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취재후 Talk] 흉악 범죄로 드러난 인천 노래방 실종사건…'범죄신고 112' 믿어도 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천의 한 노래방을 찾았던 40대 남성 손님은 실종 22일 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마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한 야산에 버려졌다.

노래방 업주 30대 A씨는 범행을 인정했다.

술값 시비가 잔혹한 범죄의 이유였다.

TV조선

A씨 운영 노래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손님 B씨는 4월21일 저녁 지인과 노래방을 방문했다.

지인은 먼저 자리를 떠났고, B씨는 다음날 새벽 2시쯤 부족한 술값 문제로 업주와 실랑이를 벌였다.

B씨는 새벽 2시5분쯤 “술값을 못냈다”며 112 신고를 했는데, 이 전화가 화근이 됐다.

경찰에 전화를 한 뒤 업주 A씨가 B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것.

A씨의 잔혹성은 B씨가 숨진 뒤에 발현됐다.

A씨는 치밀하게 시신 유기를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인근 슈퍼에서 75L짜리 쓰레기봉투와 표백제, 테이프 등을 구매했다.

노래방 안에서 도구로 시신을 훼손한 A씨는 큰 가방에 시신을 담아 자신의 차량으로 송도, 강화 등을 오가며 유기 장소를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B씨의 유품과 범행 도구 등을 각각 다른 장소에 버렸다.

지난달 24일 이후 CCTV가 없고 인적이 드문 부평의 한 야산 중턱에 B씨 시신을 유기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핸드폰을 꺼두거나 휴대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했다.

경찰이 A씨 차량 동선과 휴대폰 위치를 추적할 것에 대비하며 ‘완전범죄’를 꿈 꾼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TV조선

노래방 손님 시신 수색하는 경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완전범죄에는 실패했다.

경찰이 A씨의 노래방을 마지막으로 B씨의 행적이 끊긴 것을 CCTV로 확인했고, 노래방 안에서 B씨의 혈흔과 미세 인체조직도 발견하면서 포위망을 좁혀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체포했다.

사건 발생 21일 만이다.

A씨는 실종 수사 당시 경찰 조사에서 “B씨가 당일 새벽 2시쯤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나갔고 그 이후로는 모르겠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추가 조사에서 경찰이 각종 증거를 제시하기 시작하자, A씨는 결국 범행을 자백하고 시신 유기 장소도 털어놨다.

실종 사건이 22일 만에 살인 사건으로 드러났다.

TV조선

인천 부평구 한 야산, B씨 시신 유기 장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B씨가 목숨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다.

B씨가 숨지기 직전 112로 신고를 했던 부분이다.

당시 경찰은 신고를 받고도 출동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것.

112신고 녹음에는 B씨가 누군가에게 “너는 싸가지가 없어”라고 욕설을 하는 내용도 담겼다.

경찰은 통화가 끝날 무렵 B씨가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해 신고 취소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B씨가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않았고, 당시 112 상황실 근무자는 목소리 분위기나 주변 상황 등을 봤을 때 긴급하거나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술값이란 단어를 통해 술을 파는 곳, 통화 시간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흥업소 영업이 금지된 새벽시간대였던 점을 고려했을 때 만일에 대비해 현장 확인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관계자는 "출동 지령을 내리고 현장을 확인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이 같은 불행한 결과가 발생해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정밀 조사를 통해 신고 접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를 파악하겠다"며 "미흡한 점이 확인되면 조치하고 직무 윤리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TV조선

노래방 업주 A씨 영장실질심사 출석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는 지난 14일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등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A씨는 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만간 A씨의 신상을 공개할 지 여부를 결정한 방침이다.

잔혹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구속하고 신상을 공개한다고 숨진 피해자를 되살릴 수는 없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시민이 없도록, 경찰의 범죄예방 시스템과 사회적 안전망에 허술한 점은 없는 지 반성하고 꼼꼼하게 재정비하는 노력이 뒤따라야겠다. / 강석 기자

강석 기자(kangsuk0@chosun.com)

-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