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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여군 성폭력 사망... 군대는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 [김형남의 갑을,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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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의 갑을,병정]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사건, 청문회 열어야

여군은 술 따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술상에 여군을 차리길 원하는 이들이 있다. 포털에 '여군 회식 성추행'이라 검색하면 동료를 시녀로 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2021년 3월 2일에도 그랬다. 여군 중사가 얼굴도 모르는 선임 친구의 개업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자리를 함께한 이는 다섯이다. 남군 상사와 그의 민간인 친구, 상사의 신임을 받는 남군 중사. 그리고 억지로 데려온 여군 중사와, 술을 마시지 않고 운전을 할 하사. 면면이 의도가 읽히는 술자리다. 동석한 네 사람의 군인 중 세 사람은 수사를 받고 있다. 하나는 강제 추행, 둘은 사건 은폐·조작 시도로 피의자가 되었다. 다른 한 명은 회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강제 추행을 당했고, 81일 뒤 세상을 떠났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벌어진 일이다.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국회에 제출한 사건 보고서에는 이 술자리가 '음주 회식'이라 쓰여 있다. 국방부장관도 6월 9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그렇게 보고했다. 어떻게 이것이 음주 회식인가. 회식은 공무다. 모두 기록으로 남긴다. 군에는 남군 선임이 민간인 친구와 벌인 술판에 억지로 후임 여군을 끌고 가는 회식도 있는가. 장관에게는 이 자리가 회식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술상에 여군을 차리고 놀아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은 성폭력과 성희롱과 성차별이 뭔지 여전히 모른다. 성폭력 예방 지침과 피해자 지원 매뉴얼이 복잡다단하게 갖추어져있어도 쓸모가 없다.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점일 뿐이다. 비극의 반복은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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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여군 중사의 분향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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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호흡, 그는 살고자 했다

절망의 고리를 끊고 싶다면, 절망의 호흡을 거슬러 따라가야 한다. 군이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는 이유는 늘 이 일을 건너 뛰어왔기 때문이다. 2013년 육군 제15사단, 2017년 해군본부, 2021년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하 20비), 4년에 한 번씩 여군이 성폭력으로 사망하고 있다. 죽음과 죽음의 사이에는 그 틈을 빼곡하게 매우고 있는 숱한 일상의 비극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매번 분노했고, 매번 슬퍼했다. 그러나 군은 어떤 순간에 피해자가 삶을 갈구했고, 때마다 왜 절망했는지 제대로 짚어보지 않았다. 기억은 파편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누가 죽었다', '누가 성폭행을 저질렀다', '누가 어떤 처벌을 받았다'와 같은 낱장의 파편들.

피해자는 살고자 했다. 3월 2일 밤 사건 직후부터 3월 3일 오전까지 동료와 상급자에게 5번이나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사건 당시 앞자리에서 운전을 하던 하사를 만나 블랙박스도 확보했다. 3월 5일에는 20비 군사경찰대에 출석하여 피해 사실을 모두 진술했다. 회유를 옥죄는 선임들을 떠나 부대 이동도 희망했다. 국선변호장교에겐 사건 처리 과정을 계속 물었다. 상담을 받으러 다녔고 좋지 않은 생각이 든다며 SOS를 보내기도 했다. 피해자는 그렇게 하루 속히 사건을 해결하고 일상을 회복하고 싶어 했다.

또한 피해자는 절망했다. 상급자에게 피해사실을 보고하자마자 회유가 시작되었다. 3월 3일 밤에 정보통신대대장, 3월 4일 아침에 비행단장이 보고를 받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았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주어지는 60일 간의 청원휴가를 받은 피해자는 관사에서 피해자 조사, 상담 등에 응하며 3월 17일까지 가해자와 같은 부대에 있었다. 3월 중순에는 선임들이 애인까지 불러내 회유를 시작했다.

국선변호장교는 면담 한 번을 응하지 않았다. 4월 초 군사경찰대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 받은 20비 군 검찰은 한 달이 넘도록 피해자 조사를 개시하지 않았다. SOS에 돌아온 회답은 즉각 전출이었다. 내몰리듯 찾아간 새로운 부대에선 문제 있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 너무 많은 이들이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방해했다.

이렇게 피해자의 호흡을 되짚는 일은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방법이다. 매번 그랬듯 성폭력 예방 결의대회 같은 무의미한 대책을 쏟아내는 것으론 이 절망의 고리를 끊어낼 수가 없다.

생각이 없는 군

그러나 군은 피해자의 호흡을 되짚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5월 22일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 그러나 어떤 유관 부서도 국방부에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보고를 올리지 않았다. 5월 24일에 이르러서야 공군은 국방부조사본부에 이 사건을 '단순 사망 사건'으로 보고한다. 5월 25일에는 공군참모총장이 국방부장관에게 사망한 사람이 성추행 피해자라며 구두 보고를 한다. 시시각각 사건 속보가 지휘관에게 올라가는 조직, 보고가 생명인 군에서 이 상황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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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군 성폭력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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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인가. 국방부장관은 5월 25일 사건을 보고 받고도 공군 20비 군검찰에서 열심히 수사하라는 지시만 내린다. 사람이 죽었는데 관심이 없었는지, 무능한 것인지, 보고도 모른 체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장관은 수사 독려만 남기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러다 5월 31일 자로 언론에 사건이 최초로 보도되자 그때서야 공군본부 보통검찰부로 사건을 이첩시킨다. 이튿날엔 피해자 부모님을 찾아가 자기 딸이라 생각하고 사건을 잘 처리하겠다고 다짐한다. 욕을 잔뜩 먹고 나니 비로소 피해자가 딸처럼 생각되었나 보다. 이 와중에 여야 정치인이 질타를 건네자 장관은 사건을 또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첩시킨다.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판단의 연속이다.

수사는 또 어떠한가. 군 검찰은 6월 2일에는 사건 발생으로부터 91일 간 가만히 뒀던 가해자를 끌고 와 포토라인에 세우더니 구속영장 신청 4시간 만에 영장을 발부 받아 영창에 넣었다.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그러더니 6월 4일에는 뜬금없이 사건과 별 관련이 없는 공군15비행단 군사경찰대대를 압수수색했다.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하고 사망에 이른 20비행단에는 압수수색 영장 하나 없이 수사관을 '보내기만'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수사에 비판 여론이 일자 6월 7일이 되어서야 2차 가해를 저지른 피해자의 선임들을 압수수색했다. 군 검찰은 왜 수사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일자 6월 9일에 20비 검찰부, 공군본부 검찰부를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검찰 사무를 지휘하는 공군본부 법무실은 건들지도 않았다.

절망의 고리를 끊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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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국방부 검찰단과 국방부 조사본부는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날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찰과 공군본부 검찰부, 공군본부 법무실 내 인권나래센터를 전격 압수수색 중이다. 2021.6.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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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하라고 했는데 군의 수사는 자꾸 겉돌기만 한다. 사건의 진상에는 관심이 없다. 원칙이 없고 눈치만 본다. 하여 군에 피해자의 호흡을 되짚어 절망의 고리를 끊어낼 역할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그럴 의지가 없다. 이번에도 그냥 이렇게 넘어가고, 파편으로 기억하려 든다.

그러므로 국회에 요구한다.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피해자의 호흡을 국민과 함께 빠짐없이 복기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누가, 언제, 왜, 어떻게 피해자를 절망하게 했는지 낱낱이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다른 이들이 비슷한 순간에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험이 한 번은 있어야 군이 바뀐다.

이제 절망의 고리를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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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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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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