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임현동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울산시가 남북 교류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겨레하나’에게 법적 근거 없이 1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겨레하나’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울산시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단체는 학교 허락 없이 초등학생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환영 신청서를 받아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감사원은 18일 ‘지방자치단체 사업성 기금 등 집행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시는 2018년 10월 남북교류협력기금 5억원을 기금운용계획에 반영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다음달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던 때였다. 문재인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이 취임한지 3개월 지난 시점이기도 했다.
울산시는 남북교류협력기금 중 1억원을 2019년 2월 ‘겨레하나’에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전달에 ‘겨레하나’는 북한 대동강 어린이 빵 공장에 콩기름을 보내는 데 쓰겠다며 보조금을 신청했고, 울산시는 이 단체를 보조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겨레하나’는 이미 콩기름을 북한에 보낸 상태에서 보조금을 신청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지방재정법과 지방보조금 관리기준에 따르면 보조사업자로 선정되기 전에 시행한 사업비는 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당장 자금이 없어서 공익적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단체에게 보조금을 주는 게 기금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남북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해 6월 13일 오후 서울 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서울겨레하나, 남북관계 간섭하는 미 정부 경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런데 ‘겨레하나’는 보조금 신청 한 달 전인 2018년 12월에 이미 북한에 콩기름 300t을 보냈다. 울산시는 사전에 통일부 등에 콩기름의 북한 반출 사실을 확인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겨레하나’를 보조사업자로 선정한 뒤에야 통일부 담당자로부터 콩기름이 이미 북한에 전달됐다는 사실을 들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보조금 1억원을 지급했다.
또 ‘겨레하나’는 거짓으로 보조금 교부신청서를 울산시에 낸 사실도 감사에서 확인됐다. 콩기름 대금은 이미 지급된 상태인데 신청서에는 “(보조금을 받은 뒤인) 2월 2주차에 지급할 예정”이라고 적어낸 것이다. ‘겨레하나’는 이렇게 받은 1억원의 보조금을 콩기름을 구입할 때 돈을 빌렸던 지역본부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마치 보조금을 받은 뒤 콩기름 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콩기름 구입·전달 대행 업체로부터 대금 영수증을 다시 발급받아 울산시에 냈다.
‘겨레하나’는 2004년 창립한 시민단체로 대북 지원, 통일 교육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2018년 ‘평화통일 수업’을 한다며 초등학교를 방문해, 6학년 학생들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한 환영단 참가 신청서를 받고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울산시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감사원은 송철호 시장에게 지방재정법을 위반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또 ‘겨레하나’에 지급한 1억원을 반환받고, 이 단체에 5년 범위 내에서 지방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