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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국회기자24시]‘108번뇌’와 與野 초선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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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이후 목소리 키우는 與野 초선의원

금기에 손댄 더민초, 당권 넘보는 국민의힘 ‘젊은 피’

‘108번뇌’ 멸칭있으나 정치 변화 이끄려면 초선이 당당해야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지금 의원실에 궁둥이 붙이고 있으면 되겠어? 뭐라도 해야지.”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초선의원이 4·7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후 외부 일정을 늘였다며 한 말입니다. 밖으로 나가 성난 민심을 끌어안겠다는 취지였으나 한편으로 ‘좀 더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도 읽혔습니다. 지금처럼 당이 운영된다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배경입니다.

선거 참패 후 민심 수습이 시급한 민주당, ‘영남당’ 이미지를 벗고 전국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려는 국민의힘에 변화의 바람이 붑니다. 거침없는 여야 초선의원의 행보가 그렇습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성역이나 다름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13일 여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가 “한 명은 낙마해야 한다”고 입장을 낸 것인데요. 결국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자진 사퇴하는데 일정부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대표 선출 과정에 있는 국민의힘에서도 ‘젊은 피’의 활약이 도드라집니다. 김웅 의원에 이어 김은혜 의원이 연달아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30대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도 눈에 띕니다. 중진 의원과 맞붙어 지지 않을 기세로 당권마저 넘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초선 의원이 큰 목소리를 낼 때마다 거론되는 게 ‘108번뇌’입니다. 인간이 가지는 108가지 번뇌라는 불교 용어이나 여의도에서만큼 다르게 쓰입니다. 17대 국회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국회에 입성한 열린우리당 소속 108명의 초선 의원들을 비꼬아 표현합니다. 거침없고 소신있는 언행과 행보로 주목받았으나 중구난방 움직임으로 지탄받다 다음 총선에서 참패해 사라졌습니다.

‘108번뇌’의 기억은 꽤 오랫동안 열린우리당의 후신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을 눌러왔습니다. 지난해 4·15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자마자 이해찬 전 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에도 초선 의원들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다소 주저해왔습니다. 하지만 4·7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분위기가 달라진 듯합니다. 국민이 ‘잘못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준 만큼 이제라도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게 아닐까요.

국민의힘 초선의원들도 정권을 가져오려면 당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김웅 의원이 “영남지역의 중진들은 새로운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한 게 대표적입니다.

국회기자들은 기존 질서를 바꾸고 개혁을 추구하는 젊은 의원을 ‘소장파’(少壯派) 혹은 ‘소신파’(所信派)라 부릅니다. ‘108번뇌’는 제 목소리만 낸 17대 초선의원을 향한 멸칭이나 그것이 침묵하라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며 초선은 중진 의원들이 볼 수 없는 곳을 보고, 들을 수 없는 말을 듣고, 할 수 없는 말을 해야합니다. 엉덩이가 무거운 우리 정치를 바꾸는데 21대 국회 초선 의원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이데일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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