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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31년만의 우승’ 한춘호 “제 인생에 전국당구대회 우승은 없을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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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춘호는 지난 4월 28일 강원도 양구 청춘체육관에서 열린 ‘2021 제9회 국토정중앙배 전국종합당구대회’ 결승서 `제자` 김태관에 승리하며 자신의 첫 전국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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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MK빌리어드뉴스 이상민 기자] “제 인생에서 전국대회 우승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처음으로 랭킹 톱10에도 오르고…. 우승하니 제자들의 눈빛이 달라지던데요. 하하”

지난 4월 28일 막을 내린 ‘제9회 양구 국토정중앙배’ 3쿠션 결승에서 한춘호(54‧수원)는 매탄고 ‘제자’ 김태관(화성시체육회)에 50:28(28이닝)로 승리했다. 1990년 선수 등록 후 31년 만의 첫 전국대회 우승이다. 그는 우승 후 태관이를 꼭 안아주며 격려했고, 방송 인터뷰서는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춘호는 그 동안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9년 대한체육회장배 준우승하기까지 1997년 ‘제1회 허리우드배 당구대회’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당구계에 회의를 느껴 10년간 당구계를 떠났다가 2008년 복귀했다.

그는 선수보다 수원 매탄고 당구부 코치로 더 알려져 있다. 매탄고는 현재 국내 3쿠션계를 호령하고 있는 김행직(전남)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 오태준(PBA투어 NH그린포스) 선지훈(크라운해태라온) 김준태(경북체육회)등을 배출했다.

그의 제자로는 국내랭킹 1위 조명우를 비롯해 PBA 선지훈, 당구연맹 김준태, 김태관 등이다. 현재는 이덕빈 나태형(고3), 김태현(고1) 3명이 당구부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1일 수원 매탄고 당구부 연습실에서 한춘호를 만나 그의 당구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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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첫 전국대회 정상에 오른 한춘호를 지난 11일 수원 매탄고 당구부 연습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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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국대회 우승이다. 정말 기다리던 우승인데.

=이젠 실감 나지만 우승 당시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2019년 대한체육회장배 결승에서 준우승(조명우에 패)하며 내 인생에서 우승은 없겠다 생각했다. 사실 양구 국토정중앙배를 앞두고 당구를 많이 못쳤다. 평상시대로 스트레칭하면서 컨디션 관리 위주로 대회를 준비했는데 운이 많이 따라줬다.

▲우승 후 주변 반응은.

=너무 많은 축하인사를 받아 당일에 일일이 답장을 다 못했다. 가족들에게는 결승 시작 전에야 얘기했다. 경기 끝나고 어머님이 눈물 흘리셨다고 하더라. 학생들은 당구부 연습실에서 감독님(오하나 체육선생님)과 같이 TV로 봤다고 들었다. 우승하고 나니 아이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웃음)

▲결승전을 돌아보자면.

=하이런 17점이 승부처였다. 12-17로 지고 있던 12이닝에서 17점을 쳐서 경기를 뒤집었다. 대회 최고 하이런이 결승전에서 나왔다. 경기하며 40점을 넘기 전까지는 우승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40점 넘어서야 내 인생에서 우승 한번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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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이 끝난 후 제자 김태관과 포옹하는 한춘호(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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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두 번의 전국대회 결승전 상대가 모두 제자들이다. (한춘호는 2019년 대한체육회장배 결승서 조명우(40:26패), 2021년 양구국토정중앙배 결승에서 김태관을 만났다.)

=그렇게 됐다. 당시 명우는 경기 초반부터 너무 완벽하게 경기를 했다. 앉아서 보는데 너무 교과서적으로 공을 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관중 모드로 경기했다. 태관이와 경기에선 나도 더 집중해 열심히 했다. 초반은 태관이가 앞섰지만 이후 장타를 치지 못했고, 내가 하이런 17점을 치면서 승기를 잡았다.

▲국토정중앙배 우승으로 당구연맹 랭킹도 6위가 됐다. (종전 17위)

=지금까지 선수생활하면서 가장 높았을 때가 12위였다. 이번 우승으로 처음 톱10에 들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고 신기하고 좋다.

▲과거로 돌아가서, 당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7세때 큰형 따라 당구장에 갔다가 치게 됐다. 형과 당구장 사장이 경기하는데 매너 있게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구가 멋있는 남자의 게임이라고 느껴 빠지게 됐다. 1988년엔 동네 선배가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2개월 동안 숙식하며 연습했다. 그렇게 치니 준선수급까지 실력이 올라왔다. 그러다 1989년 경기도당구연맹 선수 선발전에서 2위를 했고 1990년 경기도연맹 선수로 등록했다.

▲선수 생활 8년 만인 1998년 갑작스레 당구계를 떠났는데.

=당구계에 회의를 느꼈다. (그는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꺼려했다) 10년 동안 당구장은 거의 매일 갔지만 큐는 잡지 않았다. 선후배들과 이야기하거나 당구치는 모습만 지켜봤다. 주변 사람들이 독하다고 하더라. 당구계를 떠나면서도 좋은 세상이 오면 언젠가는 다시 큐를 잡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그러다 황득희 선수가 당구를 권하기도 해 2008년에 다시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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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등학교 당구부 선수들과 한춘호 코치. 왼쪽부터 나태형 이덕빈(3학년) 한춘호 코치 김태현(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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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수원 매탄고 당구부 코치를 맡고 있는데.

=하윤보 전 경기당구연맹 회장이 매탄고 당구부 코치직을 제안했다. 누구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승낙했다. 코치를 맡고 나서는 ‘무서운 코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웃음) 밖에서 보면 잘 웃고 선후배들에게 잘하는 스타일이지만 훈련할 때는 다르다. 스포츠는 어느 정도 긴장감이 있어야 집중력이 나온다. 어린 학생들이다 보니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 무섭게 하는 편이다.

▲학생을 지도할 때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지.

=무조건 기본기다. 3년 동안 기본기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그 안에 마인드 컨트롤, 시스템, 효과적인 스트로크 등이 다 포함돼 있다. 사람마다 공을 치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기본기 위주로 정석에 가까운 스타일로 지도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성인이 돼서 누구한테 공을 배우더라도 금방 알아듣고 빨리 습득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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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 당구부 연습실 한켠에는 역대 매탄고 선수들의 메달과 트로피 등이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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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계에선 매탄고가 ‘당구사관학교‘라 불린다.

=뿌듯하고 학생들에게 고맙다. 제가 무서운 코치라는 걸 알고도 (학부형들이) 저한테 맡겨주셨는데 잘 가르쳐야 한다. 그 동안 학생들이 잘 따라왔고 잘 치는 선수도 우리 학교에 왔다. 매탄고 출신들이 성인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려 코치로서 위상이 더 높아졌다. 올해 새로 부임하신 김석제 교장선생님과 오하나 감독님의 관심과 후원이 큰 힘이 된다.

▲고등학교 당구부는 매탄고만 있는데.

=요즘은 초중학교에 당구부가 많아졌지만 고등학교 당구부는 매탄고 하나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5~6개 있었는데, 오히려 줄었다. 각 학교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연맹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신경쓰지 않으면 유지되기 힘들다. 앞으로는 더 많은 학교에서 당구부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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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등학교 당구부 연습실에서 나태형(3학년)을 지도하고 있는 한춘호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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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도한 제자는.

=군 복무 중인 조명우를 비롯해 PBA에서 뛰고 있는 선지훈과 조재현, 당구연맹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준태 김태관 고준서 김도헌 등이다. 다 훌륭한 선수들이다. (김행직 오태준 등은 코치 부임 전에 졸업했다)

▲많은 제자중 기억에 남는 제자를 꼽자면.

=너무 많아 어렵다. 하지만 꼭 한 명을 꼽으라면 명우다. 당구뿐 아니라 학교생활에 긍정적이었고 항상 밝았다. 선후배, 동기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모범이 됐다. 졸업 후에도 당구부 후배들을 돌봐주기도 했다.

▲당구용품은 어떤걸 쓰고 있나.

=큐는 현재 후원받고 있는 DS빌리어드 ‘띠오리’(theory)‘큐 로터스 마운틴이다. 팁과 초크 등 다른 것도 전부 DS빌리어드 용품을 쓴다. DS빌리어드 김용철 대표님은 제게 가장 고마운 분이다. 선수생활했던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제가 다시 큐를 잡고난 후에도 DS빌리어드 당구장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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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춘호가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 후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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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목표는.

이제 선수보다는 지도자로서 훌륭한 선수를 키우는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까지 선수생활할 생각인데, 체력이 더 된다면 1~2년 정도 더 할 수 있다. 그때까지 후배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imfactor@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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