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횡령 등 혐의로 항소심 재판 중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5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확정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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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쥐약을 배달하려고 시도했던 유튜버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튜버는 재판 과정에서 “정치적 퍼포먼스였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21일 ‘고양이뉴스’란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온 원모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원씨는 2019년 3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이 전 대통령 사저로 쥐약이 담긴 상자를 택배로 배달해 협박한 혐의(특수협박)를 받는다.
원씨는 이 과정을 ‘이명박 집 앞에서 쥐약을 선물한 유튜버’라는 제목의 영상에 담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영상에는 약국에서 산 쥐약을, ‘(이 전 대통령) 건강하세요’라고 쓴 편지와 함께 종이상자에 넣는 모습이 나온다. 이후 사저를 찾아 직접 상자를 전달하려다 제지당하자, 인근 편의점에서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택배를 보냈다.
원씨는 재판에서 “정치적 퍼포먼스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악의 고지가 있었어도 상자가 피해자에게 도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실제 택배는 경호관이 내용물이 쥐약인 걸 확인하고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쥐약은 인체에 유해하다 알려졌고 독성이 확인된 약품으로 이 같은 물건이 주거지에 배송됐다면 공포심을 느낄 만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치 퍼포먼스라면 실제 쥐약을 쓰거나 택배 배송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또한 재판부는 “대중적인 영향력이 있는 유튜버로서 모방 범죄를 야기할 수 있어 위험하다”며 원씨가 ‘영향력 있는 유튜버’인 점도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원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약 21만명에 달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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