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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글로벌 콘텐츠 전쟁 시작"…빅테크가 웹툰·웹소설 기업 사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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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19] 네이버와 카카오가 전 세계에서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전 세계 1위 웹소설 업체인 '왓패드'를 인수했고요. 최근엔 국내 1위 웹소설 업체로 불리는 문피아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죠.

카카오도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모바일 영문 웹소설 콘텐츠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했습니다. 네이버가 왓패드 인수에 들인 돈은 6500억원, 카카오는 타파스에 6000억원, 래디쉬에 5000억원까지 무려 1조원 넘는 돈을 들였습니다. 말 그대로 '억' 소리가 '헉' 소리로 바뀌는 인수가인데요.

웹툰과 웹소설을 시작으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 장악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회가 되면 웹툰과 웹소설 콘텐츠 플랫폼을 인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웹툰·웹소설 스토리(IP) 확보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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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다음웹툰 1위 작품이었던 `이태원 클라쓰`는 JTBC 드라마로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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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과 웹소설 업체를 지속적으로 넘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토리(IP)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죠. 스토리는 곧 2차, 3차 저작물로 돈이 되니까요. 웹소설의 IP를 기반으로 웹툰을 만들고, 웹툰을 기반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웹소설→웹툰→드라마·영화' 등 3단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거꾸로 하나 생각해볼 게 더 있는데요. 드라마나 영화가 잘되면 다시 웹툰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드라마나 영화가 재밌으면, 보통 이런 원작인 만화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사람들을 웹툰으로 이끌어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웹툰이 웹소설을 기반으로 그려진 것이라면, 다시 사람들은 웹소설로 눈을 돌립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매료된 이용자들은 결국 웹툰과 웹소설까지 눈을 돌리는 것이죠. 회사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오는 매출로 끝나는 게 아니라 2차, 3차 매출이 원전 스토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에요.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스위트홈'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지난해 말에 개봉한 이 작품은 한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 국가에서 1위에 올랐고요. 북미와 유럽에서도 드라마 인기가 치솟으면서 원작 웹툰에 대한 인기도 높아졌죠. 네이버웹툰의 미국 서비스에는 "원작 웹툰이 있는 줄 몰랐다" "넷플릭스 영상 보고 왔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결국 네이버웹툰의 규모는 좋은 스토리를 꾸준히 만들어서 2차 저작물을 많이 만들어내면 낼수록 더 사이즈가 커질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웹소설과 웹툰에서 1차, 2차로 흥행하면서 상품성이 보장된 스토리를 엄선해 영상으로 만드는데 그 영상이 잘 안될 리가 있을까요? 영상이 잘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니 좋은 스토리를 발굴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죠.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과 웹소설 업체들을 연이어 사들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들의 스토리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요. 네이버는 웹툰은 전 세계 100개국에 이미 7200만명 가까운 월간 순활성자수(MAU)를 보유했지만, 그동안은 웹소설은 조금 약했고요. 그러니 전 세계 1위 웹소설 플랫폼으로서 9400만명의 MAU를 확보하고 있는 왓패드를 인수하는 것으로 순식간에 웹소설의 최강자로 등극할 수 있는 것이죠. 약한 부분을 보강한다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이달 초 마무리된 왓패드 인수를 두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웹툰과 왓패드 간 시너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Z세대가 열광하는 스토리텔링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플레이어로 성장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죠. 일본에서는 카카오재팬의 픽코마 서비스로 웹툰 1위 서비스를 차지하고 있긴 하고, 일본 시장이 미국과 중국에 비해서 4~5배 큰 시장이기 때문에 콘텐츠 역량을 발휘하고 있긴 한데요. 일본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웹툰과 웹소설 역량이 다소 부족했죠. 그러면 인수를 통해 이들 기업의 역량을 확보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인 겁니다. 왓패드를 먼저 네이버가 인수했으니 남은 회사들 중 잘나가는 회사를 인수하는 겁니다.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와 집단 창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연매출을 10배 이상 늘리며 가파른 성장을 하는 래디쉬를 인수하는 것이죠.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카카오엔터의 IP 비즈니스 역량과 노하우가 북미 시장을 경험한 타파스와 래디쉬의 인사이트와 결합해 더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고요.

요새 기업이 성공하는 방법은 바로 웹툰·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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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확보 전쟁에 참여 중인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 /사진=원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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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앱마켓 원스토어가 로크미디어를 인수한 것에서도 이 같은 스토리 확보 전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원스토어는 최근 장르소설 전문출판사 '로크미디어'를 400억원에 인수했는데요. 로크미디어는 판타지, 게임소설 등 장르문학 위주로 웹툰과 웹소설 등 콘텐츠 생산 역량을 보유했죠. 1200종 이상의 콘텐츠 판권과 700명 이상의 계약 작가가 있고, 남희성 작가의 '달빛조각사' 등 IP가 있습니다.

원스토어가 왜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지도 간단합니다. 앱마켓 사업자가 사업의 본질인 원스토어인데 구글의 앱마켓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마켓 앱스토어에 치이고요. 더 이상 앱마켓 수수료 사업으로는 사업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죠. 웹툰과 웹소설 콘텐츠를 중개하고, 단독으로 콘텐츠 IP를 확보해 제공하면서 매출을 만들어내고 싶은 것이죠. 단순히 IP를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 2차 저작물의 판권 보유자로서 IP를 판매할 수도 있고요.

전자책 서비스 리디북스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의 주요 매출이 일반 전자도서가 아니라 웹툰과 웹소설에서 나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일 거래액만 12억원을 기록하면서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섰는데, 대부분의 매출 파워가 웹툰과 웹소설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최근 직장인 소설가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근무 이후 저녁에는 소설을 쓰는 것이죠. 소설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너무 많아졌고요. 네이버 블로그나 카카오 브런치에 자신의 글을 차곡차곡 잘 모으기만 하면 나만의 IP로 말 그대로 '대박'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의 지난해 웹툰·웹소설의 아마추어 창작자는 70만명이었다는데, 2019년 58만명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죠. 이런 트렌드의 기저에는 전 세계 웹툰, 웹소설 확보 총력전을 벌이는 빅테크 기업이 있는 겁니다.

[홍성용 기자]

'홍키자의 빅테크'는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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