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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1등이 양보하면 이긴다"…MB까지 불러들인 이재명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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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시기를 두고 ‘경선연기론’에 이어 ‘1등 양보론’이 부상하고 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선 연기에 대해) 대범하게 나가면 지지율이 좀 많이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범한 자세를 보이면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성을 쌓을지도 모른다”며 ‘1등 양보론’의 군불을 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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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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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 양보론이 나오는 이유 중의 하나는 경선연기론에 대한 이 지사의 완강한 태도다.

지난 6일 친문 핵심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자, 이 지사 측 의원들은 “판 흔들면 내전”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 지사도 지난 12일 경선 시기에 대해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합당치 않겠는가”라며 연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러자 '경선 연기파'들이 연기론을 대놓고 주장하기 보다 "유리한 쪽이 양보하는 게 모양새가 더 좋다"고 주장하는 우회 전략을 펴는 모습이다. 계파 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지율이 크게 앞서는 이 지사가 양보하고도 이기면 본선에서 더 명분이 있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지사를 추격해야 하는 민주당 대선 주자 이광재 의원도 “당 지도부와 1등인 이 지사가 결단을 내릴 문제”라며 양보론을 띄웠다.



2007년 이명박처럼? 복잡한 양보의 셈법



1등 양보론을 주장하는 쪽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실증적 근거로 든다. 이광재 의원은 “당시 박근혜 후보가 1위였던 이명박 후보에게 경선 연기를 요청했는데 이 후보가 그거를 수용하니까 지지도가 더 올라갔다”며 “이 지사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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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5일 당시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가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당지도부가 마련한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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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나라당에선 대선 경선 룰을 두고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성과를 앞세워 대중적 지지가 높았던 이 후보 측은 “여론조사(국민투표율)를 최소한 67%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추격할 시간이 필요했던 박 후보 측은 “경선 시기를 늦추자”고 요구했다.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걸고 중재안을 낼 정도로 양측이 물러서지 않고 꽉 막혀있던 순간에 이 후보가 경선룰에 대해 “조건 없는 양보”를 선언했다. 2007년 5월 14일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라는 중차대한 일을 놓고 우리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며 “우리 모두의 승리를 위해 조건 없이 양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보 뒤 이 후보의 지지율은 더 올라갔고 이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이 후보는 1.5%포인트 차이로 박 후보를 이기며 본선 티켓을 따냈다. 이에 대해 당시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은 “이 후보가 수학적으론 손해를 봤지만 정치적으론 이득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협상을 담당했던 권택기 전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가 원칙을 말할 때 우리가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면 국민에게 불리한 이미지를 줄 것 같았다”며 “국민들이 전격적으로 풀어주기를 바라는 시점까지 인내하다가 양보를 하자 ‘지도자답다’는 평가가 늘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과 현재의 민주당은 상황이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정치 컨설턴트는 “이명박, 박근혜 후보처럼 박빙 상황이 아니라 다른 후보들에 비해 한참 앞서고 있는 이재명 지사는 경선연기론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원칙을 지키려 하는 모습을 보여야 개혁가의 불안정한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문 전재수 “2012년엔 당헌 개정 없이 경선 연기”



민주당 대선 경선은 매번 ‘룰 전쟁’으로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경쟁한 2012년엔 모바일 투표 룰 때문에 문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가 경선 참여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모바일 투표의 경우 후보 안내 음성을 끝까지 듣지 않으면 무효 처리가 됐는데, 이 시스템이 끝 번호였던 기호 4번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경선거부 파동은 당의 중재로 하루 만에 해소가 됐지만 사소한 유불리에도 화약이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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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후보가 2017년 4월 8일 당내 경선에 참가했던 최성 고양 시장, 이재명 성남 시장(왼쪽부터)과 안희정 충남지사(오른쪽)와 함께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맥주집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화합을 통한 대선승리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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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경선 때는 민주당은 대선 후보 확정을 ‘본선 80일 전’으로 늦추기도 했다. 당시 지지율 1등 문재인 후보는 “경선 룰은 당에 모든 것을 위임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때 경선 연기는 당헌·당규에 담긴 ‘본선 180일 전 후보 확정’ 규정을 고치지 않고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결정했다. “('본선 180일 전 후보 확정' 규정에 불구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할 수 있다”는 당헌 88조 2항의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이 사례는 친문 진영에서 이 지사 측의 ‘원칙론’을 반박하는 사례로 거론된다. 전재수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2012년 사례를 들며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저도 가급적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선 연기는 당헌 개정사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지사 측 사정을 잘 아는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지난 도지사 경선 때 친문의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린 적 있는 이 지사는 경선 연기를 받을 경우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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