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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집착·스토킹이 부른 오버킬" 이수정이 본 '16세 연하남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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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분석

중앙일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지난달 11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1년 상반기 성인지·성적 괴롭힘 등 폭력예방 특별교육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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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해 잠든 연인 흉기로 살해한 30대女



"집착이 부른 스토킹 범죄이자 잔혹한 살인 사건이다."

최근 전북 전주의 한 원룸에서 30대 여성이 16살 연하의 애인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이 교수는 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이 설사 만나고 있었다 하더라도 (연인을 살해한 여성은) 편집증적인 스토커의 심리 상태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A씨(38·여)를 지난 8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6일 오전 10시45분쯤 전주시 한 원룸에서 B씨(22)의 가슴과 등 부위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교제를 시작했다. "A씨는 다른 아파트에 혼자 살았지만, B씨가 사는 원룸에서 동거하다시피 했다"는 게 지인들의 진술이다.

이 교수는 "스토킹이 공식적으로 어떠어떠해야 한다고 정리되지만, 이 여성의 경우 스토커가 갖는 일반적인 심리를 가졌다"며 "'나는 너를 완벽하게 소유하고 싶은데 네가 날 떠나려고 하니 괘씸하다. 내가 널 가질 수 없으면 아무도 가질 수 없다'는 독단적인 사고의 오류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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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 이미지. 연합뉴스





"연인 살해한 여성, 편집증적 스토커 심리"



조사 결과 A씨는 남자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고 휴대전화에서 자기 번호를 삭제한 사실에 격분해 술에 취해 잠든 남자 친구의 가슴을 흉기로 찔렀다. 경찰은 "남자 친구는 당시 만취해 의식이 없었고, 무방비 상태로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A씨는 경찰에서 "사귀는 중간에 가끔 다툼은 있었지만, 남자 친구에게 애정을 쏟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사건 당일 새벽 남자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아 화가 나 집에 갔는데, 내 번호마저 지운 사실을 알고 남자 친구가 딴 맘을 먹었다는 배신감이 들어 홧김에 범행했다"고 했다. A씨는 과거 공황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단순한 공황장애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편집성 성격장애라는 게 있는데, 어디에 꽂히면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남자에게 몰두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남자 친구 원룸에 들어간 지 5분 만에 살인을 저질렀다. 전화번호 저장 목록에서 자기 번호를 삭제한 사실을 안 A씨는 원룸에 있던 흉기를 가져와 남자 친구 가슴에 그대로 꽂았다. 남자 친구가 침대에서 떨어지자 그의 등에 다시 흉기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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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일러스트. 이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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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나이 차" 주목…"이 사건 본질 아냐"



이 교수는 "비정상적인 감정에 몰두하는 살인 사건일수록 현장이 끔찍하다"며 "합리적 수준에서 치명상을 입혀도 죽는데, 이런 사람들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오버킬(overkill·과잉)이라는 것을 한다. 한번 정상에서 벗어난 집착에 빠지면 끝까지 가고, 여자가 계속 흉기로 찌른 이유"라고 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16살'이라는 두 사람의 나이 차에 유독 관심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내가 너를 못 가지면 아무도 못 갖는다'는 집착이 부른 살인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발적 살인? 미필적 고의 있다고 봐야"



이 교수는 "스토커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외도가 있는지, 없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외도가 의심돼도 외도를 했다고 믿는다"며 "전자통신망(휴대전화) 상으로 남자는 원치 않는데 여자는 계속 만나 달라고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괴롭힘이 있었을 것이다. 전자통신망상의 감시도 스토킹"이라고 했다.

'우발적 범행'이라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계획 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고 있는 사람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두 사람이 싸우다가 흉기로 찌른 게 아니고 남자가 전혀 방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번 찌른 게 우발적인 거냐"며 "죽여야겠다는 강력한 생각을 가지고 '죽어라, 죽어라' 하면서 수차례 찌른 것을 우발적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아닐지 모른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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