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ZTE, 세계시장 40% 장악
경쟁사보다 30% 싸고 기술력 앞서
스마트폰 1위 삼성, 5G폰은 4위
“인도 5G 시범서비스, 선점해야”
코어테크가 미래다 ③ 5G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의 출발점은 ‘5세대(5G) 통신장비’였다. 5G가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로봇 같은 미래산업을 구현하는 인프라이자, 군사·안보와 직결된 민감한 기술이어서다.
18일 시장조사업체인 델오로에 따르면 5G 통신장비 분야에서 중국은 절대 강자다. 화웨이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31.7%로 2019년(32.6%)에 이어 1위를 지켰다. 스웨덴 에릭슨(29.2%)과 핀란드 노키아(18.7%), 중국 ZTE(11%)가 그 뒤를 이었다. 두 개의 중국 기업이 세계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5위(7.2%)에 그쳤다.
주요 5G 통신장비업체 시장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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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10년째 세계 1위지만 ‘5G폰’만 떼놓고 보면 세계 4위로 밀려났다. 올 1분기 출하량이 1700만 대(점유율 12.7%)로 미국 애플(4040만 대)과 중국 오포(2160만 대)·비보(1940만 대)에 뒤졌다. 오히려 중국 샤오미(1660만 대)에 쫓기는 모양새다.
통신장비 시장은 연구개발(R&D)과 지식재산권을 무기 삼아 경쟁업체를 따돌리는 구도다. 화웨이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1419억 위안(약 24조원)으로 삼성전자(21조2000억원)보다 많다. 전체 임직원 20만여 명 중 10만5000명이 R&D 인력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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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특허조사기관 아이플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화웨이는 전 세계 5G 표준특허 중 15.4%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 화웨이가 보유한 기술특허는 총 4만 개, 여기서 파생된 유효특허는 10만 개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화웨이의 5G 장비에 대해 “경쟁사보다 가격은 30%가량 싸고 기술은 가장 앞섰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 5G 장비 공급 계약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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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화웨이는 반도체 공급이 차단된 것은 물론 구글 소프트웨어도 쓸 수 없다.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도 ‘반중(反中) 연대’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은 화웨이가 주춤한 사이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66억4000만 달러(약 8조원) 규모의 5G 장비·솔루션 공급 계약을 따냈다. 올해는 일본 1위 NTT도코모, 캐나다 사스크텔 등과도 손을 잡았다.
국내 5G 통신장비 관련 중견·중소기업 연도별 매출·영업이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그렇다고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화웨이는 내수와 중남미에서 여전히 건재하고, 경쟁사의 벽이 높아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버라이즌 수주를 따낸 후 AT&T·T모바일 등 다른 통신사는 에릭슨·노키아와 계약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미국·일본도 움직임도 바빠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미국과 일본이 5G나 차세대 6G를 염두에 둔 통신분야 R&D에 45억 달러(약 5조원)를 투자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퀄컴과 NTT도코모는 각각 5G 기술 특허의 10%, 6%를 보유하고 있다.
성영철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통신장비는 한 번 설치하면 정기 보수를 통해 사업 지속성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렇게 틈새가 생겼을 때 최대한 점유율을 넓혀놔야 5G 생태계 확장과 6G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도 정부가 5G 시범 서비스에서 중국 업체를 배제했다”며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인도에서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할 경우 연말께 20% 점유율 달성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박형수·최현주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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