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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스라엘 피의 보복, 12층 외신타워까지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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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Q]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反中전선 펼치던 美도 곤혹

이스라엘이 15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 안에서 AP통신과 알자지라 방송이 입주해 있는 건물을 공습으로 파괴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투기가 미사일을 적중시킨 이 건물은 검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무너져 내렸다. 외국 언론사가 입주한 건물을 조준해 붕괴시킨 전례 드문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동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의 자유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오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북미·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는 15일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이에 따른 후폭풍으로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일보

2021년 5월 15일 가자지구에서 알자지라 TV와 AP통신등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잘라 타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AP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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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이번 무력 충돌은 왜 벌어졌나.

예루살렘이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모두 성지(聖地)로 삼는 곳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묵은 갈등이 발단이다. 동(東)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려고 시도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과의 갈등이 고조돼 있었다. 이에 반감을 품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 7일부터 이 지역의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 일대에서 이스라엘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이 300여명이 다쳤고, 이에 대한 보복이라며 하마스가 10일 로켓포를 발사하면서 교전이 시작됐다.

군사적 충돌은 16일까지 이어졌다. 하마스는 로켓포를 2000발 이상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투입해 공습을 하고 있고, 14일부터는 가자지구와의 경계선에 전차부대, 기갑부대를 집결시켜 포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어린이 52명을 포함해 적어도 181명이 숨졌다고 현지 보건 당국이 밝혔다. 이스라엘은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지상군 병력이 투입되면 이번 사태가 201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50일 전쟁'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멈추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네타냐후가 강경하게 나오는 건 지난 3월 총선에서 여당 의석이 줄어들고 연정(聯政) 구성에도 실패한 것과 연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리자 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린다는 것이다.

Q2. 이스라엘은 왜 미국 언론사 입주 건물을 폭파했나.

이스라엘이 파괴한 건물은 12층짜리 ‘알잘라 타워’다. AP통신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를 중심으로 여러 외국 언론사가 세 들어 팔레스타인 소식을 전하는 현지 지국으로 사용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 개시 한 시간 전에 건물주와 입주한 언론사들에 전화를 걸어 대피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들이 급히 노트북, 카메라 장비 등을 챙겨 대피한 덕분에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알잘라 타워를 폭격한 이유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곳에 정보요원들이 활동하는 비밀 사무실을 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외국 언론사가 있으면 공격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AP통신 등을 하마스가 ‘방패’로 삼았다는 게 이스라엘 주장이다.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마스가 사용하는 부분만 없애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건물을 없앨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곳에 하마스 정보요원들이 있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Q3.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이스라엘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다. 게리 프루잇 AP통신 사장은 성명을 내서 “언론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충격과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생중계한 알자지라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진실을 목격하고 기록하는 언론을 침묵시키려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미국이 상당히 난처해졌다.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나서는 것을 반대하며 자체적으로 중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 헤이디 아므르 국무부 부차관보를 특사로 현지에 파견했지만, 아므르가 도착한 바로 이튿날 이스라엘이 알잘라 타워를 폭격해버렸다.

당황한 백악관은 서둘러 파장을 진화 중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는 것을 이스라엘에 직접 전달했다”고 트위터에 썼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프루잇 AP통신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 세계 언론인과 미디어 조직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했다. 그러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유혈 충돌을 막기 위해 안보리 공동성명을 발표하려 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Q4.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나.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중동 사태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우선순위에서 대폭 밀려 깊이 있는 논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바이든은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중동의 생각은 다르다”면서 미국 외교 정책의 초점을 중국과의 경쟁에 두려는 바이든의 계획이 이번 사태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도 “이스라엘과 가자가 불타는데 바이든이 아시아로 중심을 옮길 수 있을까”라며 “양측의 폭력 사태가 미국을 다시 피하고 싶었던 갈등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역량은 이번 사태 해결에 집중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연달아 통화를 했다.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며칠 동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협의하며 이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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