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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성윤 공소장’ 본 검사 100명 넘어 유출자 색출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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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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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색출’ 지시로 대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자’ 찾기에 나섰지만, 검찰 내부망에 접속해 공소장 내용을 봤던 검사가 100명이 넘는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선 “유포자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감찰부와 정보통신과 등은 지난 14일 박 장관의 ‘공소장 보도 경위를 조사하라’는 지시가 나오자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수사결정시스템의 접속 기록을 조사했다. 수사결정시스템은 공소장이나 불기소장 등을 올리는 시스템이다. 올라온 공소장 등을 검색하면 이력이 남는다.

그런데 수원지검이 이 지검장을 기소한 다음 날인 13일 하루 동안 이 지검장 공소장을 본 검사만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단순 호기심으로 접속한 검사들도 많았다는 뜻인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보통 자기 업무와 무관한 공소장을 검색할 때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이 지검장 사건에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그걸 몰랐던 검사들이 너도나도 봤던 것 같다”고 했다. 그중에서 박 장관이 원했던 ‘유출자’를 찾아내려면 일일이 경위를 확인하고 휴대전화 확인 등 유포 경로도 조사해야 하는 만큼 “색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선 “박 장관이 공소장 열람을 제한하는 ‘형사 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들어 조사를 지시했지만 이는 내부 업무 처리 지침일 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고위 법관은 “범죄가 아니어서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수도 없고, 감찰 목적으로 제출을 강제하면 그 자체가 징계권 남용으로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법관은 “피의 사실 유포도 아니고, 이미 기소된 사실로 공익성이 있기 때문에 유포자 입장에서도 법적으로 다퉈 볼 만한 사안”이라고 했다.

당초 수사결정시스템에 ‘안양지청’과 ‘직권남용’을 동시에 키워드로 넣으면 해당 공소장이 가장 상단에 노출됐지만, 박 장관 지시 이후 그런 식으로는 검색이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들 사이에선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등 사건 관계인의 이름을 넣는 식으로 하면 된다”는 노하우가 공유되기도 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노출 최소화를 위해 ‘직권남용’을 검색어에서 막아 놨다면 그런 지시를 한 행위도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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