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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재앙으로 치닫는 도쿄올림픽...스스로 취소조차 못하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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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민들이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앞에서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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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 사진=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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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개막.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축제가 아닌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일부 지역의 긴급사태 발효 후에도 매일 6000명 대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쿄 등지에 발령했던 긴급사태 시한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는 등 대책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신규 감염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다보니 일본 내부에서도 도쿄올림픽 개최 반대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심지어 올림픽에 협조적이었던 일본 기업에서조차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자살 임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히로시 CEO는 “일본은 백신 접종이 매우 늦게 진행되는 만큼 전 세계인이 모이는 국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위험 요소가 너무 크다”면서 “(올림픽 개최는)솔직히 말하면 자살 임무라고 생각하고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일교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도 CNBC에 출연해 “일본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올림픽 개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선수 파견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올림픽 공식 후원사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의 후원기업인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의 나가타 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국민 일부의 불만이 선수들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 정말로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스포츠스타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 여자 테니스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는 “올림픽은 내가 평생을 기다려온 대회”라면서도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고, 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면 (올림픽 개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남자 테니스 간판스타인 니시코리 케이도 “올림픽은 100여 명이 나오는 테니스 대회와는 다르다”며 “조직위가 외부와 차단 시킬 방법을 찾겠다고 하지만 선수촌에 1만명이 넘게 모이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전히 “올림픽은 문제없이 열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면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확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IOC 부위원장인 호주 출신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도 지난 8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연례총회에서 “도쿄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함에도 올림픽 취소 결정을 마음대로 내릴 수 없다. 올림픽을 취소할 권한이 개최 도시가 아닌 IOC에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15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기사를 통해 “개최 도시와 계약서에 따르면 전쟁이나 시민 소요 사태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IOC가 참가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거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에 한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참가자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지 판단하는 것이 IOC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다.

알렉산더 미겔 국제 스포츠 변호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IOC가 대회 취소를 결정해야 하지만 IOC는 대회를 강행하려고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IOC와 일본이 공동으로 대회를 취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계약 위반 등으로 막대한 액수의 보험금이나 배상금이 지급돼야 한다.

잭 앤더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는 “일본은 독자적으로 취소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대회 조직위원회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일본은 오래전부터 도쿄올림픽을 장기 경기 침체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의 시련을 이겨낸 ‘일본 부흥’의 상징적인 행사로 포장해왔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 메이킹이 지금에 와선 스스로 발목을 잡는 셈이 되고 있다.

2022년 2월로 예정된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변수다. 아시아 지역의 라이벌인 중국이 정상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혼자 대회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본의 고민이다.

BBC는 “역풍이 거세지고 있지만 IOC는 대회 취소를 고려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올림픽이 7월 23일 어떤 형태로든 개막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고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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