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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업체, 애초부터 ‘보행자 안전대책’ 안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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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버스참사, 공사 계획서 보니

당초 철거작업 맡기로 한 업체가 다른 업체에 재하도급 정황 수사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광역시 ’54번 시내버스 참사'의 원인이 된 재개발 구역 건물 부실 철거와 관련, 철거 업체가 구청에 제출한 작업계획서에 보행자나 버스 등에 대한 안전 관리 계획이나 대책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본지가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학동 4구역 철거 허가 건물 철거 공사 계획서’를 보면, 철거 작업 중 건물 붕괴를 막을 철골 기둥, 인도와 버스 정류장을 보호할 철제 터널 등은 검토조차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안전성 확인서’ 등에 나오는 10개 검토 항목도 모두 작업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의 해체 방식’ ‘해체 공법’ ‘사용 장비’ ‘안전 관리’ ‘강도 측정 방식’ 등에서 ‘적합’ ‘타당함’ 등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보행자나 주변 교통의 안전에 대한 항목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조선일보

출입통제선까지 넘어… 광주 구의원들 ‘헌화 사진 쇼’ -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한 구의회 의원들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현장을 찾아 헌화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사고 현장 출입을 막기 위해 쳐 놓은 경찰 통제선을 넘어갔고, 카메라를 든 직원 앞에서 헌화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진 촬영을 마친 이들은 5분 뒤 현장을 떠났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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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해체에 동원된 굴착기 기사가 사고 이후 회사 측의 압력에 괴로워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굴착기 기사 A씨는 최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지인 변호사에게 “괴롭다. 힘들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는 건물 철거 업체인 한솔기업이 하도급을 준 ‘백솔’ 소속으로, 재개발 구역 건물 철거를 했던 굴착기 기사 4명 중 1명이다. A씨는 지인 변호사를 통해 다른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A씨는 “압력이 들어오는 상황이지만, 있는 그대로 말을 하겠다. 어차피 압수수색 들어왔는데 덮어지겠나. 철거와 관련해서도”라고 지인 변호사에게 말했다고 한 지역 법조인이 전했다.

경찰은 건물 철거 공사가 재하도급을 통해 이뤄진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곳 재개발 구역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9월 한솔기업과 철거 용역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 사고 당시 현장에서 철거 작업을 맡은 업체는 백솔로 드러났다.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 현장에서 재하도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사고 다음날 현장을 찾은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는 “한솔기업과의 계약 외에는 재하도급을 준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재하도급 의혹을 철저히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공사 관계자로부터 “붕괴 직전 굴착기가 건물 안에 들어가서 작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것이 건물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여부는 현장 감식과 전문기관 감정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까지 공사 관계자 등 17명을 불러 조사했고, 철거 업체 관계자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산·학·연 전문가 10명이 참여하며, 8월 8일까지 운영한다.

전날부터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서 운영을 시작한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오후까지 1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한 70대 노인은 “친구 영정 사진을 본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고 울먹였다. 숨진 사고 피해자들과 일면식도 없지만, 안타까운 참변 소식을 듣고 이른 시간부터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있었다. 광주광역시는 “사망자 부검에 대한 유가족 동의를 모두 받았다”며 “부검을 마치는 대로 장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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