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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외로운 청춘, 둘씩 가야 성공합니다…요즘 힙지로 '헌팅 국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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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중구에 있는 '을지로 노가리골목'이 지난 12일 오후 젊은 남녀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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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 골목에 들어서자 옥외영업을 하는 호프집이 즐비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으로 불리는 이곳은 젊은 층 사이에서 '헌팅 성지'로 통한다. 소문대로 골목 초입에 마련된 흡연구역과 거리에 깔린 테이블에는 2030으로 추정되는 남녀로 북적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테이블의 분위기를 살피는가 하면, 합석을 원하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 가 "둘이 왔나요?" "친구 사이? 직장동료?"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5인 이상 집합금지, 10시 영업제한' 등 강화된 방역수칙 적용 기간이 길어지자 젊은 남녀 사이 '헌팅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방역수칙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즉석 만남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정모(30·남성)씨는 "실내 술집 등에선 눈치 보이니 요즘엔 한강이나 홍대 놀이터, 노상 호프집 등 야외에서 주로 즉흥적 만남이 성사된다"며 "테이블당 5인을 넘기면 안 되기 때문에 남녀 각각 두 명씩이 '국룰'(국민 규칙이라는 뜻의 신조어)"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한강 헌팅'을 주제로 한 콘텐트나 게시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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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골목' 모습.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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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처음 찾았다는 20대 후반 남성 박모씨는 "술집이나 클럽 등이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니 즐길 수 있는 대체 공간을 찾는다"며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고 해 와봤는데 가격 부담도 덜하고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을지로 인근 회사에 다닌다는 20대 후반 여성 최모씨는 "을지로가 '힙(hip)지로'로 불리고 노포·노상 감성이 유행하지 않나"라며 "코로나 사태로 실내보다 실외가 안전하단 인식이 있는 데다 날씨까지 따뜻해져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주변이 오피스 지역이라 직장인들의 접근성도 좋다"면서 "늦게 오면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골목을 지나던 한 40대 여성은 "아직 국내에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수백명씩 나오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해이해졌다는 게 실감이 난다"며 "순간의 즐거움이 가족과 지역사회에 큰 파장 미친다는 것 항상 염두에 둬야 하지 않나 싶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도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코로나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동량·접촉량이 늘어나면 확진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어 "실외에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오랜 시간 먹고 마시다 보면 위험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진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골목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봄·여름철 야외활동이 증가하는데 이 시기 음주량과 음주 횟수 또한 늘어나면서 주취 시비나 폭행 신고가 잇따른다"며 "과음하지 말고 안전 귀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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