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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재명 왜 고3 국민연금 한달치를 대신 내주자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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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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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나이에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가입 기간이 늘어나 노후에 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많은 국민이 이걸 모른다. 국가가 이런 제도를 만들었으면 국민이 최대한 알게 해 이용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8년 12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이 지사는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 제도와 관련해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 정책은 만 18세가 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1개월치 국민연금 보험료 9만원을 경기도가 대신 납부해주는 청년복지 제도다.

국민연금을 한달치 더 낸다고 노후에 받을 연금이 얼마나 늘어나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실제론 상당한 차이가 있다.

월 평균 소득 100만원 기준으로는 매월 받는 노령연금이 18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소득 300만원 기준으로는 28만원 정도 많아진다. 지자체에서 9만원을 대신 내주면 매년 연금액이 200만~300만원이나 커진다는 말이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일단 고3 생일되면 국민연금 넣고 보자"...강남 부자들의 국민연금 재테크


국민연금은 보통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에 가입한다. 하지만 소득이 없어도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이면 국민연금 가입이 가능하다.

고등학교 3학년인 18세 학생이 국민연금 한달치를 내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지사의 말처럼 실제로 이같은 방법은 강남 등 부유층에서 국민연금 재테크로 잘 알려져 있다. 과도한 혜택이라는 논란이 있어 정부에서 일정 부분 혜택을 줄였을 정도다.

방식은 이렇다. 만 18세 생일이 있는 달에 국민연금에 임의가입자로 등록하면서 한달치 연금보험료를 낸다. 그리고 학생이라 소득이 없는 상태이니 곧바로 납부 유예를 신청한다. 이 상태로 학업을 마치고 취업을 하게 되면 직장 가입자로 전환된다. 향후에 50세든, 60세든 나중에 목돈이 생기면 납부 유예 기간 동안의 연금보험료를 다시 채워넣어서 가입기간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연금보험, 연금저축 등 일반 금융회사의 연금 상품과 달리 납입금액보다 가입기간이 연금액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사적연금 상품은 20년 동안 1억원을 납부하든, 1억원을 일시납으로 내든 원금이 똑같으니 매달 받은 연금액도 동일하다. 국민연금은 다르다. 매월 9만원씩을 30년 동안 낸 경우는 연금액이 월 53만7150원이지만, 27만원을 10년 동안 내면 월 28만6680원으로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작은 금액이라도 오래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한 것이다.

이같은 신종 재테크는 국민연금에 추가납부 제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추가납부로 목돈을 넣어서 연금액을 크게 불리면 되고, 여유가 안 되면 원래 나오는 연금액을 받으면 그만이다. 추가납부는 최장 9년 11개월치까지 가능하다. 부유층들이 20년이 넘는 국민연금 미납분을 추가납부로 몰아서 넣으면서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납 기간을 10년 미만까지만 받는 제한이 생겼다.

추가납부는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18세에 미리 가입을 해서 26세부터 본격적으로 납입을 시작했다면 8년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바꿀 수 있지만 28세에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면 28세 이전은 되살릴 수 없다.


1000만원 추납하면 4000만원 더 받는다


임의가입자는 소득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정하는 금액만큼 낸다. 최소 9만원부터 45만원까지 가입자가 보험료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납부는 납부를 하는 시점의 소득을 기준으로 월 보험료를 정한다. 즉 월 소득 100만원이던 시기에 보험료를 미납했는데 월 소득 200만원이 된 상태에서 이를 되살리려면 월 소득 200만원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낸다는 것이다. 또 직장 가입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주지만 추후납부는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런 점을 다 따져도 추가납부는 혜택이 더 크다.

30세부터 60세까지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인 직장인이 10년동안의 납부유예 기간 만큼 보험료를 추가납부하는 경우를 계산해보자.

일시납으로 10년치를 모두 되살리는 데 필요한 추가납부 보험료는 총 1080만원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30년에서 40년으로 늘어남에 따라 매월 받는 노령연금 수령액은 53만7150원에서 71만4140원으로 늘어난다. 매월 17만6990원 늘어난 것이다. 1년이면 212만원으로 5년만 지나도 본전을 뽑는다. 국민연금 개시 시점인 65세부터 85세까지 20년간 연금을 받는다고 하면 1080만원을 내고 4247만원의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다. 노령연금은 매년 물가인상분만큼 증액되기 때문에 실제 받는 연금액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

현실적으로 월 소득을 300만원으로 가정하면 혜택이 더 커진다. 월 보험료가 커진 만큼 10년치 보험료도 3240만원으로 부담이 커진다. 은퇴 이후 매달 나오는 노령연금은 84만650원에서 111만7640원으로, 27만6690원이나 커진다. 연간 332만원 가량 연금액이 커지는 것으로, 65세 연금 개시 후 85세까지 총 6640만원의 연금을 더 받게 된다.

매일경제

지난해 10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생애최초 청년연금제도 공식 폐기를 선언하면서 페이스북의 올린 글 [출처 :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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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도 혜택도 좋은데...내 국민연금은 어쩌나


"대상자가 많이 이용하면 재정문제가 생기는 정책이라면 만들지 말든지, 폐지하든지, 변경해야지 '재정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소수만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지사가 지난해 10월 생애최초 청년연금 정책을 공식적으로 포기한다면서 페이스북에 남긴 글의 일부다. 조례를 개정하고 예산까지 편성했지만 결국 정부부처와의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이 정책은 폐기됐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이다. 국민연금은 수지불균형 문제가 있다. 낸 돈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받는다. 더 내라고 하거나 덜 주겠다고 하면 반발이 너무 거세 쉽게 이 문제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추가납부의 혜택을 받게 되면 국민연금 기금의 건전성이 더 불안해지지 않겠느냐는 게 가장 큰 반대의 이유다.

또 언제 추가납부를 얼마나 할지 모를 납부예외자들이 대거 양산되면서 국민연금의 운용 안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구구조를 보면 향후에 어느 정도의 연금 지출이 생길지 미리 알 수 있는데 납부예외자들이 많아지면 그러한 미래 전망이 보다 불투명해진다.

제도의 혜택이 일반 국민 전체가 아닌 경기도민에게만 제공된다는 점도 분명 문제다. 경기도민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면 다른 지자체에서는 불만을 갖는 게 당연하다.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국민연금이 급여 수준이 높지 않다는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안하신 것 같다"라며 "경기도 청년에게 돌아가는 국민연금의 혜택은 전체 국민들이 조성한 국민연금에서 온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kd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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