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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피싱 메일 몰라?…한국 청소년 ‘디지털 문해력’ OECD 바닥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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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A 21세기 독자’ 보고서



2018 PISA 읽기 ‘5위’ 불구

정보 신뢰성 평가는 OECD 꼴찌

정보편향 판단 교육도 평균 이하

OECD, “21세기엔 새 문해력 필요”

“정보 신뢰성 판단이 문해력 핵심”

전문가들 “긴글 못읽는 세대 소통 우려”

“학교 디지털리터러시 교육 강화 필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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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정보 문해력(디지털 리터러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바닥권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에서 인터넷 정보의 편향성 여부를 판단하는 교육을 받았다는 비율도 오이시디 평균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 3일(현지시각) 발표한 <피사(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사진)에서 한국의 만 15살 학생(중3, 고1)들은 사기성 전자우편(피싱 메일)을 식별하는 역량 평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피싱메일 여부 식별을 통해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테스트에서 덴마크·캐나다·일본·네덜란드·영국 학생들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반면, 한국은 멕시코·브라질·콜롬비아·헝가리 등과 함께 최하위 집단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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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 학생들은 주어진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평균 식별률이 47%인데, 한국 학생들은 25.6%에 그쳐 꼴찌였다. 이와 관련이 깊은 “정보가 주관적이거나 편향적인지를 식별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았는가”를 묻는 조사에서도 한국은 폴란드·이탈리아·그리스·브라질 등과 함께 평균 이하의 그룹에 속해, 학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 문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은 54%인 데 비해 한국은 절반 이하(49%)로 나타나, 평균보다 낮았다. 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덴마크·미국 등에서는 70% 이상의 학생들이 정보가 편향되어 있는지를 판단하는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번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가 회원국 위주로 만 15살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하는 2018년 피사 결과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내용을 분석해 만들어진 자료다. 읽기 능력 평가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 2018년 피사에서 한국은 읽기 영역 점수가 오이시디 평균(487점)보다 높은 514점으로 상위권(37개국중 5위)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지만, 이번 발표로 한국의 디지털 문해력과 관련한 교육이 바닥권이라는 게 드러났다.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은 2006년 피사 조사에서 556점으로 조사대상국 중 1위였으나, 이후 12년간 조사 때마다 점수와 순위가 함께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정보의 신뢰성을 식별하는 조사는 학생들에게 유명 이동통신사 명의를 사칭한 피싱 메일을 보낸 뒤 양식에 맞게 이용자 정보를 입력하면 스마트폰을 받을 수 있다는 링크에 반응하는 태도를 조사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테스트는 지문을 제시한 뒤 5개의 문항을 통해 평가하는 국어 시험 형태로 진행됐다. 그중 하나는,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서 <문명의 붕괴>의 내용과 평가를 다룬 지문을 제시한 뒤 진행한 테스트다. “이 책에서 작가는 여러 문명권이 스스로 결정한 선택과 환경에 끼친 영향으로 인해 붕괴를 맞았다고 서술했다”라는 문장이 사실 기술인지 의견인지를 묻는 유형의 질문이다.

오이시디는 보고서에서 “인터넷 덕분에 누구나 언론인이나 발행인이 될 수 있지만, 정보의 참과 거짓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며 “21세기의 문해력은 지식을 스스로 구축하고 검증하는 능력”이라고 밝혔다. 오이시디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독자들은 불명확함을 탐색하고 관점을 검증하는 방법이 중요해진다고 지적했다.

2012년 피사 조사에 15살 학생들의 평균 온라인 이용시간은 1주에 21시간(하루 3시간)이었는데, 2018년 조사에서는 주당 35시간(하루 5시간)으로 67%가 늘어났다. 오이시디는 피사 조사가 코로나19 이전에 이뤄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고 가정에서 온라인 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문해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로나 위기는 불확실하고 모호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청소년들이 자율적이고 앞선 독해능력을 개발하는 게 시급해졌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문해력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평론가가 <기생충>을 소개한 짧은 글에서 쓴 ‘명징’ ‘직조’라는 단어에 대한 반응과 ‘사흘’이 ‘4일’로 오해되는 경우 등도 화제였다. <교육방송>이 지난 3월 방송한 6부작 다큐멘터리 <당신의 문해력>은 디지털 환경에서 심각해진 문해력 하락 실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당신의 문해력>을 제작한 김지원 프로듀서는 “디지털 기기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이 긴 글 읽기를 어려워하고 있으며 어휘력이 떨어져 있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광범하게 확인됐다”며 “지금 10대는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양한 출처의 문서를 읽고 검증하는 방법을 모르는 데다 비판적 읽기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사흘’ ‘글피’와 같은 어휘를 모르는 세대가 성장하면 세대간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길 우려도 있다는 게 김 피디의 생각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의 영향력이 커지고 코로나19 관련한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용자 스스로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우리 학생들은 교과서와 문제풀기 훈련을 통해 정보의 파악과 이해는 잘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 이를 활용하는 능력인 정보의 신뢰성과 가치 판단 역량이 떨어진다”며 “피사 조사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국가의 학생들은 정보 신뢰성 판단 능력이 높은 것에서 알 수 있듯, 학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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