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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자전쟁 뒤 7년 만에 불붙은 이-팔 충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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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예루살렘의 유대화’가 배경

알아크사 사원 확성기 차단으로 시작

예루살렘에서 ‘팔’ 주민 추방도 작용

이-팔 양쪽의 정치위기도 분쟁에 기름 부어


한겨레

이스라엘군이 15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군사적으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가자지구에 있는 12층 건물을 폭격했다. 미국 <에이피>(AP) 통신,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자리라> 등 여러 언론사의 사무실이 있는 이 건물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무너지고 있다. 가자/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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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무력 충돌이 전면전 위기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쟁 양상을 보인다. 1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에서는 미성년자 41명을 포함해 최소 149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서도 미성년자 2명 등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15일에는 <에이피>(AP)통신과 <알자지라> 등 다수의 외신이 입주한 가자지구 내 12층 건물이 무너졌으며,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지구 부근에 배치되는 등 지상 작전도 벌어지고 있다.

2014년 가자 전쟁 이후 7년 만에 다시 격화된 이번 이-팔 분쟁은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의 고립, 이스라엘 사회의 우경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열패감과 양쪽 내부의 정치위기가 결합한 결과라고 <뉴욕타임스>와 <비비시>는 지난 4월 이후 전개된 사건들로 분석했다. 특히, 이스라엘 당국이 예루살렘을 ‘유대화’하려는 조처가 이번 충돌의 직접적 배경이 됐다.

지난달 13일 예루살렘의 구시가지인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들어와 무슬림 신자들에게 기도를 중계하던 확성기 전원을 끊어버렸다. 이날은 이슬람에는 성월인 라마단 첫날이고, 이스라엘에는 전몰장병 추모일이었다. 이날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알아크사 사원 밑에 있는 유대교 성지 ‘통곡의 벽’에서 연설하고 있었는데, 방해되는 확성기를 무력화한 것이다. 알아크사 사원과 그 주변은 이슬람과 유대교 모두의 성지다. 알아크사 사원은 로마의 예루살렘 점령 때 파괴된 유대교의 예루살렘성전의 터에 지어졌다. 이때문에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성전산은 유대교에는 최고의 성지이다. 무슬림들은 메카와 메디나에 이어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을 3번째 성지로 받들고 있다. 사원의 확성기를 무력화한 이스라엘 경찰은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주 출입구인 다마스쿠스 게이트 밖의 광장도 봉쇄했다. 이곳은 라마단 축일 밤에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경찰의 이런 행동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무슬림 전체에게 큰 모욕이었다. 주말부터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유대계 주민들을 공격하는 동영상이 틱톡에 나돌았다. 지난달 20일 예루살렘에서 유대계 청년들이 이런 동영상에 자극받아서 아랍계 주민들을 공격하고, 반아랍 구호를 외쳤다. 21일에는 극우 유대인 단체 레하바가 예루살렘 시가지를 행진하면서 팔레스타인 행인과 차량들을 공격했다. 이런 소요 사태는 이달 초로 예정됐던 팔레스타인계 여섯 가족들의 예루살렘 추방령과 관련된 법원의 재판과 결부되면서 격화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동예루살렘 인근의 세이크 자라 지구에서 이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무단 거주했다며 추방령을 내렸는데, 이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쪽은 법원에 제소했고,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이 추방령에 이은 알아크사 사원 사건은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쫓아내고 완전히 이스라엘의 도시로 만들려 한다는 분노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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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탱크들이 16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부근에 모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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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위기도 한몫했다. 이스라엘은 2년 사이에 4번이나 총선을 치르고도 연정을 구성 못했다. 지난 3월 이후 선거 이후 연정 구성 협상을 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파들의 지지를 얻고자, 이-팔 분쟁을 악화하는 극우파들의 준동을 방관했다. 팔레스타인에서도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달 29일 예정됐던 총선 취소를 발표했다. 총선이 치러지면, 자신들의 대패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구성하는 아바스의 파타 파의 경쟁상대인 가자 지구의 하마스는 주민 추방 금지 등을 요구하며 예루살렘 수호자로서의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에서는 이미 지난달 14~15일, 24일에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가 간헐적으로 발사됐고, 이스라엘은 대응 공습을 했다.

라마단 마지막 날인 지난 7일 알아크사 사원에서 다시 경찰과 주민이 충돌하면서, 이-팔 분쟁을 돌이킬 수 없는 수순으로 몰고 갔다. 주민 20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경찰은 주민들이 먼저 돌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슬람에서 최고 성일에, 그것도 성지에서 이스라엘 경찰의 폭력행사는 무슬림들에게는 변명이 되지 않았다. 사원의 책임자 오마르 알키스와니는 기자회견에서 “이는 예루살렘의 유대화이다”며 “주민들을 알아크사에 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지난 10일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일전쟁으로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예루살렘의 날인 데다, 주민추방령을 다루는 재판일이었다. 이스라엘 법원을 재판을 연기했으나, 경찰은 다시 알아크사 사원을 습격해 섬광 수류탄과 고무탄으로 팔레스타인 청년들을 해산시켰다. 이는 텔레비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됐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에 오후 6시까지 알아크사에서 병사들을 철수시키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6시가 지나자, 이스라엘로 로켓포가 발사됐다. 네타냐후는 하마스가 “금지선을 넘었다”며, 공습으로 보복을 명령했다.

이스라엘 전역의 도시에서는 유대-아랍계 주민의 폭력적 충돌이 이어져, 로드 등의 도시에서는 봉쇄령도 내려졌다. 야이르 레비보 로드 시장은 “내전이 터졌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이-팔 분쟁은 양쪽 무장세력들의 충돌, 테러, 혹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위 등의 형태로 진행됐다. 이번에 이스라엘 내부에서 유대-아랍계 주민 충돌은 새로운 분쟁의 양상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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