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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론조사서 내 이름 빼"…유시민 됐는데 홍준표 안돼,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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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여심위 "조사기관 자율로"…국민 vs 정치인, 여론조사 주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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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선거 때마다 자신의 지지율을 낮게 발표했다며 공문을 보내 "내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2021.5.10./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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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최근 한국갤럽에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 다른 기관들 조사와 비교해 "편파적"이라는 주장이다. 한국갤럽은 조사 방법의 차이라며 항변하지만, 홍 의원은 민·형사 고소도 불사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정치인이 여론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지 갑론을박이 오간다. 전문가들은 '불출마'를 선언했다면 빼야겠지만 대선주자라면 조사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지지율'은 대선주자의 소유물이 아니란 분석이다.


유시민·정세균도 "내 이름 빼달라"...받아들여졌다

홍 의원 전에도 여론조사를 거부한 대선주자는 여럿이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9년 1월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 자기 이름이 등장하자 이를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보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총리 재임 시절인 지난해 8월 총리로서 직무수행에 부적절하다며 여론조사 기관에 직접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대선후보 지지율이 높게 발표되자 "전당대회가 끝나면 (여론조사 기관에 제외를)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만 40세 이상인 대통령 출마 자격을 갖추지 못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의 요구에 대한 해석은 어떨까. '내 이름 빼달라'는 유시민 이사장 요청에 여심위는 "여론조사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정은 여론조사의 몫인 셈인데, '이름 빼달라'는 정치인들의 주장은 대체로 받아들여졌다. 2019년 1월 유 이사장 요청에 리얼미터·마크로밀엠브레인 등은 대선후보군 보기에서 유 이사장을 제외했다. 정 전 총리의 경우에도 공문을 받은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기관 조사에서 정 전 총리 이름이 빠졌다.


홍준표도 빼줄까?…전문가 "여심위에 이의 신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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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무소속 의원. 2021.5.10./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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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내 이름 빼달라'는 홍 의원의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앞서 회자된 두 가지 경우와는 '조사 거부'의 목적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하면 당연히 조사에서 빼줘야 한다"면서도 "그게 아니라 조사의 편파성을 문제 삼고 싶다면 여심위에 정식 이의 신청을 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심위는 표본설계·응답 수집 등 여론조사 방법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기관이다. 표본이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편향 응답을 유도하는 등 하자가 발견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표·보도를 금지한다.

여심위에 이의제기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홍준표 의원실은 "그 문제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면서 "한국갤럽 추후 대응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한국갤럽은 다른 기관들과 달리 주관식으로 대선후보 지지율을 조사하기 때문에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여심위에 이의제기 한다고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주관식 조사가 잘못된 게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여론의 관심을 계량화한 '지지율'...누구의 소유물 아닌 사회 '현상'

전문가들은 지지율이 어느 후보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수치로 표현됐을 뿐, 본질은 정치인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라는 분석이다.

박상병 교수는 "여론조사는 국민들 위해 하는 것"이라며 "홍 의원 마음대로 '넣어주세요' '빼주세요'해서 들어준다면 그 조사가 어떻게 공신력을 얻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치인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대권주자로 거론된 사례들이 회자된다. 회고록을 출간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4·7 재보궐선거에서 이긴 오세훈 서울시장 대선주자 지지율이 조사된 바 있다. 이들 중 누구도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바 없지만, 여론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선후보군에 포함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둘 모두 '조사 거부'를 요구한 적은 없다.

홍 의원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아니라서 조사 제외는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지율 낮다고 빼달라 한다면, 앞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도 자발적으로 조사에서 빠지겠다는 말이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갤럽이 선택지에 넣은 것도 아닌데 응답자가 '홍준표'라 부르는 걸 어떡하겠나"라고 우려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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