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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정권 말 ‘국가교육위’ 강행은 전교조식 교육 대못 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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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10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 법안을 일방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3년 임기의 위원 21명으로 구성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 교육 정책 방향을 정하고 국가교육발전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하게 돼 있다.

우리 교육의 고질 병폐 중 하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교육 기구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중·장기 교육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수많은 각종 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국민 세금만 축내고 있는데 이 역시 그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가교육위를 발족하더라도 그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실질적으로 초당파적이어야 한다.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고 그 구성은 반드시 정권과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이 국회 교육위에서 일방 통과시킨 법안을 보면 국가교육위 위원 21명 가운데 대통령 지명 5명, 여당 추천 4명, 교육부 차관, 전교조 추천 1명, 전교조 출신인 현 교육감협의회 회장 등 친여권 인사가 12명을 넘어 과반을 차지하게 돼 있다. 위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한국교총은 ‘정권 교육 정책의 거수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정권 말기에 이런 조직을 만들면 내년에 정권이 바뀌어도 위원들의 임기 동안 어쩔 수 없다. 결국 현 정권의 교육 정책 대못 박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 법안대로면 친(親)전교조 성향인 인사들이 다음 정권 전반부 3년 교육 정책을 좌지우지한다. 국가교육위에서 향후 10년간 적용될 국가교육발전계획까지 정하면, 다음 두 번의 정부 임기까지 현 정권 측 인사들이 정한 교육 정책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발족부터 야당과 교원 단체의 반대 속에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는 ‘국민 합의를 통한 미래 교육 비전 수립’이라는 명분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만약 정권이 교체되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사이의 갈등으로 교육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현 여당이 다시 정권을 잡더라도 교육부와 교육위원회는 옥상옥 구조의 비(非)효율을 야기하면서 전교조 출신들에게 전문 위원 등의 일자리나 제공할 공산이 크다.

국가교육위는 문재인 대선 공약이었다. 이를 임기 말에 와서 밀어붙이는 것도 속이 들여다보인다. 지난 4년은 교육부를 통해 교육 정책을 좌지우지했고, 이제 정권을 놓을 때가 되자 국가교육위를 만들어 공약을 지키고 교육 대못까지 박겠다는 것 아닌가. 문 정권은 대통령 주변과 청와대 내부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자리도 4년 내내 공석으로 방치해오다가 이제 와 임명하겠다고 하고 있다. 얼마 전 발족한 탄소중립위원회도 기후·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기구인데 탄소 중립에 핵심 기여를 할 수 있을 원자력 분야 인사는 한 명도 없고 탈원전파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앉혔다. 이 역시 대못 박기 차원일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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