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외환위기와 유사"···'직원 고용' 자영업자 1년새 17만명 급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영업자 할퀸 코로나

중앙일보

지난해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의 방역정책으로 소비자들의 대면 활동이 줄어든 탓이다. 특히 아르바이트나 종업원을 고용한 자영업자의 경제적 충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7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실린 '코로나19 이후 자영업 특성별 고용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제활동인구 중 자영업자는 553만명으로, 2019년(561만명)보다 1.4%(8만명) 줄어들었다.



희비 엇갈린 자영업자…대면서비스↓ 택배·운수↑



중앙일보

산업별 자영업자 규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자영업자 중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대면서비스업이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 교육·예술·스포츠·여가, 개인서비스 등 소비자와 접촉이 많은 업종이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대부분이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했다.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도소매업(114만→109만명)이다. 5만명(4%)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교육업(34만→30만명), 건설업(39만→35만명), 숙박음식업(66만→65만명)도 일제히 줄었다. 유일하게 개인서비스업(45만→47만명)만 늘었다. 이를 합산하면 1년간 총 12만명의 대면서비스업 자영업자가 사라졌다.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는 전체의 48%(지난해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방역 정책에 따라 소비자의 외부 활동이 줄면서 대면서비스업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며 폐업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의 수혜를 본 자영업자도 있다. 늘어난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택배와 배달업 등 운수창고업(60만→64만명) 자영업자는 지난해 오히려 4만명이 늘었다. 외부 활동이 줄면서 배달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보고서는 “현재 종사상 지위 분류기준에서 택배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한 형태로 자영업자에 포함되며, 최근 급증하는 플랫폼 배달 라이더도 상당수(70% 이상)가 자영업자로 분류된다”고 적었다.



직원 고용한 자영업자 ‘큰 타격’…고령층 자영업자 유입 ↑



중앙일보

고용원 유무별 자영업자 규모 .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아르바이트나 종업원 등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사이에 154만명에서 137만명으로 11%(17만명) 줄었다. 고용 규모가 큰 자영업자의 경우 고정비(인건비, 임차료 등)의 비중이 높은 탓에 불확실성이 큰 경기침체기에서 더 큰 충격을 받은 영향이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차장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에 집중된 고용 충격은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한 모습"이라며 "경기 충격이 클 수록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고용원을 거느린 자영업자 중 종업원을 내보내는 등의 ‘허리띠 졸라매기’조차 못한 채 가게 문을 닫은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1년 사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바뀐 비율은 6.9%(20년 2월~21년 2월)로 1년 전(19년 2월~20년 2월)의 8.7%보다 오히려 줄었다. 반면 돈벌이를 찾아 임시일용직(4.5%→7.3%)이나 상용직(22.5%→23.8%)으로 전환한 비율은 크게 늘었다. 미취업(24.1%→25.4%)으로 머무르는 비율도 증가했다.

중앙일보

고용원 유무별 자영업자 규모_코로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반면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이 홀로 근무하는 자영업자는 407만명에서 416만명으로 오히려 2.2%(9만명)가 늘었다. 통계 편제상 1인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택배 기사와 플랫폼 라이더 등이 늘어난 영향이다.

연령별로 60대 이상 고령층의 자영업자는 171만명에서 181만명으로 5.8%(10만명)가 늘었다. 늘어난 은퇴자의 자영업 진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같은 기간 40·50대 자영업자는 303만명에서 282만명으로 6.9%(21만명)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인구 감소 폭이나 고용상황 변화 등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전통 자영업자, 생산성 높은 업종으로 재조정 ”



자영업자의 고용 부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자영업은 폐업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경기 상황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시차를 두고 늦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삼일 차장은 “경기침체기에 비자발적으로 고용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가 되거나 플랫폼 노동자로 진입하는 이들의 고용상태가 불안정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생산성이 비교적 낮은 전통적 자영업으로부터 생산성이 높은 업종으로 고용 재조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