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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새치기' 시도까지...4800만회분 확보 日 백신 접종 더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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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 백신 접종받는 스가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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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글로벌] 좀처럼 코로나19 백신 접종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일본에서, 한 지방자치단체가 유명 약국체인 '스기약국'을 운영하는 스기홀딩스의 창업자 부부에게 먼저 백신을 접종해주려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내부고발로 해당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접종으로는 이어지지 않았고 지자체 등이 사과를 했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있었다는 것에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 고령자에게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데, 속도가 붙지 않고 있어 '언제쯤 내가 맞을 수 있나'라며 조바심을 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순서를 지키지 않고 특정인에게 먼저 백신을 놔주려던 사건이 일어나자 여론이나 언론이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일본의 코로나19 백신과 접종 상황이 어느 수준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일본은 지난 2월 17일 의료진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해, 4월 12일부터는 고령자(3600만명) 접종에도 착수했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총 접종 횟수는 530만여 회에 그치고 1회 이상 접종한 비율은 3%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일본은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들여오고 있는데 지난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금까지 일본에 도착한 물량을 4800만회 분으로 추정했습니다.

대략적으로 봤을 때 아직 들여온 물량의 10% 밖에 맞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본의 백신 접종에 스피드가 나지 않는 것은 '의료인력 확보'에서 진척이 더딘 게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접종 절차를 둘러싼 혼란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또 5월 초까지는 접종을 담당하는 지자체로 배송된 물량이 많지 않았던 점도 주요 이유로 지적됩니다.

일본은 정부가 백신을 조달해 지자체로 배송하고 지자체가 이를 받아 지역 주민들에게 접종하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접종에 필요한 의료인력을 준비하고 접종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지자체의 몫입니다.

그런데 지자체별로 의료진이 부족해 접종장소를 더 만들고 접종능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전국에 접종장 4만5000여 곳을 설치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데, 닛케이가 추산한 바로는 5월 10일 기준 실제 설치된 곳은 1만5000여 곳에 그칩니다.

4만5000여 곳의 접종장에 필요한 의료인력은 12만여 명인데, 현재 설치된 접종장에서 활동하는 의료진은 4만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대상자들에게 우편으로 접종권을 배포한 뒤 전화·인터넷으로 예약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예약을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전화연결이 잘 안되는 등 혼란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자체로 배송된 물량이 충분치 않았던 것도 백신 접종 속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주부터 일주일에 900만회 안팎 물량을 지자체에 보내겠다며 본격적으로 고령자 접종에 나서고 있지만 4월 12일~5월 10일 한 달여간 배송된 물량은 800만회에 그쳐 물량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서두에 얘기한 스기홀딩스 사건은 배송물량이 적었던 무렵에 발생했습니다.

스기홀딩스는 전국에 스기약국 점포 1400여 개 를 두고 있는 일본의 유명 기업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맞으려고 했던 인물은 스기홀딩스의 창업자인 스기우라 히로카즈 회장과 그의 부인인 스기우라 아키코 상담역입니다.

스기우라 부부의 비서가 고령자 접종이 시작된 4월 12일 아이치현 니시오시 시청에 전화를 걸어 '고령자입주시설(양로원 등)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시켜 줄 수 없나' '스기우라 부부가 약사인데 의료진 우선 접종에 포함될 수 없나' 등 요청을 합니다.

시청 담당자가 '대상자가 아니다'며 거절했지만, 비서는 이후에도 '어떻게 안되겠냐'는 전화를 끈질기게 이어갔고 결국 니시오시 부시장이 담당자에게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냐'는 지시를 내려 5월 10일로 접종 예약이 잡힙니다.

해당 부시장은 사과 기자회견에서 당시 일에 대해 "여러 가지 형태로 시를 지원해줬기 때문에 어떻게 갚을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스기우라 부부는 스기약국이었던 자리에 고령자 운동시설을 지어 니시오시에 무상제공하는 등 시를 지원해 왔는데 이를 감안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기우라 부부의 접종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특혜 예약이 내부고발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니시오시가 접종 당일 예약을 취소했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커지자 결국 니시오시는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주민에게 백신 접종 예약을 우선적으로 해줬으며, 깊이 사죄드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스기우라 부부의 특혜 예약에 대해 인터넷 등에서는 '또 상급(上級) 국민' '우선 접종받는 상급 국민이 더 있는 것 아니냐' 등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 '특권층'이라는 비판적 표현을 쓰듯이 일본에서는 상급 국민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 사건 말고도 일부 지자체장 등이 백신을 우선적으로 맞은 것에 대해서도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해 달라'고 호소하는데, 일본은 접종 속도가 느리니 '새치기 시도'를 비롯해 접종 순서를 둘러싼 말들이 나옵니다.

[도쿄/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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