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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조국 때문에 고통' 손배소…국정농단 판결에 답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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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등을 포함한 시민 1618명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숱한 거짓말'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해 소송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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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상당한 인과성' 입증 어렵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등을 비롯한 시민 1618명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숱한 거짓말'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해 소송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의 행위와 시민 사이 상당한 인과성이 없다며 원소 패소에 무게를 둔다.

서 교수 등 시민 1618명은 11일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서 교수 등은 한 사람당 손해배상액을 100만 원씩 산정해 모두 16억 1800만 원의 배상을 조 전 장관에 요구했다.

이에 앞서 원고 측 대리인 김소연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국의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인단 모집 공고'를 올려 소송단을 모집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일반 국민이 조 전 장관의 숱한 거짓말로 인해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왔기에 많은 국민의 요청에 따라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판례에 따르면 패소가 예상되나 원고로 참가하는 분들이 어떻게 조 전 장관에게 정신적 손해를 입었는지 최대한 입증하고 인과관계 또한 밝히는 노력을 해보겠다"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 역시 소송을 낸 날 자신의 SNS에 "조 전 장관에게 소송을 거는 건 그가 처벌받거나 반성하기를 기대해서는 아니다. 나라를 두 동강 낸 '조국 사태'와 그 과정에서 저질러진 숱한 조로남불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서다"라고 했다.

이들의 말대로 법조계에서는 '기존 판례'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처벌'(패소) 가능성은 작다. 조 전 장관의 행위와 원고의 피해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이 소송과 비슷한 사안으로는 '국정농단 사태로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며 시민 4000여 명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이 꼽힌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은 박 전 대통령의 위법 행위와 원고의 정신적 고통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이 옳다고 봤다.

대법이 확정한 하급심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지위에 있었더라도 위법 행위의 직접적 상대방이나 피해자가 아닌 일반 국민을 상대로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봤다. 법원은 "피고의 위법 행위로 국민 개개인의 신체와 자유, 명예 등이 구체적으로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와 관계없이 그 행위가 대통령 직무수행 중에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전체 국민에 대해 개별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법원은 "정치적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피고의 행위로 분노와 실망감을 느낀 국민도 있는 반면 오히려 피고가 부당하게 탄핵과 형사처벌을 당했다고 생각해 연민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피고의 위법 행위로 분노 등의 주관적 감정을 느낀 국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국민이 비슷한 감정을 겪었다거나 배상이 필요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도 봤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국민이 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국민 가운데 일부는 그의 국정을 지지했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조 전 장관 역시 기본적으로 의혹의 사실관계와 위법성을 다투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시민의 입장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취지의 판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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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사태로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며 시민 4000여 명이 박근혜(사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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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때보다 원고 승소 가능성이 훨씬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공무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라도 있었는데, 조 전 장관은 인사로 임명된 공직자"라며 "설령 위법 행위를 했더라도 이 때문에 원고 측이 말하는 '국민'의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민사소송에 앞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의혹의 사실관계와 위법성이 인정돼 이미 파면된 상태였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법원 형사재판 역시 하급심에서 혐의 상당수를 유죄로 인정하고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단계였다. 반면 조 전 장관의 경우 본인 재판은 1심이, 공범으로 적시된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역시 아직 2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또 다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탄핵 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였지만, 조 전 장관은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배상 책임을 물을 이유도 뚜렷하게 확정되지 않았다"며 "설령 원고 측이 열심히 변론해 비위 내용이 사실로 인정되더라도, 조 전 장관의 행위가 국민 개개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장이 접수된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을 민사합의19부(이민수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첫 재판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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