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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Citylife 제783호 (21.06.15)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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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가 알려주는 나무의 기쁨과 슬픔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시티라이프

발레리 트루에 지음 / 조은영 옮김 / 부키 펴냄


기원후 250년 즈음부터 한파, 가뭄, 홍수가 변덕스럽게 이어지는 바람에 로마 제국의 농업 생산력은 약해졌고 전염병이 창궐했다. 그런데 제국의 몰락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인 이상 기후를 나이테에 기록한 나무는 많지 않다. 제국이 번창할 때 목재 건축이 활발해져 오래된 숲 대부분이 벌목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몽골의 나무들은 1211~1225년 동안 칭기즈 칸의 정복 활동을 넓은 나이테로 충실하게 기록했다. 이 시기의 몽골 날씨는 온화하고 비가 넉넉히 내려 풀이 잘 자랐고 덕분에 많은 기병을 양성할 수 있었다.

나이테가 나무의 나이를 알려준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이테는 이보다 훨씬 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 인류의 과거, 기후의 변화, 문명의 변천, 생태계의 역사 등. 이 비밀을 풀어내는 학문이 연륜연대학(나이테에 생장 연도를 부여하고 나이테에 저장된 다양한 환경 정보를 밝히는 학문)이다. 역사는 나무뿐 아니라 빙하, 석순, 산호, 조개, 그리고 물고기 귀뼈인 이석에까지 나이테를 남긴다. 저자는 나무 연구의 길에서 만난 첫 장애물은 아프리카에서 나이테를 연구하는 일이 공학 학위를 받는 데 중요하다고 엄마를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털어놓는다. “발레리, 이제 1년이면 학위를 받을 수 있어. 그리고 네 앞에 재밌고 돈벌이도 되는 기회가 활짝 열릴 텐데, 나이테라고? 그것도 아프리카에서? 그거 해서 직장은 구할 수 있겠니?”

힘겹게 시작한 학문의 여정을 따라, 발레리는 오래된 나무를 찾아 아프리카의 외딴 마을, 아메리카의 사막, 유럽의 오래된 숲, 시베리아의 오지, 몽골의 용암 지대 등 세계 곳곳을 누볐다. 그 과정에서 나이테를 이용해 캘리포니아 산불의 역사를 되짚기도 하고 가뭄, 허리케인, 제트기류 등 극한 날씨와 기후의 움직임도 추적했다. 또한 스위스 산소나무의 나이테를 이용해 지난 수 세기의 기후를 재구성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그리스의 핀두스산맥에서 1075살 먹은 ‘아도니스’라는 이름의 나무를 발견했는데, 아도니스는 현재까지 유럽에서 발견된 살아 있는 최고령 나무로 인정받고 있다. 나무의 나이테는 기후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조언도 들려준다. 저자는 “우리는 나이테 측정기를 가지고 서로 다른 수종, 수령, 토양, 기후의 나무에서 얼마나 많은 목질부가 자라고 얼마나 많은 탄소가 저장되었는지 조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뭄, 극한의 날씨, 상승하는 기온이 어떻게 생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기후가 변화하면서 이러한 영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산불과 곤충으로 인한 발병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숲 생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나이테는 알려준다.

▶지구를 지키는 여행법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시티라이프

홀리 터펜 지음 / 배지혜 옮김 / 한스미디어 펴냄


여행은 지구를 파괴한다. 네이처 자연기후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배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여행 산업이 제조, 건설, 서비스 산업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관광 인프라 때문에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되었고, 비행기가 나는 동안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홀리 터펜은 영국의 비영리 환경보호단체에 소속된 ‘지속가능한 여행 전문가’다. 저자에 따르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어떻게 여행하느냐에 따라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더 깨끗한 지구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도 있다. ‘느린 여행’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행자의 선한 영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책임 여행’, ‘지속가능한 여행’을 실천한다면 말이다. 저자는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무조건 비행기를 적게 타야 한다. 되도록 집에서 가까운 곳, 멀지 않은 곳을 먼저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행의 횟수도 절대적으로 줄이자. 환경과 지역사회에 부담을 주는 ‘과잉관광’은 늘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또한,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행 기간 동안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보자고 권한다.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나라도 실천하는 것이 낫다”고 단언한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행동들을 점차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습관을 우선순위에 두면 된다는 조언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83호 (21.06.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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