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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IT업계 잇따른 노동문제

"사망직원 모욕·과로로 고통"…네이버 노조, 자체조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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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조합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최근 숨진 네이버 개발자는 담당 임원으로부터 모욕과 과로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는 노동조합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네이버 회사 경영진은 내부의 잇단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묵인과 방조로 일관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7일 분당 사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 원인으로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휴일 없는 과도한 업무량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무리한 업무지시와 폭력적인 정신적 압박 △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 등을 꼽았다.

노조에 따르면 지도 서비스 부문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고인은 주말과 밤늦게도 업무를 했고 밥을 먹다가도 업무 연락이 오면 늘 답변했다. 하루 1시간도 쉬지 않고 밤 10시 이후에도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담당 임원 A씨는 고인에게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무리한 업무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임원A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회사와 경영진이 이를 알고도 묵인·방조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원A 입사 초기인 2019년 5월 고인을 포함한 직원 14명이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면담했는데, 최 COO는 이 자리에서 "임원 A에게 문제가 있다면 본인(나)에게 말을 해라. 책임지겠다"고 했다.

고인이 지인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도 공개됐다. 고인은 단체 메신저 채팅방에서 "두 달짜리 업무가 매일 떨어지고 있어서 매니징(관리)하기 어렵다", "장애 터져서 3일 동안 죽을 뻔 했네요"와 같은 메시지로 업무 과다를 호소했다. 고인에게 업무가 몰린 까닭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팀원들의 줄퇴사와 직원 미충원 등으로 파악됐다. 고인은 동료에게 "인력 부족으로 충원해도 모자랄 판에 팀원들의 이탈을 부추겨 스트레스가 많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조는 고인의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상세한 내용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네이버에 고인의 사내 메신저 이력과 사내망 접속 이력, 출퇴근 기록, 고인과 임원 A간 사내 메신저 기록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고용노동부에 이번 사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의뢰했다.

네이버는 외부 기관 통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주 네이버가 조사를 의뢰한 외부 기관이 조사에 착수했고, 해당 조사는 약 3주 걸릴 예정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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