”라고, CJ ENM은 “이미 지난해 12월 종료된 계약을 양사가 더 연장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약 한 달 전 수면으로 올라온 양사 갈등의 쟁점은 LGU+모바일tv를 인터넷TV(IPTV)와 OTT 중 무엇으로 보느냐다. LGU+는 CJ ENM에 콘텐츠 사용료를 내고 자사 IPTV에 채널을 송출하고 있다. LGU+는 특정 요금제로 가입한 IPTV 이용자들에게 TV 외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추가 요금 없이 CJ ENM 채널을 볼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 LGU+는 LGU+모바일tv가 넷플릭스·웨이브·티빙 같은 별도의 OTT 플랫폼이 아니라 기기만 TV에서 모바일로 확장한 ‘모바일(이동식) IPTV’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당초 CJ ENM에 주기로 한 IPTV 사용료와 별개의 ‘OTT 사용료’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CJ ENM의 입장은 다르다. 모바일 기기로 동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LGU+모바일tv는 넷플릭스·웨이브·티빙과 다름없는 OTT고, 따라서 LGU+가 IPTV와 별도로 OTT 송출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U+는 ‘올해 갑자기 일방적으로 바뀐’ CJ ENM의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CJ ENM은 그간 공짜로 제공해온 콘텐츠 사용료를 이제라도 제대로 받아야겠다고 했다. LGU+가 일정 사용료를 내겠다고는 했지만, 양사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금액 사이에 2~3배의 차이가 있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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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모바일tv의 CJ ENM 채널 실시간 방송 중단 공지.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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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전날 밤까지 서로 공문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격적인 협상은 시작조차 안 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료를 얼마로 해야 적정할지를 두고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인 ‘사용료 산정 기준’이 제대로 세워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사는 송출중단 사태 직전까지 이 기준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는 데 그쳤다.

CJ ENM은 자사 OTT 티빙에도 채널 송출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적용한 기준을 LGU+에도 제시했다. OTT 이용자 수에 따라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다. 그래서 CJ ENM은 LGU+와 협상 초기 때부터 LGU+모바일tv의 이용자 수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LGU+는 거부했다.

CJ ENM 관계자는 “가입자(이용자) 수를 공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대답도 없었다”라며 “적정선을 찾기 위해 양사가 같이 노력을 해야 하는데 협상의 시작부터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OTT의 위상이 달려졌고 그 안의 콘텐츠 가치도 달라졌는데 언제까지고 (IPTV의) 덤으로 줄 순 없다”고 했다.

LGU+ 관계자는 “이제껏 없던 기준을 갑자기 올해 들어 (CJ ENM이) 일방적으로 제시했다”라며 “문제는 이용자 수 정보를 제공해주느냐가 아니고 이게 합의된 기준이냐가 중요하다. (CJ ENM이)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하면 유리한 기준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CJ ENM 관계자는 “그간 제대로 된 (OTT 콘텐츠) 사용료를 제대로 지불하거나 협상해본 적이 없으니 LGU+는 이 모든 게 갑작스러운 일로 느껴지는 것이다”라고 맞받아쳤다.

양사는 기준 공방을 벌이느라 구체적인 금액 제시까지도 가지 못했지만, LGU+는 “CJ ENM이 175%의 무리한 인상안을 요구한다”고 협상 초기부터 진작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LGU+ 내부적으로 ‘이용자 수’ 기준으로 사용료를 산출한 결과가 스스로 적정하다고 생각한 수준보다 175% 많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은 “LGU+로부터 이용자 수 데이터도 받지 못했고 이로부터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해 제시한 적도 없는데 LGU+이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반발했다. 이렇게 양사의 협상은 진전 없이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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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참고이미지.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U+모바일tv는 OTT에 가깝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LGU+는 “‘OTT냐 아니냐' 자체보단 LGU+모바일tv로 우리가 고객들에게서 수익을 얻느냐가 핵심이다”라며 “우리는 LGU+모바일tv를 무료 부가서비스로 제공할 뿐 수익을 내진 않는다”라고 했다. CJ ENM은 “LGU+는 (고객 유치를 위해 LGU+모바일tv를) 프로모션에 활용하지 않았느냐”라며 “수익화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방송 송출 중단이 현실화되자 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양사 갈등에 개입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전날 저녁 “방송을 시청해온 국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과기정통부와 협력해 채널 공급 중단으로 인한 이용자 불편, 사업자 간 협상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 및 법령상 금지 행위 해당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라며 “사업자 간 자율적인 협상은 계속돼야 할 것이나, 국민들의 시청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CJ ENM은 OTT ‘시즌’을 가진 KT와도 같은 갈등을 빚고 있다. LGU+처럼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어, KT 시즌에서도 CJ ENM 채널의 실시간 방송 중단이 시간 문제인 상황이다. 공식적인 협상 기한이 전날까지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긍정적인 소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추가 협상 진전도 없을 경우 조만간 양사는 채널 송출중단 시점을 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가게 된다. 지상파 3사와 함께 OTT ‘웨이브’ 진영에 속해 있는 SK텔레콤은 당초 CJ ENM과 모바일 송출 계약을 맺지 않아 이번 갈등에서 제외됐다.

CJ ENM과 IPTV 3사(LGU+·KT·SK브로드밴드)는 모바일뿐만 아니라 IPTV 전반의 콘텐츠 사용료 수준을 두고도 서로 갈등을 빚고 있다. CJ ENM은 “그간 콘텐츠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 IPTV 3사가 사용료 지불에 인색한 것 같다”라며 전년 대비 25% 인상안을 꺼내들었다. 반발한 IPTV 3사는 “우리는 충분히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CJ ENM이 사실을 왜곡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대응하고 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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