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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책과 미래] 백신 생활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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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초저녁 졸음 증세가 약간 있었다. 걱정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끝이었다.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퍼진 백신 공포가 어이없을 지경이었다. 석 달 후, 두 번째 접종을 마치면 드디어 '백신 생활자'가 된다. 바이러스 감염 공포 없이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며, 무엇보다 마스크 벗고 호흡할 자유를 돌려받는다. 아들딸이 무척 부러워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희귀 혈전증(혈소판 감소증이 동반된 특이 부위 혈전증)이다. 다른 혈전증은, 현재 연구 결과로는, 백신 접종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런데 4월 말까지 유럽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증 발생 결과는 100만건당 화이자 0.6건, 얀센 1~2건, 아스트라제네카 3.5~6.5건, 모더나(미국 포함) 1.25건, 스푸트니크V(아르헨티나)는 1.3건이다. 한국은 현재 0.2건 미만이다. 관련 치료법이 개발돼 치사율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으로 정맥혈전증이 증가할 확률이 1만분의 1이다. 백신 거부보다 장거리 비행을 자제하는 게 목숨을 구할 확률이 높다.

조너선 M 버먼 미국 아칸소주립대 교수의 '백신 거부자들'(이상북스 펴냄)은 백신 개발과 동시에 나타난 백신 거부자들의 역사를 보여준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가 소를 이용해 최초로 천연두 백신을 개발했다. 병을 치료하지 않고 극복하는 예방의학의 시작이자 인류가 바이러스에 승리하는 길을 연 획기적 사건이었다. 인류 전체가 면역을 달성하면서 1977년 이후 천연두는 질병 목록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우여곡절은 심했다. 벤저민 모즐리는 소에서 나온 물질을 인간 몸에 넣으면 돌연변이가 생길지 모른다고 했고, 존 기브스는 백신 의무 접종이 "개인이 자기 건강을 결정할 권리"를 침해했다며 거부 운동을 벌였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버먼은 1998년 MMR 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 백신) 거부 사태를 일으킨 웨이크필드 부실 논문 사건 등 백신 거부의 흑역사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이들은 특이 사례에 집중하고 음모론에 의지하며 실제 전문가를 부정하고 부작용 0% 등 불가능한 기대를 강요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균형을 잡는다고 극단적 사례나 증명이 덜 된 소수 입장을 전하는 중계식 언론 보도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백신 거부자들을 무찌르는 법이 있다. 정론을 전하는 것과 동시에 질병에서 해방된 기쁨을 전하는 일이다. 가짜뉴스는 말하는 일이 후져지면 저절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두근거린다. 겨울이면 분명히 '백신 생활자'로서 아내와 미루었던 여행을 하고 있을 테니까.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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