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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달 전 “철거 건물, 도로 덮칠 듯”…참사 막을 기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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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7일 권익위 제보한 광주시민 신아무개씨

“천막·파이프 엮은 가림막만 놓고 철거해 불안”

동구청, 현장사무소에 안전조치 명령 공문만 보내

현대산업개발·철거 시공 한솔기업 ‘안일한 대응’

“사전에 막을 수 있던 사고로 시민들 목숨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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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7일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축협 건물을 업체가 철거하고 있다. 지난 9일 이곳에서 900m 떨어진 한의원 건물에서도 똑같은 방식의 철거가 이뤄지다 무너지는 바람에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신아무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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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학동 4구역 재개발 지역 5층 건물 붕괴 사고 두달 전에 같은 구역 또 다른 건물 철거 과정에서 안전사고 위험성이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런 민원제기에 동구청은 시공업체 등에 ‘안전조치를 강화하라’는 공문만 보내고 만 것으로 드러났다. 철거 현장 안전을 우려하는 민원에 적극적으로 응대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도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2·3면

10일 <한겨레> 취재 결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지난 4월7일 ‘광주 학동 4구역 철거 공사의 인명사고 위험성이 있다’는 공익 제보가 접수됐다. 시민 신아무개(58)씨는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철거업체가 옛 축협 건물(5층)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위험하게 공사하는 것을 보고 공익 제보를 했다. 옛 축협 건물과 지난 9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한의원 5층 건물은 불과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신씨는 제보글에서 “철거 예정 건물에 흙더미를 쌓고 장비가 올라간 뒤 양쪽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잘못하면 건물이 도로로 밀리거나, 파편이 튀어 차량이 위험한데도 아무런 안전조치가 없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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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 지역 5층 건물이 붕괴되기 1시간 전에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아무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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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학동 633-3 일대 12만6433㎡ 규모 학4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아파트를 짓기 위해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학4구역은 광주의 대표적인 노후 주택 밀집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이곳엔 지하 2층~지상 29층 아파트 19개동 2282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공사를 수주한 현대산업개발은 한솔기업에 하도급을 줘 철거공사를 맡겼다.

신씨는 “철거 현장 바로 옆은 차량이 지나가는 도로인데, 천막과 파이프로만 차단하고 철거하는 것이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어) 불안해서 알린다”고 제보했다. 그는 “건물과 도로는 바로 인접해 구역 외로 (파편이) 떨어진다면 인사사고가 날 것인데 이렇게 철거해도 되느냐”며 “서커스를 보는 것과 다른 불길한 현장을 목격하고 두서없이 적는다”고 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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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가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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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 제보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광주 동구청에 진정민원 내용을 알렸고, 동구청 도시관리국 쪽은 4월12일 “조합 및 해체 시공자에게 해체 공사 시 사고 등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준수 철저 및 주변 보행자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안전조치 명령(공문발송)했다”는 답변을 보냈다. 신씨는 “동구청에서 공문 하나 달랑 보낸 뒤 현장 관리 감독을 제대로 조처하지 않아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당시 공사 현장 인근 도로에서 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천막을 파이프로 엮은 가림막만 놓아두고 공사를 하더라”며 “사무실에서 축협 건물을 철거하는 것을 보는데 벽돌 하나만 도로로 튀어도 차량 운전자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했다”며 “철거 대상이던 축협 건물 뒤로 흙을 쌓아서 올리는데 흙더미 경사가 매우 가팔라 철거 대상 건물을 누르면 도로 쪽으로 넘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불안한 마음에 신씨는 4월7일에 이어 지난 9일 위험하게 진행되는 철거공사 현장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았다. 이번에 17명 사상자를 낸 한의원 5층 건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철거 작업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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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철거공사 위험성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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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씨가 제기한 우려를 감독기관과 시공사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 쪽은 “통상적으로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제기되면 답변을 줄 수 있는 해당 부처로 안내한다”고 밝혔다.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 쪽은 “지난 4월 동구청에서 두개의 공문을 수령해 현장사무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과 철거 시공을 수주한 한솔기업은 이와 관련한 <한겨레>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임택 동구청장은 “계장과 실무자가 (축협 건물 철거 현장에) 한번 나갔는데 철거가 완료된 상황이었다. 이후 안전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이고, 사실로 드러나면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도로를 지나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정대하 김용희 강재구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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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철거 공사 현장. 신아무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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