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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있어요?” “집은 自家?” 취준생 울리는 ‘면접 갑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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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울리는 ‘면접 갑질’ 여전

“누구랑 살고 있나요?” “어머니 직업은 뭐예요?” “몇 살 때 아버지 사별(死別)이나 부모님 이혼을 경험했죠?”

지난 1월 한 유통 기업 면접에 들어간 취업 준비생 김모(29)씨는 면접관에게 이런 세 질문을 연달아 받았다. 다른 면접관은 “불편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운을 떼더니 “집은 전세예요? 자가예요?” “통근할 차는 있어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김씨는 “업무 분야인 무역 관련 질문은 전혀 없고 호구(戶口) 조사만 하다가 면접이 끝났다”고 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을(乙)일 수밖에 없는 구직자의 지위를 깔보고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벌이는 일이 여전히 잦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9년 채용 과정에서 직무 수행과 관련 없는 출신 지역, 재산·용모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 개정 채용절차법(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현장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구직자들은 채용절차법의 ‘개인 정보 요구 금지’가 자기소개서, 이력서 등 서류에만 한정돼 있어 면접에선 소용없다고 하소연한다.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 최모(31)씨도 지난 3월 경기도의 한 제조 중소기업 면접에서 ‘미혼’이라고 했다가 “애인은 있어요?” “언제 헤어졌어요?” “이상형은?” 등의 질문을 받았다. 면접관에게 ‘작은 집을 하나 샀다’고 하자 “이력서를 보니 집 살 정도로 돈은 못 벌었을 텐데 대출받았어요?” “어디서 얼마나 받았어요?”란 질문이 돌아왔다. 최씨는 “사적 질문 몇 가지 받는 건 중소기업 면접에서 흔한 일이지만, 당시엔 업무 능력보다 나의 연애사와 부동산 사정에 훨씬 관심이 많아 보였다”며 “괜히 신고했다가 가뜩이나 좁은 업계에서 이직한다고 소문날까 봐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법에서 금지한 ‘채용 서류’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취업 준비생 이모(24)씨는 이달 초 서울 서초구에 있는 200여 명 규모의 중소기업 입사 지원서를 쓰다가 고민에 빠졌다. ‘출신지’ ‘결혼 여부’를 비롯해 ‘가족 생년월일, 직업, 근무처, 직위, 동거 여부’까지 세세히 기록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빈칸으로 내면 서류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테고, 어차피 면접에서도 관련 질문을 할 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칸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식의 부당 행위가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것이 구직자들의 얘기다.

구직자들이 큰맘 먹고 신고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2019년 7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채용절차법 위반으로 신고된 559건 가운데 177건(31.7%)만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시정 명령도 10건에 그쳤다. 시민 단체 ‘직장갑질119’의 김유경 노무사는 “구직자 처지에선 업계에 진입하기도 전에 신고나 법률 다툼을 하기 쉽지 않다”며 “대안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기보다는, 기업이 채용 과정부터 노동자를 존중하는 태도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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