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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위기의 돌파구, 구독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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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겸의 구독경제:소유의 종말-10] 지금까지 우리는 9회에 걸쳐 다양한 구독경제 사례를 살펴보고 구독경제로 인해 바뀌고 있는 세상과 미래까지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소비자 입장과 더 넓은 범위인 국가와 사회 입장에서 다가온 구독경제 세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많은 대답이 나오겠지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문제는 바로 '부의 양극화'와 '환경문제'입니다. 부의 양극화는 과거부터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며, 양극화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부의 양극화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여러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한 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더욱 증가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전 세계 극빈층은 1억5000만명 더 증가할 것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구독경제는 이러한 부의 양극화를 끝낼 히어로일까요? 아니면 양극을 더 벌릴 빌런일까요? 지금부터 알아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구독경제로 대량의 실업자 양산? 약탈경제?


구독경제 발전에 항상 밝은 부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독경제가 발전하면 기존의 대량생산 방식이 몰락할 것이고, 맞춤형 소량생산으로 메커니즘이 바뀔 겁니다.

최근 전 세계 화두인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최근에는 단순히 기업의 재무적 요소가 아닌 환경적,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경영에 반영하는 기업에 사람들은 투자합니다. 이런 ESG 중 특히 환경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워진 만큼 기업은 더 이상 환경문제를 방치할 수 없게 됐습니다. 기존 화학에너지를 사용해 하나의 모델을 대량생산하는 체제에 비상이 걸린 셈이죠.

전처럼 제품을 불특정 다수에게 팔고자 대량생산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환경보호 측면에서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기업의 이윤을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기업은 속성상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기업이 '이익'을 포기하는 순간 생존의 갈림길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이제 기업은 환경문제 때문에 딱 필요한 수량만 생산해 최대 다수의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을 알고 있죠. 바로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개인에게 맞춰진 상품과 서비스는 자연스레 소비자 만족감 증대로 이어집니다. 다수의 취향과 내 취향이 항상 같지 않기 때문이죠. 나에게 맞는 맞춤형 서비스는 제품에 대한 팬덤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미니멀라이프 트렌드로 본인이 필요할 때 물건과 서비스가 찾아오는 구독경제는 대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유통단계가 간소화되고 생산 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사회에는 대량의 실직자가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매일경제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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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독서비스 특징인 록인 효과 때문에 일부 기업이 구독서비스 시장을 선점하면서 후발 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앞다퉈 구독서비스 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죠.

구독경제는 혁신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혁신은 기존 체제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이기에 혁신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낙오되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이유를 근거로 봤을 때 구독경제도 일정 부분 약탈적인 경제 체제로 진화될 위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구독경제가 약탈 경제가 되지 않으려면 구독경제를 활용한 근본적인 위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소상공인을 위한 구독경제 그리고 생태계 조성


구독경제는 신뢰자본과 일정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게 사실이므로 스타트업이나 자영업자들이 독자적으로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혼자 힘으로 하기 어렵다면 TEAM-UP이 필요합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뜻 있는 대기업의 도움으로 '참여형 구독서비스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지금까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비슷한 업종의 가게는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끼리 경쟁할 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까운 거리와 비슷한 업종은 효율적인 협업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소상공인 구독서비스 협업 사례를 들어보죠.

업종별 사례

일본은 집보다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는 여성이 의외로 많다고 하네요. 머리가 긴 여성 고객들은 집에서 머리를 세팅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용실을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은 미용실 구독서비스를 이용해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중요한 고객과 미팅하기 전에 들러 전문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헤어스타일로 세팅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미용실에 헤어스타일을 세팅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요구를 충족해주는 미용실 구독서비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업종별 구독서비스 회사로는 'mezon'이 있는데요. 도쿄를 중심으로 약 800개 미용실이 등록돼 있습니다.

이 밖에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호텔을 구독하며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호스텔라이프'도 업종별 소상공인 구독경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지역별 사례

일본에는 음식점 마케팅 지원 회사에서 신주쿠 미(味)로드 내 모든 음식점을 이용할 수 있는 구독서비스가 있습니다. 한 가지 업종이나 브랜드에서 구독서비스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상업시설 단위로 구독서비스를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 구독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월 500엔의 '드링크패스'를 구입하면 해당 건물에 있는 가게를 방문했을 때 음료 1잔을 마실 수 있습니다. 구독자들은 카페에서 낮에는 음료 한 잔을 무료로 마시고, 밤에는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식당에서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죠. 하루에 몇 번이라도 음료 무료 구독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드링크패스를 도입한 점포는 방문객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구독서비스를 도입한 가게의 평균 내점 빈도는 월 3.2~ 22회로 모든 업계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구독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가게에 비해 10~20배 많은 방문객이 찾는 업종도 있다고 하죠. 구독자의 경우 지불하는 금액이 적어지다 보니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고 음식을 많이 주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처럼 협업해서 만든 구독서비스가 갖는 강점은 더 있습니다. 구독서비스를 도입한 가게는 앱을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한다고 합니다. 소통을 통한 개선은 곧바로 고객 만족도 증가로 이뤄졌습니다.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마케팅 회사는 적절한 컨설팅과 지원도 하고 있죠. 입소문이 돈 모양인지, 신주쿠 외에 다른 상업시설에서도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단순히 거리 하나를 넘어 도시 하나의 음식점을 모두 묶어 구독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예시로 다양한 소품 관련 회사라면 소품들을 사무실이나 집 안 적재적소에 배송해주는 구독서비스도 가능합니다. 카페나 베이커리도 마찬가지죠. 동네 슈퍼마켓이나 소형 마트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회원을 모집해 정해진 기간마다 각종 물품을 배달해줄 수 있습니다.

협업 구독 플랫폼을 구축하면 전화 상담이나 온라인 채팅 서비스 같은 고객 AS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는 더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고, 소상공인들은 플랫폼 구축과 운용비용을 여러 사람이 분담해 절감되는 효과가 있죠. 이처럼 구독경제를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가장 필요한 안정적인 수익원과 예측할 수 있는 미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믿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골목상권과 우리 이웃을 지킬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생태계는 소멸 위기


거듭 강조하지만, 구독경제는 신뢰자본이 축적돼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현실적으로 소상공인이 단골이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기에는 어려움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상공인을 발굴해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가 구독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정부 또는 회사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팀과 조직을 만들고 그 일에만 전념합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흩어져 있기 때문에 당장 하루하루 버티기도 버거운 게 현실입니다. 여기에 홈페이지, 결제 시스템 등을 만들어준다고 해도 유지하기가 사실상 물리적으로 어렵죠. 중요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더라도 이를 분석하거나 사용할 여력이 없을 것입니다.

김현성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은 "소상공인은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별도의 조직과 예산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 경제가 소상공인에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공공 부문에서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규모의 경제'가 될 수 있도록 모아주고, 안정적인 수익이 날 수 있게 구독해주며, 각종 시스템 구축 등 소상공인 구독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 가트너는 2023년이 되면 75%가 구독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몇 년 후에는 구독이 어려운 분야를 빼고는 대부분에 구독경제가 적용될 것입니다. 그에 따른 록인 효과로 인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대다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생태계는 소멸 단계에 직면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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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몇 년 전부터 '소상공인 구독경제'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습니다. 소상공인 구독경제 생태계 조성은 정부 주도 사업이 아닙니다. 정부가 플레이어가 돼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의 마중물 역할을 우리 사회가 해주는 것입니다. 플랫폼 운영과 비용 역시 받아야 하는 것이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소상공인 구독경제 플랫폼'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이 확보되는 것은 물론 수익이 증대되기 때문에 일자리와 투자를 늘릴 것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플랫폼 운영료 수익과 새로운 세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를 받으면서 우리 이웃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상생 경제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죽어가는 우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경제부처, 광역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소상공인 구독경제'에 대해 구독경제 전문가로서 자문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소상공인 구독경제 생태계 조성에 관심을 가지게 돼 매우 다행입니다.

새로운 아픔이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되길…


구독경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대부분 혁신이란 누군가의 희생을 기반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혁신은 해야 합니다. 다만 혁신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구독경제 도래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우리 이웃에게 새로운 아픔이 될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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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혁신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그만큼 더 소외된 이웃이 많아질 것입니다. 오늘의 내가 그런 소외의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내일의 나도 아니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똑같은 지원과 정책을 할 때가 아닙니다. 반드시 팀업을 해줘야 합니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구독해줘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인 구독경제는 신뢰자본이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신뢰자본이 부족하죠. 만약 각자가 서로의 신뢰자본이 돼 서로를 응원해준다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큰 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서로 구독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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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연구교수]

고려대 국제거래법 석사, 상법(회사법)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고려대 회사법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대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개발, 스타트업 발굴·협업 등의 업무를 맡았다.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세청, 검찰(서울남부지방검찰청), 서울시 등 다양한 기관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혁신경제학자 겸 구독경제 전문가다. 저서로는 '구독경제: 소유의 종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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