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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상자산 채굴자 줄었지만…그래픽 D램값 계속 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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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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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광풍으로 불이 붙은 그래픽 D램값 오름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시세 하락으로 채굴 활동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버용 D램 주문이 재개되는 등 영향으로 그래픽 D램 공급 부족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그래픽 D램 가격은 올해 3분기에 전분기 대비 8~13% 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업체는 보고서에서 "채굴 수요가 감소하면서 현물 가격과 계약 가격 간의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심각한 공급 부족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을 주축으로 시작된 암포화폐 열풍은 그래픽 카드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암호화폐는 해당 화폐의 프로그래머가 만들어놓은 알고리즘을 푸는 대가로 얻을 수 있는데, 이 과정에는 고사양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컴퓨터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수요를 인지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인 엔비디아는 암호화폐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래픽카드 수요 강세는 이미지나 동영상 등의 그래픽 처리에 사용되는 그래픽 D램 가격에도 영향을 끼쳤다. 트렌드포스는 그래픽 D램 가격이 직전 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에는 5~10% 가량 올랐고, 2분기에는 20~2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발표 및 중국 등 각국의 암호화폐 거래·채굴 금지로 암호화폐 시장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그래픽 카드·D램의 공급량과 가격 모두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도 기자회견을 통해 "그래픽카드를 이용한 채굴 수요는 더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 역시 암호화폐 채굴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봤지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 예상했다. 우선 PC 시장의 수요, 특히 게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은 점을 꼽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을 비롯해 집콕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점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공급망과 제품 특징 등 시장 상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D램 공급 업체가 용량 할당을 소규모 고객이 아닌 엔비디아에 우선 적용한 점과 엑스박스 시리즈X와 플레이스테이션5에 장착되는 GDDR6 8Gb와 GDDR6 16Gb이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가 GPU를 그래픽 D램과 묶음으로 제공하는 사실은 공급 업체의 생산 능력을 제한한다"면서 "상호 교환이 불가능한 제품들의 존재로 공급 업체가 하나의 생산 능력을 약속하면 동일한 웨이퍼(반도체 기판) 배치를 사용하여 다른 칩을 생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서버용 D램 주문이 최근 재개된 점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서버용 D램은 수익성이 좋아 공급 업체들이 우선시하는 제품이다. 2017~2018년 반도체 슈퍼호황기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을 이끈 제품이기도 하다.

트렌드포스는 "제한된 생산 능력에 주류 시장 제품인 서버용 D램 주문 재개로 그래픽 D램 가격은 향후 상승할 것"이라며 "중소 규모 OEM(주문자위탁생산)이나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은 두 자릿수 비율 증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래픽 카드의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되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출시가가 25만원 정도였던 GTX 1660 제품은 암호화폐 열풍에 가격이 급등해 이날 기준 65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그래픽 카드의 불합리한 현금 되팔이를 막아달라' 'IT성장을 막는 매점매석이 이뤄지고 있다' 등의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청원인은 "그래픽 카드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연산, 그래픽 관련 물리 연산 등 IT 개발 부문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고급인력이 될 많은 젊은이들이 꺾어져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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